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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분으로 번진 ‘버닝썬’ 수사…'수사 첫 단추 잘못 뀄다' 잡음

중앙일보 2019.06.15 12:00
클럽 버닝썬 로고 [중앙포토]

클럽 버닝썬 로고 [중앙포토]

 
마약ㆍ성매매ㆍ탈세ㆍ경찰 유착 등 ‘종합 비리 세트’를 뿌리 뽑겠다며 시작했던 ‘버닝썬’ 수사가 경찰의 내분으로 번졌다. 승리 등 주요 피의자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며 동력을 잃은 수사가 한 달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가운데, ‘수사의 첫 단추 부터 잘못 뀄다’는 잡음이 경찰 내부에서 나오면서다.

 
현직 경찰 “버닝썬 첫 수사는 비리 경찰에 의한 허위 첩보” 주장
발단은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허위 제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현직 경찰관 A씨의 주장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A경위는 “전직 경찰 강모(44)씨가 브로커 역할을 하며 미성년자 출입 사건무마 명목으로 이모(46) 버닝썬 공동대표에게 2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비리 경찰에 의한 허위 제보라고 주장했다. 강남서 소속이던 A경위는 강남 클럽 비리 수사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임시 파견됐다.
 
A경위가 문제 삼는 부분은, 이 내용을 최초로 수사팀에 가져온 사람이 바로 지난달 제3자 뇌물취득 등 혐의로 구속된 염모 경위라는 점이다. 염 경위는 지난 2017년 강남 클럽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주는 것을 도와주는 대가로 클럽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구속됐다.
 
더욱이 염 경위에게 해당 첩보를 제공한 사람이 2017년 강남 클럽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당시 함께 금품을 받은 김모 경사라는 점에서 염 경위가 첩보를 가져온 목적과 과정이 수상하다는 게 A경위의 주장이다.
 
 유흥업소로부터 돈을 받고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 준 현직 경찰 A 경위가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유흥업소로부터 돈을 받고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 준 현직 경찰 A 경위가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지수대장ㆍ강남서장 모두 내사 주장 무시”
이런 의혹을 품은 A경위는 지난달 염 경위의 혐의를 담은 내사 착수 보고서 등을 작성해 지수대장에게 결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강남서에 복귀해 이에 대해 설명했으나 강남서장도 내사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A 경위는 이들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지난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과 강남경찰서장에 대한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버닝썬 수사팀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주장”  
그러나 버닝썬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들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란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강씨가 미성년자 출입 무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는 건 법원도 범죄가 소명된다고 봐서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보로 시작된 수사는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실제 전직 경찰 강씨가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에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의혹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무마 사건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강남서 석모 과장이 강씨와 친분이 있었고, 강씨에게 시세보다 싼 가격에 중고차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석 과장은 지난해 1월 강씨에게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제한하는 액수를 넘어서는 금액을 할인받아 차량을 매입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오히려 A경위가 지수대장에게 내사를 주장한 과정이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경위는 절차를 따르지 않고 지수대장에게 A4용지 한장에 담긴 첩보를 들고 찾아가 내사를 요구했다. A경위의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출처나 근거를 요구했지만 그는 ‘취재원을 말할 수 없다’며 공식적인 첩보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수대장이 “직접 상관인 계장 등 지휘 선상 검토 거치지 않은 문건에 대해 내가 직접 내사 착수를 결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버닝썬 수사가 실속 없이 끝났다는 비판 여론이 있는 가운데 수사팀 내부에서도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수사권 조정을 앞에 둔 경찰엔 악재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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