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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예정된 파격' 윤석열 지명…靑 "적폐청산·검찰개혁 완수 의지"

중앙일보 2019.06.17 14:54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부에도 적폐청산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국정원 댓글사건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윤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진휘했던 인사로, 청문회를 거쳐 임명이 되면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후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총장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가운데)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 임명제청 건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은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가운데)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 임명제청 건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은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 제공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윤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서울지검장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전적으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임기 내에 적폐청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해 정권이 바뀌어도 바꿀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구축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617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617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사회 원로 간담회에서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반헌법적 일이고 헌법 파괴적인 일이기 때문에 타협하기 쉽지 않다”며 “빨리 진상을 규명해 청산이 이뤄져야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에 여전히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에 여권 핵심부에선 진작부터 윤 후보자가 차기 총장 1순위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 대통령이 문무일(58·사법연수원 18기) 현 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다섯 기수 밑인 윤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검찰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에선 새 총장이 임명되면 그 윗 기수나 동기들은 사퇴하는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사 발표 전에 검찰과도 충분한 교감이 있었다”며 “과거처럼 선배기수들이 무조건 옷을 벗는 일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사진은 2018년 1월 2일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문무일 검찰총장(앞에서 첫 번째), 봉욱 대검차장(앞에서 두 번째) 등 검찰 수뇌부와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는 윤 후보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내정했다. 사진은 2018년 1월 2일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문무일 검찰총장(앞에서 첫 번째), 봉욱 대검차장(앞에서 두 번째) 등 검찰 수뇌부와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는 윤 후보자. 연합뉴스

 
윤 후보자가 임명되려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18일 국무회의를 거쳐 청문요청서가 국회로 송부되면 20일 이내인 다음달 8일까지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국회가 공전하면서 청문회가 열릴지도 불투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정무라인을 통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청문회 개최를 알렸다”며 “야당이 주목받을 수 있는 청문회를 거부하면 야당만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 뜻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후보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마쳤다. 정치공세가 아니라면 청문 보고서 채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임기는 2021년 7월까지다. 문 대통령은 2022년 3월 치러질 대선을 앞둔 2021년 6월께 마지막 검찰총장을 지명할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운데)가 6일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 끝이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후보자.

박영수 특별검사(가운데)가 6일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 끝이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후보자.

 
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국정원의 댓글공작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다. 당시 부팀장이 박형철 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에서 한직으로 떠돌았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윤 후보자는 서울지검장으로, 박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권력 핵심에 진입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다시 윤 후보자를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것은 문 대통령이 준비한 검찰·사법개혁 구상의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한 여권 인사는 “노무현 정부 때 사정비서관을 지냈던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차기 민정수석 발탁설과 조국 현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발탁설 등이 계속 나온다”며 “만약 이런 인사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편에 총역량을 투입하는 진용이 완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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