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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다 손실나면 어쩌나

중앙일보 2019.06.15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33)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전문기관에 자산운용을 위탁할 수 있다. 이에 수익률이 오르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의 401K와 호주의 슈퍼에뉴에이션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예다. [중앙포토]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전문기관에 자산운용을 위탁할 수 있다. 이에 수익률이 오르고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의 401K와 호주의 슈퍼에뉴에이션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예다. [중앙포토]

 
현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이 기정사실화된다. 문제는 기금형 제도에 대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시행 중인 계약형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금형 제도의 핵심인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면 개별 혹은 복수의 사용자(기업)가 비영리의 수탁법인을 설립해 연금자산을 신탁하고, 전문가와 노사로 구성된 수탁법인의 이사회에서 연금 운영 주요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회사 내부의 직원이 아닌 전문가나 외부 자산운용 전문기관에 운용을 위탁할 수 있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고, 사업자(금융회사)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401K’와 호주의 ‘슈퍼에뉴에이션’  
이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미국과 호주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경우 ‘401K’의 도입으로 근로자의 노후자금 조성에 기여했다. 기업의 퇴직금 부채 부담을 크게 완화하고 막대한 자금유입이 이루어진 자산운용시장이 급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의 연금제도인 슈퍼에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퇴직연금 가입의 강제화, 강력한 세제 혜택 등이 뒷받침돼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기금형 제도는 부정적 요인도 안고 있다. 기금운용의 모럴 해저드, 과도한 운용 비용 등이 그것이다. 그 예로 일본의 ‘AIJ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기금운용 수탁법인의 모럴 해저드로 인해 벌어졌다. 연기금 전문 운용사인 AIJ는 허위로 운용수익률을 공시하고, 고금리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윗돌 빼서 아랫돌 막고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 다단계 금융사기에 가까운 영업을 했다.
 
일본의 'AIJ 사건'은 '일본판 메이도프 사건'이라고 불린다. AIJ 사건에 앞서 발생한 메이도프 사건은 72만 명을 대상으로 벌어진 650억 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 사기다. 사진은 사건의 주요인물인 주식 브로커 버나드 메이도프. [중앙포토]

일본의 'AIJ 사건'은 '일본판 메이도프 사건'이라고 불린다. AIJ 사건에 앞서 발생한 메이도프 사건은 72만 명을 대상으로 벌어진 650억 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 사기다. 사진은 사건의 주요인물인 주식 브로커 버나드 메이도프. [중앙포토]

 
우리나라 고용노동부도 이 점을 고려해 기금형 제도의 안전 운영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첫째, 경영건전성 및 가입자 보호 등 사용자·수탁법인의 제도운용 역량을 살펴 설립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둘째, 회사에서 납부하는 퇴직연금 부담금은 수탁법인을 거치지 않고, 자산운용기관으로 직접 이체되게 해 수탁법인의 자금 횡령 등 불법행위를 방지하는 방안도 만들 예정이다. 셋째, 확정급여(DB)형의 경우 적립금 운용의 주체로서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게 하고, 확정기여(DC)형은 근로자가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수탁법인의 도움을 받게 할 방침이다.
 
그런데 DB 기금형의 경우 자산운용 결과 적립금이 손실 날 경우 사용자에게 최종 책임을 부여하거나, DC 기금형의 경우 부담금 미납 시 사용자에게 부담금 및 지연이자 납입책임을 물은 것은 현행 계약형 제도와 동일하다.
 
여기서 문제는 DC형에서 적립금의 손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칫 현재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고자 도입하는 제도가 수탁법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익률 저하는 물론 원금의 손실도 발생할 수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입자의 손실 대책 마련이 관건
기금형 제도가 성공하려면 가입자가 입을 손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충분히 공론화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계약형 제도에서 자산운용의 책임은 사용자나 가입자가 지지만 기금형은 자산운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넓고 깊다. 이는 이미 기금형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이 경험했다. 후발주자의 이점은 이들 국가를 반면교사로 삼아 문제점을 충분히 논의해 개선할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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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필진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고령화하는 나라입니다. 100세 시대를 온전히 살아가려면 자산을 연금화해 오래 쓰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를 활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활용도는 낮은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제는 앞으로 수 년 내 직장인의 가입이 의무화될 뿐 아니라 모든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개방될 전망입니다. 미국에선 우리의 퇴직연금제에 해당하는 401K 도입으로 월급쟁이 연금 부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노후생활의 안착을 책임질 퇴직연금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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