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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생 김수민이 겪은 여의도 "권모술수, 영화는 저리가라"

중앙일보 2019.06.18 01:30 종합 1면 지면보기
호모 여의도쿠스 ② 33세 김수민 의원 24시 
대한민국 현직 국회의원은 298명이다. 국회가 두 달 가까이 파행 중인 요즘, 이들은 온종일 뭘 할까. 직접 확인하기 위해 20대 국회 최연소(86년생) 의원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밀착마크했다. 내년 총선 출마(청주 청원)를 준비하는 그는 매일 청주 집과 여의도를 오가고 있었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 많아
“내가 과거에 이랬다” 무용담 집착
적 만들고 공격해 정치생명 연장

11일 오전 4시40분 청북 청주시 율량동. 김 의원은 얼굴을 살짝 가린 채 손을 흔들면서 현관문을 열어줬다. 집엔 혼자였다. 씻고 화장을 마치는 데까지 20분. 면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 게 오전 5시10분이었다.
 
청주 오송역에서 KTX(오전 6시10분)에 오른 그에게 “왜 국회의원이 됐느냐”고 물었다. “디자인만 아주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감기 기운이 있는지 가끔씩 콧물을 훔쳤다.
 
그는 숙명여대 재학시절 디자인 동아리 ‘브랜드호텔’을 벤처기업으로 만든 창업가다. ‘허니버터칩’ 포장지를 디자인해 이름을 알렸다. 2016년 국민의당 청년 몫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지만 브랜드호텔이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수사를 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1, 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오픈 엔딩(open ending) 상태”라고 했다.   
 
서울역에 도착(오전 7시)한 김 의원은 승차 공유 서비스인 ‘타다’로 여의도 국회까지 이동했다. “운동을 안 하면 못 버텨요.” 김 의원은 의원회관 체력 단련실(오전 7시30분~8시30분)부터 갔다. 이어 구두에 정장 차림의 ‘호모 여의도쿠스’로 버전 전환을 한 후 당 원내대책회의(오전 9시~10시30분), 충북도청 정책간담회(11시45~12시15분) 순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당 청년 최고위원이자 원내대변인이다. 당의 충북도당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동하는 차에서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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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되어보니 어떤가.
“밖에 있을 땐 국회의원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존재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미래엔 관심이 없다.”
 
왜 그렇게 느꼈나.
“동료 의원들과 처음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깜짝 놀랐다. ‘내가 과거에 이랬다’ ‘뭘 했다’ 는 등 과거 완료형 시제를 쓰는 게 아닌가. 20년도 더 된 무용담만 잔뜩 늘어놓더라.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김 의원은 JTBC 드라마 ‘보좌관’에 나오는 신민아씨처럼 초선 비례대표 30대 여성 대변인이다.)
“실제 권모술수를 보면 영화는 저리 가라다. 절반도 안 보여주는 것 같다. 국회가 민주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고 나서 산산이 부서졌다.”
 
무슨 말인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정치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도구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정치 그 자체가 목적인 분들이 너무 많다. 열심히 일해서 마음을 얻기 보다는 나와 적을 구분하고 그 적을 공격하는 식으로 내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점심은 국회 내 분식점에서 라면으로 때웠다. 오후 1시부터 빽빽한 청주 지역 일정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 청주행 KTX를 타자마자 입까지 벌리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오송역에서 깬 김 의원은 “예쁘게 자는 비법이 어디 없느냐”며 “자느라 대전까지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여의도 국회가 중앙 정치의 장(場)이라면 청주 청원은 지역 정치의 시험대다. 고향인 이곳에서 재선에 성공해야 국회의원 생명이 4년 더 연장된다. 그래서 의원 전용 차량도 청주로 아예 돌렸다. 보좌진들도 번갈아 지역을 오가고 있다. 주말엔 거의 청주 지역에서 활동한다. 청주는 국회의원 지역구가 4곳이다. 이 중 김 의원은 청원에 도전장을 냈다. 현역은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다.
 
의정보고서를 배포하는 김수민 의원

의정보고서를 배포하는 김수민 의원

오후 1시 30분. 청원구 오창읍 목령종합사회복지관부터 찾았다. 민방위 교육이 있는 날이라 복지관 입구에서 의정 보고서를 배포했다. “보고서를 버리는 분도 없지만 열성으로 챙기는 분도 없는 게 숙제”라고 했다.
이어 보좌진의 주간업무 보고(14시10분~30분) → 소각장 반대 대책위 회동 (14시30분~15시10분) → 능인정사 법원스님 차담회(16시30~17시) 등 빡빡한 일정이 계속됐다.
 
다시 돌아온 지역 사무실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과 학부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법안에 담는 자리(‘내일 티켓’ 프로그램)였다. 국민의 입법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위한 김 의원의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이다. 이날 학생들은 “몸매가 다 드러나는 교복은 불편하다”, “학교급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등 여러 요구를 했다.  
 
김수민 의원이 청주 지역사무실에는 청소년의 애로사항을 전해 듣고 있다.

김수민 의원이 청주 지역사무실에는 청소년의 애로사항을 전해 듣고 있다.

 

김 의원의 지역 활동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음식집, 호프집 등을 가리지 않고 들렀다. 추가 인터뷰를 이어갔다.  
 
자신이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의원은 어떻게 알 수 있나.
“의원 홈페이지를 보면 된다. 메인 화면에 의원 얼굴이 나오고 의원 활동에만 포커스를 둔 곳은 문제다. 가령 장애인의 날 행사를 갔으면 장애인의 애로와 대안을 알려야지 축사 사진만 올리는 건 아니지 않나.”
 
의원들이 참 겉과 속이 다르다고 느꼈던 적은.
“하나같이 공동 육아를 주장한다. 내가 국회 사무처(2016년 기준)에 알아보니 2700명 보좌진 중에 남성 육아휴직을 쓴 건 3명뿐이었다. 분노가 일었다.”  
 
젊은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무시당하기도 하나.  
“난 당의 최고위원이다. 그런데 어디를 가도 말석이다.”  
 
보좌진들과 주간업무보고 회의를 하는 김수민 의원

보좌진들과 주간업무보고 회의를 하는 김수민 의원

김 의원은 2018년식 BMW 바이크(600만원 상당)을 보유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은 안 탄다”면서도 “머리 염색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는 의원도 한명쯤은 괜찮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하루 일정을 다 소화하고 집에 돌아간 시각은 자정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에게 국회의원을 계속 하고자 하는 이유를 물었다. “정치를 직업으로만 생각하는 이들로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에요. 다음 총선에 청년 정치인이 30~40명만 국회에 와도 우리 정치판은 180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하루를 마친 그의 얼굴은 누렇게 떠 있었다.
특별취재팀=유성운ㆍ현일훈ㆍ이근평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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