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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줍다가 '헉'~…사소한 동작으로 디스크 올 수 있다

중앙일보 2019.06.17 07:00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51)
머리를 감느라 허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엉거주춤하게 서서 허리를 숙이는 자세가 허리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2018년 단오인 6월 18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여름맞이 단오'행사에서 창포물 머리 감기 체험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머리를 감느라 허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엉거주춤하게 서서 허리를 숙이는 자세가 허리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2018년 단오인 6월 18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여름맞이 단오'행사에서 창포물 머리 감기 체험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별것 아닌 동작으로도 허리 통증, 디스크가 생길 수 있다. 허리 디스크 환자가 왔다. 허리를 펴는 것도 힘들어 엉거주춤 걷고, 엉덩이와 다리까지 쭉 저려서 고통을 호소한다. “어쩌다 다치셨나요?”라는 질문에 종종 이런 대답을 듣게 된다. “원장님, 별거 안 했는데 갑자기 ‘억’하고 아파졌어요. 아침에 머리 감느라 살짝 숙였는데 이래요. 무거운 것을 든 것도 아닌데 디스크라니요!”
 
무리한 동작도 아닌데, 아픈 것도 억울한데, 거기에 더해 디스크라는 큰 진단이 뚝 떨어진다. 환자분의 그 마음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허리통증은 꼭 무거운 것을 들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아니, 재밌게도 무거운 것을 들 때는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보다 단순하고 평범한 동작에서 디스크가 탈출하여 큰 고통을 안겨준다. 이번 편은 허리 통증을 만들면서도 때로 디스크까지 유발이 될 수도 있는 별것 아닌듯한 동작 몇 가지를 알아보려 한다.
 
첫 번째는, 위의 사례처럼 머리를 감거나 세수를 하려고 세면대에 가볍게 숙일 때 발생한다. 차라리 쪼그리고 퍼질러 앉아서 머리를 감을 때는 괜찮은 편이다. 세면대나 샤워실에서 엉거주춤 숙이다 보면 허리에 꽤 큰 무리가 온다. 동전을 쌓아 나갈 때 한쪽으로 점점 기울다 보면 언젠가는 무너지는 때가 온다. 허리도 딱 그 임계치를 넘어가면 더는 지탱하지 못해서 뚝 하고 담이 오거나 디스크까지 탈출하는 경우가 있다.
 
척추는 목부터 허리까지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문제가 다른 곳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허리 디스크 검사를 할 때 다리 쪽 검사도 필요하지만, 목 부분을 검사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허리를 펴고 앉아서 목을 아래쪽으로 숙일 때 허리에서 당기거나 찡찡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허리 디스크가 약해서 생기는 증상이다.
 

허리디스크는 추나와 전신 조정술 등으로 근본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통과돼 지난 3월부터 한방 병·의원에서 추나요법을 받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연합뉴스]

 
엉거주춤한 자세 때문에 허리 전체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세안하고 머리를 감다 보면 머리를 숙이게 된다. 이때의 동작이 영향을 미쳐서 통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언젠가 진료실로 실려 오다시피 한 분이 있었다. 한의원 근처에 사시는 분이 아침에 머리를 감다가 허리 통증이 생겨서 머리를 미처 다 헹구지도 못하고 주변 사람들 도움으로 내원했다.
 
본인은 너무 아파서 심각했겠지만, 함께 온 사람들은 옷도 제대로 못 챙겨 입고 온 상황이 웃겼는지 쿡쿡 웃어댔다. 응급조치를 올바르게 해주면 실려 온 분들도 걸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 분도 다행히 약침 치료 후 침 치료로 금방 나아 걸어나갈 수 있었다. 이후로 추나와 전신 조정술로 허리디스크를 근본적으로 쭉 관리했다.
 
두 번째는, 비슷한 욕실에서의 상황인데, 바로 배변할 때다. 배에 힘이 꽉 들어가면 복부 쪽으로 압력이 찰 뿐만 아니라 등 뒤 척추로도 압박이 가해진다. 배변하느라 앉아서 끙! 하고 힘을 주면 허리 뒤까지 힘이 콱 들어간다. 허리가 약한 분들은 그때 찡~하고 허리 통증을 느낀다. 배변하다 디스크가 탈출하면 참 난감하다. 말 그대로 뒤처리만 겨우 하고 그 이후에는 … 상상에 맡긴다.
 
세 번째는, 재채기할 때다. 에취 하고 크게 재채기를 하다 '억'하고 허리가 삐거나 디스크 통증이 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배변할 때와 마찬가지 원리로 재채기할 때는 배에 힘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이때 압력이 고스란히 허리까지 전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일상에서의 작은 동작이 허리에 큰 고통을 초래한다. 휴지조각을 줍거나 과하게 웃는 등 사소한 동작들을 행할 때 자세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힘이 무리하게 실리곤 한다. [사진 photoAC]

일상에서의 작은 동작이 허리에 큰 고통을 초래한다. 휴지조각을 줍거나 과하게 웃는 등 사소한 동작들을 행할 때 자세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힘이 무리하게 실리곤 한다. [사진 photoAC]

 
같은 원리로 과도하게 웃다가 허리가 아픈 경우도 있다. 허리가 약하거나 디스크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재채기가 나올라치면 벽을 짚어야 한다. 벽을 짚고 재채기하면 몸에 긴장이 덜고, 복부와 허리에 걸리는 압력도 많이 줄어든다. 배변과 재채기, 웃기 등 복부에 힘이 들어가서 허리까지 아픈 환자분들을 관찰해보면,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가 나온다. 아무래도 복부에 지방이 많이 낀 것이 주변의 근육에 순환문제까지 만든 것일 것이다.
 
또 내장지방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안 움직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래저래 뱃살을 빼는 것은 척추에 걸리는 무게를 덜어주는 의미 외에도 허리 건강을 위해서 꼭 해야 한다. 디스크 환자분들에게 다이어트 치료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네 번째는, 가벼운 물건, 예를 들면 종이 서류 한장이나 떨어진 휴대폰 같은 가벼운 물건을 주울 때 생긴다. 의자에 앉은 채로 서류를 주워 올리거나, 땅에 떨어진 휴지를 주울 때 올바른 자세를 취해서 들어 올리는 경우가 참 드물다. 보통은 허리를 과도하게 숙여서 집어 올리게 된다. 또 의자에 앉아서 한다면 허리를 비틀어서 아래로 숙이게 된다. 이 동작들을 모두 허리에 무리한 힘을 전달하게 된다.
 
땅에 있는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올바른 자세는 이렇다. 항상 무릎까지 접어 앉아서, 물건을 최대한 내 몸쪽으로 당긴 다음, 뒤꿈치를 밀고 허벅지 힘으로 몸을 일으켜서 들어올려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조심해서 근육을 쓰지만, 가벼운 물건은 만만하게 느껴지다 보니 자세를 나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워서 허리를 상하기도 하지만, 내 체중만으로도 충분히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렇게 생활에서 별 의식 없이 했던 동작들에서도 허리가 상할 수 있다. 이런 가벼운 일들로 인해서 허리가 아픈 사람들은 평소에 허리가 약했거나 디스크 후유증인 경우도 있지만, 건강한 상태였어도 생길 수 있다. 다치거나 아픈 것은 한순간 균형이 무너져서도 생기기 때문이다. 사소한 동작이라도 위의 팁을 참고해서 움직여 허리 관리를 잘해야 하겠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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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필진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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