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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 팔짱 속 기업 설자리 잃고 갈등·괴담 무성해진다

중앙일보 2019.06.17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네이버가 경기도 용인시에 추진하던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2017년부터 추진 계획을 세웠던 네이버는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포기했다. 주민들은 송전탑과 센터 자체에서 전자파가 발생하고, 디젤 발전기와 냉각수 처리로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고 우려했다.
 

주민 반대 네이버 데이터센터 무산
용인시의 적극적 중재 노력 아쉬워
갈등해소 수수방관, 투자매력 급감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환경권·재산권에 대한 관심과 우려는 당연하다. 건강을 위협하는 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것을 무조건 ‘님비 현상’으로 깎아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이나 위해시설인지는 의문이다. 한 전파공학연구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주변의 전자파 강도는 일반 가정의 실내 측정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압 송전탑도 매설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정전 대비용 발전기와 냉각수 처리가 환경 오염을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근거 없거나 지나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국내외에서 주거시설이나 학교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의 자세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은 전임 용인시장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면서 주민들이 반대하자 용인시는 중재 노력은커녕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역 여당 국회의원과 시의원들도 반대 집회에 가세하는 등 표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수백억원의 지방 세수를 확보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 영역의 애매한 태도 속에서 소모적 갈등과 근거 없는 괴담만 무성해졌고,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소극적이고 애매한 태도가 산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비단 이뿐이 아니다. ‘타다 대 택시’로 대표되는 신규 모빌리티 업체와 기존 교통 사업자의 갈등 속에서도 정부는 중재자 혹은 심판자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신규 모빌리티 사업들이 과연 혁신적 비즈니스인가, 아니면 혁신을 가장한 불법 운송수단에 지나지 않는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갈등 중재에 나섰지만 역부족만 드러내고 있고, 법을 정비해야 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이런 혼돈 속에서 세계 모빌리티 산업 흐름에서 우리만 점점 뒤처지고 있다.
 
안전밸브(블리더) 문제로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철강업체도 정부의 애매한 자세 앞에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고로 정비 때 안전밸브 개방을 이유로 내린 조업정지 명령이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환경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나오는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업계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기업들은 당장 조업 정지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헛갈릴 뿐이다.
 
정부·지자체 등 공적 영역의 중요한 역할은 민간 영역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고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이해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역할을 방기한다면 공적 영역의 존재 의미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 기업은 갈수록 줄고, 반대로 한국을 빠져나가는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이 투자 매력을 급격히 잃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부 때문은 아닌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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