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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이 의원 회견서 공격···이정재의 '보좌관' 현실에선?

중앙일보 2019.06.16 17:08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여의도인싸]국회 출입기자가 본 보좌관

배우 이정재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이정재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첫 방송된 JTBC 금토 드라마 ‘보좌관’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국회 보좌관의 삶을 다룹니다. 실제 시청률(2회차 기준 4.5%)과는 관계없이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잔잔하게 회자되는 분위기입니다.
 
2회분을 모두 봤다는 한 보좌관은 “솔직히 현실성은 좀 떨어지는데 재미는 있다”며 “실제로는 뭐 하나 알아보려고 해도 정부 부처에서 단순 자료조차 늦게 줘서 애로가 많은데 드라마에서는 하루 만에 뚝딱 나오니 저에게는 좀 판타지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정재 외모로 보좌관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방영 전부터 관심을 보여 온 또 다른 보좌관은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지만, 보좌관이라는 소재는 잘 잡아냈다고 본다”며 “보좌관의 기본업무는 법안 처리나 민원 해결 등 ‘코디네이팅’이고 자신의 정치적 야욕 때문에 뒤에서 일을 꾸미거나 하는 건 굉장히 드문 경우인데 시청자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JTBC 제공]

[JTBC 제공]

 
국회를 5년 가까이 출입한 기자의 눈에도 현실과 다른 장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현역 의원이 자신의 법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데, 다른 의원의 보좌관이 공격적으로 질문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설정 같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꼭 기자만 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는 것도 아니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상할 게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작품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 드라마 덕분에 의원 보좌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은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뽑는 300명의 국회의원은 1인당 최대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습니다. 보좌진은 4~9급으로 분류되는데 주로 4급은 보좌관, 5급은 비서관, 6~9급은 비서로 별정직 공무원 신분입니다.
 
별정직 공무원이란 일반 공무원과 다른 방식으로 임용되는 특수한 경력직들을 일컫는데 국회 보좌진들은 자신을 ‘비정규직 공무원’이라 부릅니다. 공무원 연금은 받을 수 있지만,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인 임기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이라도 받는다면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다는 얘깁니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채용 방식이 불투명하고 미래는 불확실한 직업을 왜 하려고 하느냐고요? 드라마에서처럼 자신의 정치적 욕망 때문에 이걸 감수하는 경우도 아예 없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의원이 시민사회운동을 할 때부터 같이 일을 했거나, 선거 캠프에 들어가 당선을 도왔다거나 하는 식으로 개인적 인연 때문에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게 더 일반적입니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보좌관은 다른 의원실에서 서로 스카우트를 하려고 하니 임기 4년의 국회의원보다 더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셈입니다. 그러다 보면 보좌관들은 왕왕 당을 바꾸기도 합니다.
 
요즘은 국회 홈페이지 채용공고를 통해 면접을 보고 ‘입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드라마 속 송희섭 의원실의 한도경(김동준 분) 인턴 비서처럼 말입니다. 드라마의 결말은 모르지만, 국회 본청 한가운데에서서 여기가 대한민국 심장같다고 말하는 이 비서의 순수함이 언젠가는 부정부패를 바로잡는 결정적인 동인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보좌관이 받는 월급은 국회의원 개인의 쌈짓돈이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세금입니다. 이들이 국회의원의 눈치만 볼 게 아니라, 국민의 편에서 권력이 제대로 행사되도록 보좌하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은 아닐 겁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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