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년중앙] 전통과 현대 기술의 조화 신한옥에 가다

중앙일보 2019.06.17 05:00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경기도 수원 장안사랑채 뒤뜰에서 저마다 옷자락을 들고 웃어 보였다.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경기도 수원 장안사랑채 뒤뜰에서 저마다 옷자락을 들고 웃어 보였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을 거닐다 보면 새로운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국내 대사관 중 처음으로 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 이른바 '신(新)한옥'을 대사관으로 삼은 주한 스위스대사관인데요. 2018년 공사를 끝냈고 올해 5월 17일 공식 개관식을 거쳐 6월 초에 입주를 완료했습니다. 일명 '스위스 한옥' 프로젝트로 불린 이곳은 스위스 건축사무소 '버크하르트파트너(Burckhardt Partner)'가 설계했어요. 버크하르트파트너는 2012년 스위스 정부가 낸 주한 스위스대사관 설계 공모전에 약 70개 경쟁사를 제치고 1위에 꼽혔죠. 왜 한옥이었을까요.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는 "한국이 스위스에게 큰 시장이 됐다"며 "한옥의 멋을 살리고 스위스의 특징도 살린 현대식 건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좋은 건 계승하고 단점은 보완해 새로워진 한옥을 알아볼까요.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한옥 아파트, 하루빨리 살고 싶네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이승연(오픈스튜디오)·강민혜 기자, 동행취재=박규리(경기도 신촌중 1) 학생기자·이수안(서울 사대부초 5)·허시은(경기도 산본초 5) 학생모델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가 학생기자단에게 새롭게 지은 주한 스위스 대사관 관련 설명을 한 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가 학생기자단에게 새롭게 지은 주한 스위스 대사관 관련 설명을 한 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어서 와요!"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가 새롭게 해석된 한옥을 보기 위해 방문한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았습니다. 리누스 대사는 이날 학생기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일부 장소에서 간단한 설명을 했습니다. 먼저 왜 스위스 대사관이 한옥 형태가 된 건지 질문했죠. "한국과 스위스는 서로 중요해지고 있어요. 우리는 더 큰 대사관이 필요했죠. 대사관 업무를 잘 수행해낼 수 있는 기능적이고 현대적인 건물이 필요했거든요. 2011년, 2012년 진행된 경쟁에서 살아남은 설계도가 '스위스 한옥'이었던 겁니다. 70팀 넘는 건축팀이 참여했거든요. 큰 수죠. 익명으로 진행해 누가 프로젝트 뒤에 있는지 알 순 없었습니다. 신뢰를 위해서였죠. 저는 선정 판정단에 참여하지 않았고요. 5~7명의 심사위원이 있었죠. 건축가 두 명, 기술가 한 명, 제 전임자 등이 참여했던 겁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거죠."
 
(왼쪽부터) 허시은 학생모델, 박규리 학생기자,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 이수안 학생모델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허시은 학생모델, 박규리 학생기자,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 이수안 학생모델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게 한옥 형태였다는 설명입니다. "건축가의 제안으로 한옥을 선택한 셈입니다. 스위스의 기능성·미니멀리즘 건축 형식과 한옥의 건축 양식 콘셉트를 섞은 겁니다." 대사가 말을 이었어요. "우리가 있는 문화를 존중하는 콘셉트에서 선정했다고 볼 수 있죠. 문화를 존중하는 건 중요하잖아요. 스위스적인 빌딩을 서울 도심에 세울 필요는 없죠. 주위를 고려해야 하고요. 우리 빌딩의 가장 좋은 점은 여러 기술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거예요. 환경친화적이죠. 전기를 많이 쓰지 않고요. 건물 자체가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할 수 있게 디자인한 덕분이죠. 지하에 약 30개 구멍을 뚫어 열을 순환시키거나 저장하고요. 지붕엔 태양에너지판을 설치했죠.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 이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도 설치했고요. 그 물을 모아 대사관 청소, 화장실 물, 정원 물 등에 사용합니다. 전통을 존중하되 현대의 기술을 넣은 거죠.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대사가 학생기자단에게 빗물 설치물을 설명하고 있다.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대사가 학생기자단에게 빗물 설치물을 설명하고 있다.

이후 학생기자단은 신한옥 대사관을 본격적으로 구경했습니다. 마당을 품은 한국의 전통 양식을 기반으로 지어졌고요. 스위스대사관 측 설명에 따르면, 광범위한 디지털 변화 시대 속에서 옛것을 찾는 한국인의 마음을 반영한 겁니다. 깊은 뜻이 있네요. 또, 대사관 건물이 자연스레 공원 일부처럼 보이도록 설계했죠. 건물 주변에 높은 소나무·은행나무를 심었는데요. 이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 장소와 더 어우러지도록 표현한 거랍니다. 나무·콘크리트·돌이 건축 자재로 고르게 사용됐죠. 학생기자단의 눈에 띈 건 마당의 빗물용 사슬, 배수구예요. "이게 뭐예요?" (규리) 마당에 있는 돌과 쇠사슬, 돌 옆의 홈을 본 규리 학생기자의 질문에 대사가 곁에 와서 친절히 설명했습니다. "앞서 말한 빗물을 이용하는 설치물이에요. 청소 목적 등으로 쓸 빗물을 수집할 용도죠." 스위스 대사관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설치물은 사실 상징물이에요. 실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스위스 한옥' 대사관이 친환경적인 면을 살려 빗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상징하죠. 돌 옆의 홈은 배수구 역할을 하는데요. 한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겁니다.
 
◇ 다양한 신한옥 기술 선보이는 '한옥새움'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각자 신한옥에 어울릴 법한 드레스를 입고 수원 장안사랑채 뒤뜰에 서 있다. 장안사랑채는 국토교통부 '2018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한옥대상을 받았다.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각자 신한옥에 어울릴 법한 드레스를 입고 수원 장안사랑채 뒤뜰에 서 있다. 장안사랑채는 국토교통부 '2018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한옥대상을 받았다.

장안사랑채 전면 모습. 1·2층엔 카페가 들어섰다.

장안사랑채 전면 모습. 1·2층엔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 안에 들어가면 전통한옥의 나무 구조와 현대식 유리창이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카페 안에 들어가면 전통한옥의 나무 구조와 현대식 유리창이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장안사랑채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건물이다. 내부에는 리프트가 있다.

장안사랑채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건물이다. 내부에는 리프트가 있다.

뿌듯한 걸로는 어쩐지 좀 부족하죠. 친환경 기술을 사용한 신한옥을 하나 살폈으니 이제 기술적으로 설명을 들을 차례입니다. 수안·시은 학생모델이 저마다 멋진 옷을 챙겨 입고 수원으로 향했습니다. 수원에는 2018년 제8회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장안사랑채(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장안동 33-4외 27필지)가 있기 때문이죠. 그 옆에는 한옥을 짓는 기술을 상세히 설명하는 수원한옥기술전시관 한옥새움(한옥을 새로운 기술로 현대에 맞게 새로 세움)이 있습니다. 수안·시은 학생모델은 장안사랑채의 카페에서 숨을 돌렸다가 수원한옥기술전시관으로 향했어요. "대상 탄 곳이 여기라고요?" (시은) "엘리베이터도 있어요!" (수안) 카페를 나서기 전 학생기자단의 이목을 끈 건 카페 1층의 리프트인데요. 학생기자단이 정확히 봤습니다. 장안사랑채는 장애물로부터 안전한 이른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장애인·고령자 등 거동이 불편한 이도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치 등)' 건물이거든요. 한옥에 배리어프리라니. 신한옥 보유 국가 학생으로서, 이쯤 되면 어깨가 으쓱해지는데요. 수원시 문화유산관리과 전호주 주무관, 한옥지원팀 이준규 주무관, 김민수 수원한옥기술박물관 도슨트를 따라 기술적 측면에서 신한옥을 배워봅시다.
 
전호주 주무관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2층에서 학생기자단에게 신한옥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전호주 주무관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2층에서 학생기자단에게 신한옥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반갑습니다!" 한옥기술전시관 한옥새움에 들어서자 전호주 주무관이 학생기자단에게 먼저 말을 걸었어요. "안녕하세요!" "신한옥이 궁금해서 왔다고요. 기술적 얘기가 많아서 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최대한 쉽게 설명할 테니 잘 따라와요!" 전 주무관의 당부에 학생기자단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옥새움은 2015년 9월 15일 공사를 시작해 2016년 10월 30일 공사를 끝냈고요. 전시 준비 후 2017년 9월 27일 개관했어요. 전 주무관은 신한옥, 한옥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죠.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1층 전면 유리창 앞에서 '마음의 눈'을 여는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한옥기술전시관의 커다란 창문들은 신한옥의 개방성, 소통성을 상징한다.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1층 전면 유리창 앞에서 '마음의 눈'을 여는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한옥기술전시관의 커다란 창문들은 신한옥의 개방성, 소통성을 상징한다.

한옥새움 정문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입장하면 전시장인데요. 전시장 입구에는 책이 가득 꽂혀 있고 양쪽 벽면은 커다란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그 유리를 지탱하는 건 친환경 전통한옥 재료인 원목(있는 그대로의 생목재)입니다. "이곳은 특별해요. 밖을 보세요. 저쪽 건물이 그대로 보이죠. 또,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이고요." 전 주무관의 설명을 따라 창밖을 내다보니 옆의 한옥,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훤히 보였습니다. "이건 밖의 사람들과 있는 그대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이른바 '한옥의 눈'인 셈이에요. 개방성·소통성을 살린 거죠." 설명을 들으며 전시장에 들어가니 작은 한옥 모형이 있었죠. "이건 뭐예요?" 학생기자단의 질문에 이 주무관이 답했습니다. "한옥 지붕을 올릴 때 접착제가 없었잖아요. 그러니 주변의 돌·흙을 이용해 지붕이 알아서 버티도록 만드는 거예요. 강접이라고 하죠. 주변의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온 재료들로 지붕이 스스로 버티게 만든 겁니다. 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만은 모형이에요. 오늘날 신한옥 지붕은 접착·고정이 더 쉽죠. 돌·흙으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김민수(왼쪽) 도슨트의 지도에 따라 허시은(가운데)·이수안 학생모델이 '블럭 맞추기' 같은 한옥 자재 조립을 공부하고 있다.

김민수(왼쪽) 도슨트의 지도에 따라 허시은(가운데)·이수안 학생모델이 '블럭 맞추기' 같은 한옥 자재 조립을 공부하고 있다.

작은 한옥을 지나니 곳곳에 나무 자재(재료)가 보였습니다. "아까 전시장 밖에서 본 자재는 원목이라고 했죠. 여기서부터는 집성목(작은 원목 여러 개를 평행하게 배열·접착시킨 목재)이에요. 집성목은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나무잖아요. 그러니 만드는 게 훨씬 수월해진 거죠. 예를 들어 둥근 나무 자재가 필요하면 원목은 그런 둥근 나무를 찾아 고생해야 했죠. 하지만 집성목은 원하는 대로 모양을 만드니 편해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또 달라진 자재는 뭘까요. "모든 한옥에 못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오해예요. 다 씁니다. 예전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못 다 써요. 다만 전통 한옥은 나무들을 서로 잘 끼워 맞춘 상태에서도 충분히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있는 전시장은 최근에 지은 곳이니 당연히 어딘가에는 못을 썼겠죠." 전 주무관의 설명을 들은 후 학생기자단은 김 도슨트를 따라 한옥 자재를 끼워 맞추는 체험을 했어요. "작은 나무 조각들을 모아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거예요." "오! 딱 들어가요!"(수안) "이건 잘 안 돼요! 아깐 끼웠는데 말이죠."(시은) 학생기자단이 고사리손으로 나무 조각을 이리저리 맞춰 봤어요.
 
(왼쪽)허시은·이수안 학생모델이 장안사랑채에 있는 카페 2층에서 통유리창 곁에 앉았다. 수원한옥기술관,장안사랑채는 밖을 내다볼 수 있고 밖에서도 안을 볼 수 있는 통유리창을 적극 활용했다. 신한옥의 특징으로 소통성, 개방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왼쪽)허시은·이수안 학생모델이 장안사랑채에 있는 카페 2층에서 통유리창 곁에 앉았다. 수원한옥기술관,장안사랑채는 밖을 내다볼 수 있고 밖에서도 안을 볼 수 있는 통유리창을 적극 활용했다. 신한옥의 특징으로 소통성, 개방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왼쪽)이수안·허시은 학생모델이 장안사랑채 뒤뜰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았다.

(왼쪽)이수안·허시은 학생모델이 장안사랑채 뒤뜰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았다.

다음 전시장은 수원 신한옥 관련 내용을 소개한 곳인데요. 전 주무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전통한옥 브랜드 가치를 계승하고 현대적 거주 성능이 확보된 저렴한 대중한옥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이게 바로 신한옥 개념이죠. 2014년에는 실제 건축해 검증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한옥기술전시관은 그 사업의 첫 번째 사례입니다. "수원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화성을 품은 역사문화도시예요. 한옥기술전시관 위치는 더 중요하죠. 화성 정문인 장안문에서 화성행궁으로 가는 정조로에 있잖아요." 전 주무관은 전통한옥과 신한옥의 다른 점을 세 가지 꼽았습니다. 첫째는 단열재가 없고 틈새바람으로 추웠던 전통한옥을 개선한 거예요. 지붕·벽체 내부에 단열재를 설치한 거죠. 시스템창호를 적용해 틈새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한 겁니다. 둘째, 원목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철물 접합과 집성목을 사용해 여러 층을 올릴 수 있고요. 덕분에 화장실·승강기 설치도 가능합니다. 셋째, 한옥 한 채를 짓는 건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는데요. 집성목으로 재료비를 낮추고 자재를 규격화해 조립 자동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공장에서 생산·조립해 현장에선 설치만 하면 되는 거죠. 신한옥 목표는 전통한옥 대비 60% 수준까지 건축비를 낮추는 거라는 게 전 주무관의 설명이에요. 한옥기술전시관은 대략 75% 수준이고요.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2층에서 곡선보에 가까이 가기 위해 책상에 올라갔다. 기둥을 없애는 '감주법'으로 지은 2층은 하중을 견디는 곡선보를 눈여겨 보아야 할 장소다.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2층에서 곡선보에 가까이 가기 위해 책상에 올라갔다. 기둥을 없애는 '감주법'으로 지은 2층은 하중을 견디는 곡선보를 눈여겨 보아야 할 장소다.

허시은(왼쪽)·이수안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2층에서 수원화성 만들기 체험에 나섰다.

허시은(왼쪽)·이수안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2층에서 수원화성 만들기 체험에 나섰다.

전호주 주무관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2층에서 학생기자단에게 신한옥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건 지붕 하중을 견디는 곡선보다.

전호주 주무관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2층에서 학생기자단에게 신한옥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건 지붕 하중을 견디는 곡선보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갈까요. 2층은 회의실로 수원화성 모형 만들기 등을 진행합니다. 학생기자단도 2층의 안수연 도슨트를 따라 작은 수원화성 모형을 뚝딱 만들었어요. "만들어보니 어때요?"(안 도슨트) "재밌어요!"(수안) "잘돼요!"(시은) 학생기자단이 체험한 수원화성 모형 만들기는 미리 전화 예약한 후 참여할 수 있으니 혹시 방문할 친구가 있다면 참고하길 바라요. 자, 우리가 2층에서 눈여겨볼 건 지붕이에요. "여기는 전통한옥이랑 다르게 넓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곡선보 천장을 이용한 거예요. 작은 나무들을 서로 붙여 곡선 형태로 만들어 버티게 한 거죠. 원래 기둥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렇게 만든 거예요." 전 주무관이 설명했어요. "곡형을 하면 구조적으로 무게를 측벽으로 보낼 수 있거든요. 직선보로는 구조적으로 어렵고요. 곡선보를 쓸 수 있는 건 어떤 형태든 만들 수 있는 집성목을 쓴 덕분이죠. 우리나라도 한옥으로 실제 거주할 수 있는 건물을 12층까지는 지을 수 있게 기술 개발이 된 상태예요. 그건 다 하중을 버티는 새로운 자재를 만든 덕분이고요."
 
◇ 신한옥, 알면 좋을 5가지
 
사분턱맞춤

사분턱맞춤

쌍장부빗이음, 왕지도리맞춤

쌍장부빗이음, 왕지도리맞춤

한옥기술전시관을 다 보고 나니 신한옥을 연구하는 관계자의 생각이 어떤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전 주무관과 미니 인터뷰를 진행한 이유죠.
 
(왼쪽)이수안·허시은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신한옥 소개 코너에서 새로운 한옥 건축 방식을 배웠다.

(왼쪽)이수안·허시은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신한옥 소개 코너에서 새로운 한옥 건축 방식을 배웠다.

Q. '신한옥 건축은 전통한옥 건축과 이것이 다르다' 하는 부분을 더 꼽는다면요.
전: 신한옥도 한옥 건축의 범주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옥 건축의 특징을 짚고 넘어갈게요. 돌·나무·흙 등의 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게 전통한옥인 셈이거든요. 건축의 뼈대·벽체·지붕까지 사람이 세세하게 조립하는 방식을 써요. 아이들 블록 맞추기에 비유할 수 있죠.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장안사랑채 뒤뜰 한옥 계단에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이수안(왼쪽)·허시은 학생모델이 장안사랑채 뒤뜰 한옥 계단에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Q. 건축 관련 공부 중 신한옥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 지금에야 건축대학에 전통건축과를 개설하거나 전통문화대학교가 설립됐지만 제가 공부한 당시 우리나라의 건축교육은 일반 현대건축뿐이었죠. 또 신한옥에 대한 인식도 저조했기 때문에 한옥을 배우려면 전통사찰이나 서원 등을 답사 다니며 관련된 책을 스스로 찾아야 했습니다. 대학 시절 신한옥 연구에도 참여했는데요. 신한옥 관련해 당시 담당 선생님께서 자주 하신 말씀 중 자극된 게 있습니다. '역사 도시를 부러워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인식을 바꾸고 지금부터라도 문화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오는데 한옥 한 채를 찾아볼 수 없는 건부끄럽지 않은가? 한옥의 보급에 노력해야 한다'였죠. 이런 말씀들이 신한옥 연구에 결심을 가지게 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왼쪽)이수안·허시은 학생모델이 신한옥 건축 공구를 공부했다.

(왼쪽)이수안·허시은 학생모델이 신한옥 건축 공구를 공부했다.

Q. 가장 힘들었던 신한옥 건축 현장은 어디인가요.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어떻게 기술적으로 푸셨는지도 설명해 주세요.
전: 2012년 실험한옥 건축 때 한옥지붕부 목구조 개선을 담당했습니다. 한옥에서 지붕목구조는 전체 목구조의 60~80%를 차지하기 때문에 매우 관심도가 높은 연구과제였습니다. 전통한옥의 지붕구조보다 시공성, 구조성능, 경제성 등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 현대식 공법을 적용하려 했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겉보기에 한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죠. 그래서 추가 연구개발한 게 집성목을 이용한 곡선보였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죠. 한옥에 관심 있는 분들은 곡선보 구조물을 보면 '이것 참 멋있다' 하고 감탄해요.
 
(왼쪽)허시은·이수안 학생모델이 장독대 곁에서 자유로운 포즈를 취했다.

(왼쪽)허시은·이수안 학생모델이 장독대 곁에서 자유로운 포즈를 취했다.

Q. 신한옥 관련 연구를 하는 분들은 어떤 자긍심을 가지고 계신가요.
전: 전통건축기법을 계승해 발전시킨다는 자긍심으로 일하며 한옥의 보급화를 위해 노력하죠.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한옥 자체는 건축 분야에서도 전문적이고 특별하다고 인식합니다. 결과물이 동일한 건축이 없거든요. 모든 한옥이 개성이 있고 덕분에 특별해요. 건축이 끝난 후 느끼는 만족감·성취감이 일반 현대 건축보다 높다고 저는 생각해요.
 
(왼쪽)이수안·허시은 학생모델이 장안사랑채의 화장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한옥 화장실은 전통한옥 화장실과 달리 건물 내에 있다.

(왼쪽)이수안·허시은 학생모델이 장안사랑채의 화장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한옥 화장실은 전통한옥 화장실과 달리 건물 내에 있다.

Q. 신한옥의 지속가능성은요.

전: 심미적·정서적인 측면을 배제하더라도 신한옥이 미래의 주거문화로 가능성은 친환경성과 지속가능 건축이라는 점 덕분이에요. 전통한옥과 신한옥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거든요. 전통한옥은 건축뿐 아니라 재료와 장인의 기술까지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한옥 관점에선 한옥은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건축기술이기 때문에 현대의 문화 형태와 경제 환경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거죠. 과거 문화에서 화장실은 집 바깥으로 떨어져야 옮은 것이었잖아요. 현대에 와서는 화장실은 집 안으로 들어와야 맞는 것이죠. 과거에는 목수가 나무를 정교하게 깎아서 맞춰서 짓는 것이 경제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기계로 나무를 재단해 철물로 접합하는 것이 경제적인 선택이고요. 신한옥은 둘 다 차용했죠. 그러니 주거문화로서 전통한옥은 신한옥으로 계승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박사의 한 발짝 더
주한 스위스 대사관 1층이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빗물 이용 설치물, 가까이에 있는 아파트 단지 등이 눈에 띈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1층이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빗물 이용 설치물, 가까이에 있는 아파트 단지 등이 눈에 띈다.

-한옥의 정의와 가치
한옥이란 선사시대부터 우리나라에 고유 기술과 양식으로 지은 건축을 말해요. 좁은 범위로는 '주거용 살림집'을 의미하며 넓은 의미로는 '한국 전통건축 전체'를 포함하죠. 한옥이라는 용어는 1907년부터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1975년 '삼성새우리말 큰사전'에 '우리나라 고유의 양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부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제2조 제2호에 따르면 한옥이란 주요 구조가 기둥·보·한식지붕틀로 된 목구조예요. 우리나라 전통 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그 부속건축물을 말하죠. 한옥의 기원은 기원전 6000년경 신석기시대 전기의 움집이며 조선시대 후기에 전통 한옥이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이 시기에 한옥은 공간 구성의 기본단위인 온돌·마루·부엌이 완전히 결합해 각 마당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고 다양한 지역형으로 분화하게 됐죠.
 

고박사의 한 발짝 더
(왼쪽)허시은·이수안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신한옥 소개 구역에서 전시물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

(왼쪽)허시은·이수안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 신한옥 소개 구역에서 전시물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

한옥 건축, 정말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요. 학생기자단이 방문한 수원시의 한옥 건축 지원 내용을 간단히 살핍시다.
-한옥지원 업무 순서
① 건축 허가/신고 전 사전 협의(필요시)
② 건축 및 한옥심의(1~2개월 소요)
③ 건축과 건축인허가 관련 서류 준비
④ 착공(공사에 착수)  
⑤ 준공(공사를 다 끝내는 것)
⑥ 현장조사 한옥위원회 개최
⑦ 사용 승인 후 보조금(최대 50%, 1억5000만원) 지급


한옥기술전시관 관람 안내
장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85번길1 
전시 기간: 상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월요일·공휴일은 휴관)  
입장료: 무료
문의 및 체험 예약: 031-247-9370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왼쪽부터)박규리 학생기자,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 허시은·이수안 학생모델이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왼쪽부터)박규리 학생기자,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 대사, 허시은·이수안 학생모델이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박규리(경기도 신촌중 1) 학생기자
스위스 대사관에 갔다 오니 대사관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알아 유익했어요. 가기 전에는 대사관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어요. 가서 보니 대사관이 한옥이라 놀라웠죠. 미리 사진으로 봤는데도 말이에요. 대사관에 대해 조사하다가 문화 교류가 어떤 건지 궁금했거든요. 어떤 개념인 건지 이해가 안 갔어요. 가서 의문을 해결했죠. 예를 들어 건축 사진만 찍는 사진가들이 모여 사진이 어떤지 서로 평가를 주고받는 게 건축적인 측면의 문화 교류라는 걸 배웠거든요. 또, 대사관이 아파트 주변에 있잖아요. 주민들에게 행사를 해서 잘 보이려고 노력한 것도 신기해요. 건물이 각 나라가 조화된 걸 바로 보여주는 것 같았죠. 콘셉트가 밖은 한옥인데 들어가면 스위스 건물 같잖아요. 반전인 거죠.
이수안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에서 한옥 결구 방식을 체험하고 있다.

이수안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에서 한옥 결구 방식을 체험하고 있다.

이수안(서울 사대부초 5) 학생모델

대사관이 집 근처라 늘 안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들어가 보니 정원이 아담했어요. 밖에선 콘크리트 벽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보니 나무 벽이어서 신기했어요. 신한옥 기술을 보러 수원에 갈 땐 예쁜 옷을 고르면서 설렜어요. 저는 평소에도 엄마랑 자주 가는 익선동 한옥 찻집이 있어 한옥이랑 친숙했죠. 수원에서 현대식 한옥에 대해 알고 나니 한옥이 더 좋아졌습니다. 전통한옥에서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부분과 변형해서 살릴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뜨끈뜨끈한 '온돌'은 보일러로 바뀌겠지만 하늘도 보고 토마토도 키울 수 있는 ‘마당’은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불편할 줄로만 알았던 한옥이 이대로라면 당장 살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편리하고 멋있었지요. 창을 넓게 내고, 거기로 초록 이파리들이 보이는 것이 좋았습니다. 미래에는 한옥 아파트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는데, 아파트의 편리함을 누리면서 흙이 깔린 마당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허시은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에서 수원화성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허시은 학생모델이 수원한옥기술전시관에서 수원화성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허시은(경기도 산본초 5) 학생모델
대사관에 간다는 말을 듣고 마냥 좋았어요. 특별한 곳에 가는 기분이었거든요. 막상 가보니 건물이 기대만큼 멋있지는 않았어요. 좀 더 으리으리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대사님이 웃으며 반겨주어서 기분이 좋아졌죠. 이후에는 신한옥을 공부하러 수원에 다녀왔습니다. 한옥에 대해 설명하는 전시관도 있고 넓은 정원에 한옥으로 지어진 여러 가지 체험 전시관도 있었습니다. 진짜 다 한옥으로 지어져 있었죠. 선생님께서 한옥의 구조, 한옥을 짓는 순서, 한옥의 좋은 점에 대해서 알려주셨는데 저는 한옥의 구조가 ㄱ자, ㄷ자, ㅡ자, ㅁ자 등 다양하게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한옥 모형 맞추기랑 나만의 한옥 꾸미기가 가장 재미있었죠. 얼마 전에 한옥마을이랑 익선동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옛날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만 알던 한옥이 지금 다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지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왠지 뿌듯했습니다.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이승연(오픈스튜디오)·강민혜 기자, 동행취재=박규리(경기도 신촌중 1) 학생기자·이수안(서울 사대부초 5)·허시은(경기도 산본초 5) 학생모델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