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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을 키운 라거펠트, 그를 기리는 특별한 무대가 열렸다

중앙일보 2019.06.18 05: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6월 11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세계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Pitti uomo) 행사장 중앙 광장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꽁지처럼 묶은 백발 머리에 얼굴 절반 이상을 가린 검정 선글라스, 턱 바로 아래까지 깃이 높게 올라온 흰 셔츠와 검정 슈트 차림. 바로 지난 2월 작고한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다.  
아티스트 엔들리스(Endless)가 그린 칼 라거펠트의 초상화. [사진 피티 이매지네]

아티스트 엔들리스(Endless)가 그린 칼 라거펠트의 초상화. [사진 피티 이매지네]

칼 라거펠트는 독일인 패션 디자이너로 프랑스·이탈리아가 중심인 세계 럭셔리 패션업계에서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7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뒤 지난 2월 19일 85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40년 가까이 브랜드를 이끌었다. 그는 노동자의 옷으로 여겨졌던 데님을 상류층 여성을 위한 슈트로 만들고, 반대로 상류층 여성의 대표 복장이었던 트위드 재킷을 스트리트 패션과 접목하는 등 과감하고도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이며 샤넬의 인기를 높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샤넬 측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칼 라거펠트는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만든 브랜드 코드를 재창조해냈다”며 “샤넬은 1987년부터 그의 덕을 크게 봤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1~14일 이탈리아 피렌체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에서 열린 칼 라거펠트 특별전. 아티스트 엔들리스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장 입구 간판을 만들었다. 윤경희 기자

지난 6월 11~14일 이탈리아 피렌체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에서 열린 칼 라거펠트 특별전. 아티스트 엔들리스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장 입구 간판을 만들었다. 윤경희 기자

블랙 앤 화이트를 기본으로 디자인된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의상들. 윤경희 기자

블랙 앤 화이트를 기본으로 디자인된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의상들. 윤경희 기자

 
아티스트 엔들리스가 칼 라거펠트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윤경희 기자

아티스트 엔들리스가 칼 라거펠트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윤경희 기자

이 전설적인 디자이너를 추모하기 위해 이탈리아 대표 남성복 박람회가 나섰다. 피티워모를 주최하는 ‘피티 이매지오네’의 라파엘로 나폴레오네 회장은 “칼 라거펠트가 전 세계 패션업계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며 "그의 업적을 기념하고 회상하는 의미로 특별 컬렉션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피티워모는 전세계 남성복 브랜드 관계자들을 포함해 바이어·기자 등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박람회다. 매년 1월·6월 두 번에 걸쳐 열리는데 세계 남성복의 흐름을 살피기 위해 매년 1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특별전은 그의 얼굴을 주제로 한 중앙광장의 설치작품과 그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2020년 봄 시즌 컬렉션 의상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엔드리스는 5x9m 규모의 흰 벽을 박람회 기간동안 매일 조금씩 칼 라거펠트의 초상화로 채우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또 그의 작품으로 전시장 간판과 프린트 티셔츠를 만들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칼 라거펠트의 얼굴이 그려진 가죽 재킷. 윤경희 기자

칼 라거펠트의 얼굴이 그려진 가죽 재킷. 윤경희 기자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던 칼 라거펠트의 그림이 새겨진 데님 셔츠. 윤경희 기자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던 칼 라거펠트의 그림이 새겨진 데님 셔츠. 윤경희 기자

생전 칼 라거펠트가 남긴 말을 옷에 새겼다. 윤경희 기자

생전 칼 라거펠트가 남긴 말을 옷에 새겼다. 윤경희 기자

샤넬의 클러치에도 사용됐던 "Luxury is a discipline"이란 문구를 새긴 가방. 윤경희 기자

샤넬의 클러치에도 사용됐던 "Luxury is a discipline"이란 문구를 새긴 가방. 윤경희 기자

특별전에서 선보인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옷은 검정 슈트를 포함해 그가 즐겨 입고 또 사용했던 검정·흰색을 기본으로 디자인됐다. 옷 하나하나에는 그의 얼굴이나 직접 그린 스케치, 생전에 그가 남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럭셔리는 훈련" 등의 어록이 새겨졌다. 관람객들은 가죽 재킷 등에 그려진 칼 라거펠트의 그림과 가방에 새겨진 글을 휴대폰으로 찍느라 바빴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미니어처 인형으로 장식된 벽. 윤경희 기자

가장 인기가 높았던 미니어처 인형으로 장식된 벽. 윤경희 기자

칼 라거펠트의 모습을 본뜬 또 다른 인형과 그가 사랑했던 검은색으로 만든 액세서리들. 윤경희 기자

칼 라거펠트의 모습을 본뜬 또 다른 인형과 그가 사랑했던 검은색으로 만든 액세서리들. 윤경희 기자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건 그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미니어처 인형이다. 전시장 한쪽 벽에 검정 슈트에 선글라스를 낀 수십 개의 인형을 그의 이름 첫 글자인 'K'자 형태로 붙였는데, 관람객마다 이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이곳의 스테파노 알라벤나 세일즈 매니저는 "하루에 수백 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는다"며 "그의 얼굴이 그려진 옷을 사진 찍고, 또 칼의 인형 앞에서 셀카를 찍으며 그를 회상한다"고 말했다. 
 
피렌체(이탈리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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