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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은 아빠가 해줄게" 이런 말하면 생기는 문제

중앙일보 2019.06.17 13:00
[더,오래] 박상훈의 돈 되는 가계부(1)
"과거는 고금리, 오늘은 저금리, 이제는 지키리" 주제로 강의하는 14년 차 재무상담사. 지켜야 할 것은 건강과 돈, 자산뿐이 아니라 관계도 포함된다. 가족을 위한 마음이 상처로 돌아오지 않도록 돈도 지키고 가족관계도 지키는 가정경제 솔루션을 제시한다. <편집자>
 
돈은 양날의 검과 같다. 가족을 똘똘 뭉쳐주기도 하면서, 가족끼리의 분쟁을 일삼게 하기도 한다. 보통 소득이 줄어들면서 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다. [사진 pixabay]

돈은 양날의 검과 같다. 가족을 똘똘 뭉쳐주기도 하면서, 가족끼리의 분쟁을 일삼게 하기도 한다. 보통 소득이 줄어들면서 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다. [사진 pixabay]

 
자녀교육비, 내 집 마련, 노후자금에 대한 걱정 등 ‘돈 걱정’에 대한 책은 10년 동안 붐이었다. 재무목표를 정하고, 돈이 새어나가지 않게 알뜰하게 통장을 관리하고, 소득과 자산을 늘려가는 등 돈 걱정을 해결할 수 있다는 효과적인 방법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가족 관계에 발생하는 돈에 대한 갈등은 더 많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돈 걱정은 재무목표에 대한 절박감을 바탕으로 가족으로서의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돈 갈등은 삶의 의욕과 경제활동의 의지를 상쇄시키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돈 갈등은 돈 걱정에 비해 더욱 역(逆)기능적이다.
 
저금리, 고비용 사회를 살아가는 현시대 경제적 여건 속에서 재정적인 실수로 맞게 되는 뜻하지 않은 결과는 돈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최근 맞벌이가 많지만, 막상 맞벌이로 인한 소득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부부간에 다툴 여지도 많다. 돈에 대한 태도와 습관의 차이로 인해 돈 갈등은 커진다. 이러한 갈등은 향후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소득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이 적을수록, 소득과 순자산이 낮을수록 재정적인 갈등은 커진다.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에 갈등이 심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이러한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재정적으로 부유한 양가 집안 간에 발생하는 혼수 갈등이나 재벌그룹 형제간에 발생하는 상속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 역시 돈 갈등이다. 돈에 대한 갈등은 돈이 많든 적든 생길 수 있는 문제다.
 
기대를 명확히 하는 ‘기대관리’
이러한 돈 갈등은 애초부터 한계를 직시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재무적인 목표를 공유할 때 예방할 수 있다. 잔뜩 기대만 부풀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자녀들에 원망만 듣는다. 결혼자금은 해 줄 것처럼 하다가 막상 돈이 없어 자녀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자녀 개인만이 아니라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셋집 정도야 아빠가 해 준다’는 말만 믿고, 자신의 힘으로 결혼 준비를 소홀히 했던 아들은 부모 탓을 하며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부모 자신의 건강한 노후 계획을 수립하고 자녀에게 현실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분명히 전달하여, 막연한 기대를 접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 갈등은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재무 목표를 서로 공유하면서 예방해야 한다. 자녀에게 큰 자산, 전셋집을 물려주겠다고 이야기하고 나서 마음이 바뀐다면, 자녀는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막연한 기대를 접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hotoAC]

돈 갈등은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재무 목표를 서로 공유하면서 예방해야 한다. 자녀에게 큰 자산, 전셋집을 물려주겠다고 이야기하고 나서 마음이 바뀐다면, 자녀는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막연한 기대를 접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hotoAC]

 
또한, 자녀에게 결혼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자녀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는 마음은 내려놓는 것이 현명하다. 자녀를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마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자녀가 채워주지 않기에 실망을 하는 것이다. ‘내가 해 준 게 얼마인데….’ 하는 허망감만 커진다. 재정적인 지원을 하면서 건강하게 떠나보내는 의지가 중요하다.
 
반대로 자녀 입장에서는 결혼 이후에 노부모님을 ‘제대로’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장하는 자녀의 사교육비는 증가하지만, 노부모님의 소득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비, 병간호비가 계속 발생한다. ‘돈 벌면 언제가…’가 아니라, 지금 현재 버는 소득에서 작게라도 떼어놓고 효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형제자매가 합심하여 ‘효도통장’을 만들고, 그 통장의 돈으로 의료비에 대한 대비로 노후실손보험을 들거나, 만일의 긴급한 지출에 대비하여 따로 저축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녀들의 계획과 통장 관리 용도를 미리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본인의 노후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을 줄여드리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것은 돈 갈등을 예방하는 지혜로운 방법이기도 하다.
 
마땅히 행할 것을 분명히 하기
맞벌이하는 가정이 외벌이 가정보다 재정적인 갈등이 많다는 통계가 있다. 부부 관계에서는 소득이 높거나 자산(명의)을 갖고 있다고 절대 돈을 권력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부부가 각자 돈을 관리하지 않고, 통장 하나로 합쳐 가정경제를 규모 있게 운영해야 한다. 부부가 공유하는 재정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
 
맞벌이가 많아지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 아래 가사를 분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득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도 중요한 화두다. 맞벌이를 통한 추가적인 소득은 가정경제의 순자산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가정이 재무목표를 정확히 공유하고 인생을 달려갈 때 견디어낼 수 있다. 힘든 순간이 와도 움켜진 배턴을 서로 옮겨 쥘 수 있도록 건강한 역할, 서로에 대한 기대를 명확히 하는 계기를 꼭 만드시기 바란다.
 
박상훈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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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박상훈 지속가능한 가정경제 연구소장 필진

[박상훈의 돈 되는 가계부] "과거는 고금리, 오늘은 저금리, 이제는 지키리" 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14년차 재무상담사. 지켜야 할 것은 건강과 돈, 자산 뿐이 아니라 관계도 포함된다. 가족을 위한 마음이 상처로 돌아오지 않도록 돈도 지키고 가족관계도 지키는 가정경제 솔루션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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