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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편안하고 느긋", 비건 "실무협상부터" 내주 방한 추진

중앙일보 2019.06.16 12:38
이도훈(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번주 워싱턴에서 회동해 북미 실물협상 재개방안을 논의한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번주 워싱턴에서 회동해 북미 실물협상 재개방안을 논의한다. [사진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임박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북측의 실무접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29~30일의 1박 2일로 사실상 굳어지는 분위기다. 열흘 남짓 남은 한·미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최선희에 "대통령 방한 전 만나자" 제안,
북한이 아직 확답 안 줘 일정 확정 못해
이도훈 방미, 북한 협상 복귀 최종 조율

 
 ①한·미 정상회담 직전 북·미 실무접촉 가능성은=한ㆍ미 양국은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회담을 요청했지만 북측이 아직 답을 주지 않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두를 게 없다. 난 느긋하다”며 3차 정상회담 대신 북한의 실무협상 복귀를 압박했다.  
 
  소식통들은 15일 “북한이 실무협상 제안에 답을 주지 않고 있어 비건 대표의 방한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라며 “실무협상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서울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한ㆍ미 양국은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다 했기 때문에 실무협상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비건 대표의 방한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인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ㆍ미 간 협의를 위한 것이라면 비건 대표가 굳이 사전에 입국할 필요는 없는 만큼 판문점에서 북측과 실무접촉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이른바 ‘급’이 높아졌기 때문에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이후 새로운 카운터 파트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6월 말까지 체제 정비를 하는 ‘검열’ 주간으로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만한 시기가 아니다”는 말도 나온다. 북ㆍ미 간 비핵화 ‘셈법’이 바뀌었는지 타진하는 탐색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접촉이 성사된다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답보 상태였던 북ㆍ미관계 개선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주 초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북한을 실무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구체적인 방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②한·미 정상 비무장지대(DMZ) 방문, 관건은 날씨=이번에 방한에서 한ㆍ미 정상의 DMZ 방문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의 구체적인 동선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국빈방문 때 DMZ 방문이 무산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출했던 만큼 기존 일정도 당연히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취임 후 첫 방한 때 DMZ 방문을 시도했지만 날씨 때문에 당일 무산이 됐다. 짙은 안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가 착륙할 여건이 되지 않아 취소됐다고 한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달 30일께 경기 북부와 강원도 일대는 화창하고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추진 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찾았던 판문점 부근 캠프 보니파스 내 GP를 방문하거나, 파격적인 장소를 고를 수도 있다. 지난 달 패트릭 섀너한 국방장관 대행이 문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최근 개장한 강원도 '평화의 둘레길'에 관심을 표명한 적이 있다. 
 
③화웨이ㆍ방위비 압박 수위는=트럼프 대통령은 “G20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와중에 방한하는 만큼 화웨이 사태 등 미ㆍ중 무역분쟁에서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한ㆍ미 정상회담 의제도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처음 발표할 때는 “완전하고 충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한·미 동맹 이슈”였다가 이달 10일(현지시간) 국무부의 브리핑에서는 “한ㆍ미 동맹 이슈와 완전한 비핵화”로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6월 들어 격화한 미중 분쟁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관심사는 북한 문제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1순위 관심사는 경제적인 부분이고 미국 정부 차원에서 보자면 한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 동참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도 미국 측 관심사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폴란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2% 인상 약속을 지키지 않은 독일"을 콕 집어 거론하며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2000명은 폴란드나 나토(NATO)의 다른 나라로 옮길 수 있다”고 압박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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