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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일 정상회담 중재자로 나서나?

중앙일보 2019.06.16 17: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가족에게 자필 편지를 보냈다고 산케이 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는 15일 일본인 납북자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ㆍ실종 당시 23세)의 부친인 아리모토 아키히로(明弘ㆍ90)에게 전달됐다. 아리모토 게이코는 영국 유학 중이던 198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한 요원들에게 납치됐으며 13명의 일본인 납북자 중 한 명이다. 북한은 그가 88년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 측은 그의 생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납북자 가족에 자필편지 보내
“전력 다하고 있다, 반드시 승리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일본인 납북자 아리모토 게이코의 부친인 아리모토 아키히로에게 보낸 친필 편지. [사진=NH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일본인 납북자 아리모토 게이코의 부친인 아리모토 아키히로에게 보낸 친필 편지. [사진=NHK}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 영어로 “아키히로, 당신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라고 적었다. 아키히로가 속해 있는 일본 납치피해자 가족회는 2017년 11월과 지난 5월 모두 두 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아키히로는 그때마다 미 대사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편지는 아키히로 씨의 편지에 대한 답신 성격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걸 두고 북ㆍ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본인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보인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못했는데, 북ㆍ일 정상회담의 성사뿐만 아니라 납북자 문제가 회담의 의제에 오를 수 있도록 동맹인 일본의 입장에서 대북 압박에 나선 것이란 얘기다. 최근 아베 총리가 “아무런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북한에 일본의 요청을 전달했고, 앞으로도 챙기겠다는 ‘약속’의 결과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납치피해자 가족회와 만나 납치 문제를 “매우 슬픈 얘기”라고 밝힌 뒤, “납치 문제는 항상 내 머릿속에 있다. 되도록 납치 문제를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제기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타니 히데시(三谷秀史) 전 일본 내각조사실 정보관(국가정보원장 격)은 지난달 본지와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세 차례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김 위원장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임한다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안에 북ㆍ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북한은 생존해 있는 일본인 납북자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추가 납북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양측이 맞서고 있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전문가인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며 “납치자 문제를 두고 양측 주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북한 내 일본인의 생사가 확인된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진전된다면 아베 총리의 정치적 성과가 될 수 있고, 다음 달(21일) 참의원 선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몽골을 방문 중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담딘척트바타르 몽골 외교장관에게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요청하는 등 일본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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