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교 중재자 아베' 과시하려다···미·이란 사이 곤란해진 日

중앙일보 2019.06.16 15:46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뒤 중동정세는 한층 긴박해졌다”
 
이란 문제 중재역을 자임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만 해상 유조선 피격 사건'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7월 하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외교역량을 어필하려했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15일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둘 사이에 낀 처지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유조선 피격 사건와 관련, 이란과 미국 어느 쪽 편도 들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신문은 “유조선 공격에 대해 미국이 이란의 관여를 명확하게 언급함에 따라, 중개역으로 외교성과를 안팎으로 과시하려던 아베 총리의 구상이 빗나갔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2박3일간의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2박3일간의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이란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만나 "미국과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러나 하메네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믿을 수 없다”면서 아베 총리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일본 선박회사의 유조선이 피격을 당한 것은 하메네이와 면담을 한 시각과 거의 같은 시간대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동평화 문제에 대해선 초보자인 아베 총리가 상처를 동반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41년만에 일본 총리가 방문을 했지만 미국과 이란의 대립관계는 이전보다 불안정해졌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곤란한 입장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1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란 테헤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1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란 테헤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14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전화통화에서 “어떤 자가 공격을 했든, 선박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단호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공격의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이란의 편도 미국의 편도 들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편을 들어 이란의 공격을 인정할 경우, 중개외교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이란과의 우호관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 정부는 유조선 공격 주체가 이란이라는 미국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복수의 외교루트를 통해 미국 측에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란의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관련기사
 
또 일본 측은 미국 측에 “(공격주체가 이란이면)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에 나선 아베 총리의 체면이 현저하게 손상될 수 있다. 중대한 사안이라서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만 해상 유조선 피격 사건과 관련해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만 해상 유조선 피격 사건과 관련해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최악의 타이밍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하순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연금 안전성 논란,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 배치 문제, 미·일 무역협상에 이어 악재가 거듭된 상황이다. 
 
오는 19일 아베 총리와 야당 대표 간에 이뤄지는 ‘당수(党首) 토론’에선 ‘아베 총리의 중재외교 실패’가 야당의 주 공격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공산당 카사이 아키라(笠井亮) 정책위원장은 ”핵합의를 지키라고 말할 상대는 이란이 아니라 (핵합의를) 이탈한 트럼프 정권이다”라며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