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와 G20 결전 앞둔 시진핑, 홍콩 시위 악재로 골머리

중앙선데이 2019.06.15 00:45 640호 4면 지면보기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시진핑

시진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서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운을 건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잇단 광폭 외교 행보를 통해 우군 확보와 세 불리기에 열심이다. 하지만 대규모 홍콩 시위 등 돌발 사태로 대미 전력 집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오는 28~29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가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결전의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에게 이번 정상회의가 중요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중국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미국으로부터 실리를 얻어내야 한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자신의 영도력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 치의 여유도 주지 않고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대중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는 중국과 관련한 일을 매우 잘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중국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325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시 주석은 우군 확보를 위해 러시아에 이어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12~14일에는 키르기스스탄을 찾았다.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2001년 출범한 SCO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인도·파키스탄 등 8개국이 회원으로 전 세계 인구의 44%에 해당하는 31억 명의 거주지를 묶는 국제적 지역협의체다.
 
시 주석은 여기서 대미 공격을 위한 지원 사격을 기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양국은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 경제권을 대표하는 국가다.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개도국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야 한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시 주석은 14~16일엔 타지키스탄을 방문해 ‘아시아 상호 협력 신뢰 회의’에 참석한다.
 
중국은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외부 압력이 오히려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펴고 있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는 지난 13일 “외부 압력이 오히려 우리의 혁신·자주 능력을 높이고 고속 발전의 발걸음을 빨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미·중 갈등은 시 주석의 영도력에 대한 또 다른 시험대이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타격을 입을 경우 자칫 공산당의 권력 누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최근 각급 당 위원회에 시진핑 사상 학습 요강을 통지하고 중국 매체들이 일제히 미국 비난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따라서 홍콩의 대규모 시위는 시 주석에겐 악재다. 100만 명 이상 참여한 시위 사태는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때문에 발생했다. 이 법안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도 이를 놓치지 않고 있다. 켈리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온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미·중 정상회담 때 이 문제도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압박을 위해 인권 문제까지 꺼낼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전쟁의 결과가 내년 미 대선의 향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량밍(梁明)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대외무역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계산적인 사람이다. (무역전쟁을) 대선 레이스에서 중요한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미 사실상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그는 매우 조급한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오사카 회동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하지만 외신들은 두 정상이 만찬 등 어떤 형식으로든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하게 될 두 정상의 이번 회동이 무역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관련기사

구독신청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