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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트라이앵글 공급 과잉…황하나 '마약 던지기' 불렀다

중앙일보 2019.06.17 01:30 종합 8면 지면보기
캄보디아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하다 검거된 해외 공급총책이 올초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캄보디아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하다 검거된 해외 공급총책이 올초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고급저택에 소총 등으로 무장한 캄보디아 경찰이 들이닥쳤다. 곧 한국인 중년 남성의 양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그는 뒷머리를 기르고 상반신 곳곳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캄보디아 마약왕’으로 불리던 한모(58)씨였다. 지난해 8월 한씨에 대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적색수배가 내려진 지 5개월여만이었다.
 

SNS 통해 번지는 마약
중국·대만 단속에 생산지 옮겨가
작년 국내서 필로폰 188㎏ 압수
판매책 안 거치는 ‘던지기’ 유행
경찰 “인터넷 유통 수사 강화”

한씨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 6kg의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들여온 것으로 정보당국에 파악됐다. 12만~20만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마약 전과가 없는 여성을 포섭해 속옷 속에 몰래 마약을 숨겨 들여오는 방식이었다. 최근까지 국내 수사기관에 붙잡힌 한씨 일당은 64명에 달한다.
경찰이 캄보디아 마약왕 일당에게서 압수한 마약 등 증거품. [연합뉴스]

경찰이 캄보디아 마약왕 일당에게서 압수한 마약 등 증거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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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마약조직 눈독 들인 '골든트라이앵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씨가 활동한 캄보디아는 전 세계 마약의 주요 공급지인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태국ㆍ미얀마ㆍ라오스 접경 산악지역) 인접 국가다.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은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캄보디아 마약왕 한씨에게 마약을 건네준 공급책의 뒤를 쫓고 있다.
 
국정원은 골든트라이앵글 내 마약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필로폰 생산지가 중국ㆍ대만에서 이곳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골든트라이앵글 산 마약은 국내로 밀수돼 국내 마약유통 규모를 키우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동남아지역서 압수된 필로폰량 40% 급증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정부는 강도 높은 마약 단속을 통해 광둥(廣東) 성에서만 77개 필로폰 제조시설을 적발 또는 폐쇄 조처했다. 이어 대만 정부도 2016~2018년간 마약 공장 55곳을 적발하는 등 칼을 빼 들었다. 중국ㆍ대만 정부의 단속에 입지가 좁아진 중화계 마약조직들이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동남아 특히 골든트라이앵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3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간한 ‘동남아 합성마약 보고서’ 등을 보면 골든트라이앵글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지역에서 압수된 필로폰량은 지난해에만 116t(3분기 기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전 해(82t) 대비 40% 넘게 급증한 수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골든트라이앵글산 마약 가격 폭락 
공급량의 증가는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6년 골든트라이앵글산 필로폰 1㎏ 가격(도매기준)은 미화 1만3500달러(현 한화 1600만원 상당)였다. 이듬해에는 8000달러(948만원 상당)로 가격이 뚝 내려갔다. 반면 같은 양의 중국산 필로폰은 2015년 2910달러(344만원 상당)에서 지난해 2만1800달러(2584만원 상당)로 폭등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관계자는 “국내 마약 유통 규모가 커진 이유는 골든트라이앵글산 필로폰의 공급 여파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의 필로폰 1㎏당 도매가격은 5만 달러(한화 약 5927만원 상당)다. 밀수 순간 6배 이상 가격이 뛰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정원ㆍ경찰 등은 해외 마약밀매 조직의 국내 밀수 또는 침투 시도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 이미 어느 정도 수요가 형성돼 있는 데다 ‘한국=마약 청정국’이라는 인식에 다른 해외 시장으로 유통하기에 최적의 중간 경유지라는 판단에서다.
 
해외 마약조직이 국내 호텔서 생산도 
실제 최근에는 해외 마약조직이 한국을 마약 제조 거점기지로 삼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중국인 A씨 일당은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을 생산했다. 특유의 역한 약품 냄새가 나지 않는 신공법을 써 의심을 피했다. 보통 3~4일가량 걸리는 제조시간도 30시간 이내로 줄였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12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3.6㎏의 필로폰을 압수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 일당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윗선으로부터 메신저로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압수한 필로폰은 187.9㎏으로 역대 최대였다.
서울 도심 호텔에서 마약을 대량 제조한 중국인 마약 제조기술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

서울 도심 호텔에서 마약을 대량 제조한 중국인 마약 제조기술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

 
경찰청 최주원 형사과장은 “해외주재관ㆍ국정원ㆍ세관 공조 통한 국제 마약조직의 움직임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국내 침투나 밀수를 차단해나갈 것”이라며 “사이버수사를 통한 상시적인 모니터링 활동 벌여 인터넷상의 유통도 적극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램과 같은 보안성 높은 메신저 프로그램까지 악용되면서 구매도 비교적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구매자가 대포통장에 돈을 보내주면 공급자가 마약을 숨긴 장소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잇따르고 있다. 필로폰 1g당 가격은 과거 중간 판매책을 통할 때(150만원)보다 절반 이하인 70만원선이다.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나 귀화 방송인 하일(60ㆍ본명 로버트 할리)씨 역시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정원 관계자는 “SNS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접근성이 좋은 데다 직거래까지 가능하다”며 “중간상을 통한 판매보다 가격도 저렴해 던지기 수법 구매 창구로 쓰인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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