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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현 남편 “성폭행 당할 뻔 문자에 속아 병원 데려가”

중앙일보 2019.06.18 00:06 종합 14면 지면보기
고유정의 현 남편인 A씨가 17일 제주시 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고유정의 현 남편인 A씨가 17일 제주시 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시신을 유기한 직후 현 남편에게 태연하게 허위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편 살해로 촉발된 사건은 최근 의붓아들의 죽음을 놓고 현 남편과 고유정과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고씨, 전 남편 살해 뒤 거짓문자
질식사했다는 아들 많은 피 흘려
고씨가 혈흔 묻은 이불 버렸다”

고유정의 현 남편인 A씨(37)는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고유정이 지난달 31일 새벽 ‘전남편인 강모(36)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A씨가 문자를 받은 시각은 고유정이 전남편의 시신을 모두 인멸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의 한 펜션에서 남편을 살해한 뒤 경기도 김포 아파트로 이동해 31일 오전 3시쯤까지 시신을 2차로 훼손하고 유기했다.
 
A씨는 “당시 고유정의 말에 속아 청주에 도착한 다음 날 병원에 데려가서 손을 소독한 뒤 위로를 해주려고 데이트까지 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검찰로 송치된 현재까지도 전남편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 “펜션에서 성폭행하려고 해서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또 “고유정이 병원에 다녀온 뒤 카카오톡으로 문자 내용을 보내줬는데, 알고 보니 지난달 27일 자신이 자작했던 문자였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결과 고유정은 범행 이틀 뒤 숨진 남편의 휴대전화로 “취업도 해야 하니 (성폭행을) 고소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자작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아들의 사망 당시 상황을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5살이었던 A씨의 아들은 제주도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다 지난 2월 28일 청주의 A씨 집으로 간 이틀 후 숨졌다. [프리랜서 장정필]

A씨는 아들의 사망 당시 상황을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5살이었던 A씨의 아들은 제주도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다 지난 2월 28일 청주의 A씨 집으로 간 이틀 후 숨졌다. [프리랜서 장정필]

◆ 아들 심폐소생술 여부 놓고 논란=A씨는 “지난 3월 2일 사망한 아들(5)과 고유정과의 연관성을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아들이 사망 당시 다량의 혈흔을 흘려 이불과 매트리스까지 스며들 정도였다”며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는 틈에 고씨가 이불과 전기매트 등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의 아들은 제주도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다 지난 2월 28일 청주의 A씨 집으로 온 이틀 후 숨졌고, 경찰은 A씨 아들에 대한 국과수 부검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A씨는 “아들을 죽인 것을 밝혀달라”며 지난 13일 제주지검에 고유정을 고소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A씨가 아들 사망 직후 심폐소생술(CPR)을 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이날 “숨진 A씨 아들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몸에서 외력에 의한 신체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심폐소생술을 할 때 나타나는 갈비뼈 골절이나 강한 흉부 압박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A씨가 ‘아들이 숨졌을 당시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주장이 맞는지는 부검 결과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통상 심폐소생술을 하면 강한 흉부 압박 때문에 피하출혈이 일어나고 갈비뼈가 손상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취재진에게 당시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구급 활동일지를 공개하며 경찰 수사에 불만을 제기했다. A씨는 “제가 심폐소생술을 안 했다는 것은 거짓”이라며 “경찰이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엎드린 상태였고, 피가 침대를 적시고 있었다”며 “너무 놀라서 고유정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했고,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충북의 한 응급구조대원은 “심폐소생술을 원칙대로 힘껏 한다고 가정하면 갈비뼈가 손상되기도 한다”면서도 “어린아이는 뼈가 연하기 때문에 잘 부러지지 않을 수가 있고 성인보다 약한 강도로 흉부를 압박하기 때문에 흔적이 남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 남편 양육비 꼬박꼬박 보냈다”=고유정이 ‘전남편이 양육비를 일부만 보냈다’는 취지의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숨진 강씨의 친동생(33)은 “형님은 이혼 후 고유정에게 아들 양육비로 월 40만원씩 꼬박꼬박 보냈다”며 당시 송금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강씨가 2017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25개월간 고유정에게 모두 1000만원을 보낸 내용이 기재돼 있다. 2017년 8월~2018년 6월 11개월치 양육비 440만원만 한꺼번에 보내고, 나머지는 매달 40만원씩 송금했다. 강씨 동생은 “고유정이 이혼 후 매달 두 차례 아들을 보여준다는 약속을 어겨 양육비를 안 보내면 혹시라도 아이를 보여줄까 기대했는데 끝내 안 보여줬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남편과 결혼 당시 본인 돈을 일부(4500만원) 투자해 장만한 집을 시아버지 명의로 등기한 것에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강씨 동생은 “결혼 후 전세로 얻은 신혼집(빌라)을 나중에 구매할 때 양가 동의로 집을 아버지(강씨 부친) 명의로 (등기에) 올린 건 맞다”며 “다만 당시 우리(강씨 집)가 1억1000만원, 고유정 쪽에서 4500만원을 보탰는데 이혼 후 4500만원은 고유정에게 그대로 돌려줬다”고 했다. 앞서 강씨 동생은 지난 16일 형이 박사 과정을 밟던 대학원 연구실에 가서 유품을 정리했다. 그곳에는 아들에 대한 양육비와 면접교섭 관련 내용이 담긴 책 2권과 강씨 아들 사진 등이 발견됐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아들을 만나러 온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장소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 “고유정이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제주=최경호·최충일·김준희·이병준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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