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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왕자 위해 만든 하회마을 임시 섶다리 '의외의 반전'

중앙일보 2019.06.16 12:09
5월12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섶다리'가 세워졌다. 개통 행사 모습. [연합뉴스]

5월12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섶다리'가 세워졌다. 개통 행사 모습.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지난달 14일 안동 하회마을 찾았다. 20년 전 어머니 여왕이 찾았던 안동 이곳저곳을 돌아봤다. 그는 하회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 옆 낙동강에 있는 작은 나무 다리를 흥미롭게 쳐다봤다. 
 

6월14일 철거 예정이었으나 8월14일로 두달 연장
"관광 명소로 각광, 영구보존 방법 찾는 중"

나무 다리는 하회마을 만송정에서 낙동강 건너 옥연정사 앞까지를 잇는 시골마을 보행 다리인 '섶다리'다. 안동시가 앤드루의 안동행에 더해 볼거리 차원에서 만든 일종의 임시 다리다. 앤드루가 돌아가고, 장마로 낙동강 수위가 올라가기 전 철거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안동시가 하회마을 섶다리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철거 대신 영구보존 하겠다면서다. 안동시 측은 16일 "5월12일 처음 만든 섶다리는 안전문제로 장마 전인 지난 14일 철거해야 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등에 적극 요청해 8월 14일까지 두달간 추가 운영을 허락받았고, 추가 운영 기간 중 섶다리 영구 보존 방법을 찾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안동시가 임시 설치한 나무 다리 하나를 지키기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예상과 달리 섶다리가 지역을 대표할만한 관광 콘텐트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경북 안동 부용대 정상에서 본 하회마을 전경.

경북 안동 부용대 정상에서 본 하회마을 전경.

섶다리는 이색적인 디자인이나, 화려함은 없다. 낙동강 수면 위로 건너편까지 길이 123m 짜리다. 다리 폭은 1.5m. 성인 한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너비다. 강에 'Y'자 지지대를 세워 강 수면에서 공중으로 60㎝ 정도 띄워 세웠다. 콘크리트나 알루미늄 같은 재료는 쓰지 않았다. 통나무·솔가지·흙·모래 등 옛날 전통 방식 자연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다. 
 
최근 섶다리는 다녀온 박모(40·여·대구 달서구)씨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는 시골 다리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면 강에 드리워진 다리가 하회마을 자연 경관에 어우려져 예쁜 모습을 연출한다. 다리 자체의 소박함과 전통미. 그게 섶다리를 찾게 만드는 매력 같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하회마을 찾는 방문객이 많이 늘었다. 지난달 마을 방문객은 9만5000여명, 지난해 같은 기간 7만여명보다 35% 정도 늘었다. 하회마을을 찾는 대부분의 방문객은 섶다리를 돌아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하회마을 섶다리를 찾아 찍은 '인증샷'이 수십여건이다.  
 
병풍 속 하회마을. 병풍 안 하회마을 옆에 섶다리가 보인다. [중앙포토]

병풍 속 하회마을. 병풍 안 하회마을 옆에 섶다리가 보인다. [중앙포토]

하회마을에 섶다리가 얽힌 배경도 방문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하회마을에 과거 섶다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1828년 한 병풍에 하회마을 섶다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화공 이의성이 그린 병풍이다. 이의성은 안동 도산서원에서 예천 지보에 이르는 낙동강 줄기명승지를 여덟 폭 병풍에 묘사했다. 이 중 한 폭이 하회마을이다. 병풍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1960년대까지 섶다리가 하회마을에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전국적으로 이런 섶다리를 설치한 시골 마을은 가끔 보인다. 하지만 하회마을 섶다리처럼 길이가 100m가 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하회마을은 2010년 지정된 세계유산이다. 조선시대 양반문화가 독특한 주거문화와 함께 오랜 세월 잘 보존돼 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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