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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기물 불법 방치되자 소각장 증설? 주민들 "결사반대"

중앙일보 2019.06.18 14:37
18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수성구 생명평화 나눔의 집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북 고령군과 경주 안강읍 주민들은 이날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의 용량 증설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대구=백경서 기자

18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수성구 생명평화 나눔의 집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북 고령군과 경주 안강읍 주민들은 이날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의 용량 증설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대구=백경서 기자

“전국의 의료폐기물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또 증설이라니요.”
 

환경부, 의료폐기물 소각장 늘려 처리할 방침에
경북 고령군·경주 안강읍 주민 "증설 절대 불가"
주민들 "이미 전국서 의료폐기물 몰려 오고 있어"

전국 최대 규모의 의료폐기물 소각업체가 있는 경북 경주시 안강읍 주민 이강희(57)씨의 말이다. 환경부에서 넘쳐나는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답 중 하나로 소각로 증설을 내세우자, 소각로의 용량 증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경북 고령군과 경주시 안강읍 주민들이다. 
 
대구 수성구 생명평화나눔의 집에서는 18일 오전 ‘예고된 불법 의료폐기물 대란, 환경부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이미 전국에서 경주로 불법 폐기물이 몰려오고 있는데 또 소각량을 늘리려고 한다”며 “최근 불법으로 장기 보관된 의료 폐기물이 영남지역 곳곳에서 적발되고 있는데 4년 전 메르스 사태에 발생한 의료폐기물이 경주까지 와서 소각되지 않고 장기 보관됐다면, 주민들의 안전이 보장됐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대구 달성군 한 창고에서 발견된 불법보관 의료폐기물들. [사진 증설반대추진위원회]

지난달 대구 달성군 한 창고에서 발견된 불법보관 의료폐기물들. [사진 증설반대추진위원회]

경북 고령군 주민들은 고령군에 있는 의료폐기물 소각업체가 불법을 저질렀는데 이 회사를 규제하기는 커녕 소각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환경청은 지난 3월 29일 “인근 창고에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고령군 다산면의 한 창고로 향했다. 관계자들은 기저귀 등 불법 방치된 폐기물 80t을 발견했다. 한 달 뒤 인근 성산면에서도 120t의 불법 의료폐기물이 발견됐다.  
 
대구환경청의 조사 결과 고령군의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인 A사가 대구 달성군과 경북 문경, 경남 통영·김해 등 12곳에 의료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창고에 불법 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폐기물은 원칙상 정해진 기간 내 소각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을 받은 뒤 이를 처리하지 않고 폐기물적법처리시스템에 처리가 완료된 것처럼 입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석원 증설반대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소각장을 증설한다고 하면 주민들이 찬성할 수 있겠느냐”며 “증설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의료폐기물을 멀리 보내지 말고 해당 지역에서 처리하는 등 형평성을 지켜야 하는데 환경부는 소각장 용량을 늘려 의료폐기물 증가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폐기물. [연합뉴스]

의료폐기물. [연합뉴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에서 연간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21만9013t 수준이다. 2015년 20만283t, 2016년 21만7458t 등으로 증가 추세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안전한 의료폐기물 처리 방안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증설 인허가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의료폐기물 처리 영역을 공공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의료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권영국 변호사는 “전염병이 아닌 환자의 일회용 기저귀는 보건상의 위험이 낮으니 병원에서 자체 멸균 처리해 사업장폐기물로 전환하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일반 소각장에서 처리가 가능해 의료폐기물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며 “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지역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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