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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凍土)의 시베리아, 지구 온난화로 사람 살기 좋아진다

중앙일보 2019.06.17 16:44
지구온난화로 시베리아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도 많아져, 사람이 살기에 적합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크츠크까지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사진 오종택 기자]

지구온난화로 시베리아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도 많아져, 사람이 살기에 적합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크츠크까지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사진 오종택 기자]

동토(凍土)의 땅 시베리아가 이번 세기말에는 사람이 거주하기 적합한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과 겨울의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비도 현재보다 많이 내리는 등 기후가 온화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연방연구센터와 미국 국립항공우주연구소(NIA) 공동연구진은 7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지(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시베리아는 우랄산맥을 기준으로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그중 우랄산맥 동쪽부터 태평양 연안의 극동지역까지를 동시베리아 지역이라고 한다.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고 있는 러시아의 아시아 지방이라는 의미로 ‘아시안 러시아(Asian Russia)’라고도 부른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이 바로 이 지역이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동시베리아 지역이 이번 연구 대상이 된 지역이다. 러시아 영토의 77%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전체의 27%밖에 차지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다. [그래픽제공=크라스노야르스크 연방연구센터]

노란색으로 표시된 동시베리아 지역이 이번 연구 대상이 된 지역이다. 러시아 영토의 77%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전체의 27%밖에 차지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다. [그래픽제공=크라스노야르스크 연방연구센터]

아시안 러시아 지역은 광활한 영토를 자랑한다. 면적이 약 1310만 ㎢로 러시아 전체 영토의 77%를 차지한다. 지구 전체 육지의 약 10%에 해당하는 넓이다. 
 
그러나 혹한의 추위와 꽁꽁 얼어붙은 영구동토층으로 인해 인구가 아주 적다. 1㎢당 사람이 세 명밖에 살지 않는다. 러시아 전체 인구의 약 27%만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2017년 기준 한국의 인구밀도가 1㎢당 513명인 것을 고려하면, 시베리아의 인구밀도는 한국의 171분의 1 수준인 셈이다. 특히 2년간 땅속 온도가 0℃ 아래로 유지되는 영구동토층이 시베리아의 65%를 차지하고 있어 농사를 짓는 데도 불리하다.
 
시베리아 야말 반도에 위치한 야말 LNG 기지. 시베리아 지역은 혹한의 기후로 인해 이같은 사람의 흔적이 극히 드물다. [사진 노바텍]

시베리아 야말 반도에 위치한 야말 LNG 기지. 시베리아 지역은 혹한의 기후로 인해 이같은 사람의 흔적이 극히 드물다. [사진 노바텍]

연구진은 현재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가 이런 극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에는 2014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5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모델’이 사용됐다. RCP 모델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산업혁명 이전인 1750년을 기준으로 가장 완만한 기후변화를 보이는 RCP 2.6 모델부터 가장 극심한 변화를 보이는 RCP 8.5까지 4개의 시나리오가 있다.  
 
연구 결과 2080년대가 되면 이 지역의 한겨울과 한여름 온도가 올라가고 강수량도 많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진행한 엘리나 파르페노바 크라스노야르스크 연방연구센터 박사는 “2080년대가 되면 1월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3.4~9.1℃, 7월 평균기온은 1.9~5.7℃ 각각 상승할 것”이라며 “강수량도 많아져 현재보다 60~140㎜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베리아의 전형적인 농가. 목재가 풍부해 슬레이트 지붕과 유리창을 빼곤 모두 나무로 지어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2080년대가 되면 이같은 농가를 더 많이 보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포토]

시베리아의 전형적인 농가. 목재가 풍부해 슬레이트 지붕과 유리창을 빼곤 모두 나무로 지어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2080년대가 되면 이같은 농가를 더 많이 보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포토]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영구 동토층의 면적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아시안 러시아 지역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영구동토층은 최대 40%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런 종합적인 변화로 인해 사람의 거주 가능 지역이 현재의 5~7배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또 사람의 지속적인 거주 가능성을 나타내는 ELP(Ecological Landscape Potential)는 15% 이상의 지역에서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주는 부정적인 측면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지구 시스템은 지난 80만 년간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며 “시베리아에서도 영구동토층이 녹아 땅속 온실기체가 대기 중으로 확산하는 등 온난화의 결과는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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