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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마오쩌둥 참새잡이 뺨치는 이야기

중앙선데이 2019.06.15 00:20 640호 30면 지면보기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기가 막힌 얘기가 있다. 돈 많은 변호사가 매달 일자리안정자금을 받는 사연이다. 법조계 고위직을 거친 60대 후반 변호사는 지인의 법률사무소에 이름만 걸어놓고 있다.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 소일거리 삼아 출근한다. 월급은 200만원이다. 의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가끔 법률 자문하는 게 고작인데 출근할 사무실까지 제공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에게 이래도 되나 싶은 일이 일어난 건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아가라는 통보가 날아오면서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은 매년 3조원이 편성된다. 3조원은 천문학적 규모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전쟁 도발을 막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조원을 놓고 전전긍긍했던 걸 기억하면 감이 잡힐 거다. 3조원은 그 세 배에 달한다. 이 돈이 지금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월 평균보수 21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에게 최대 15만원을 보조해준다. 이 돈을 받은 변호사는 처음엔 “내가 뭘 이런 걸 받나”라면서 사양하려 했다. 하지만 뿌리치기 어려웠다. 일자리안정자금 집행률이 저조해져 담당 공무원이 “제발 받으시라”고 읍소하면서다. 올해도 이 자금의 집행률이 5월 현재 37%에 그치고 있다. 30인 미만 고용 사업장은 조건만 되면 원하지 않아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시장원리를 거슬러 도입된 일자리안정자금이 정작 영세 자영업자에겐 4대 보험 가입 의무 때문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그런데 돈 많은 변호사가 억지춘향격으로 받고 있다니 요지경 아닌가.
 
이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참새잡이를 떠올린다. 마오는 1960년대 영국과 미국 추월을 목표로 사회주의 체제의 생산성 증대에 박차를 가하는 과정에서 4대 해충 박멸에 나선다. 쥐·파리·모기·참새가 해충으로 지목됐고 인민이 총동원됐다. 참새가 사라지자 그야말로 메뚜기를 비롯한 진짜 해충이 창궐해 곡식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진실을 얘기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천만 명이 아사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 4대강 보(洑) 해체 과정도 모두 참새잡이와 닮았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자 지난해 2월부터 한국은 최악의 고용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의 가격을 정부 주도로 올린 ‘예고된 결과’다. 하지만 이 정책 실험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정책 책임자 누구도 대통령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어서다.
 
5월 고용동향을 놓고도 청와대와 정부는 취업자 증가와 고용률 상승을 근거로 일자리의 질이 좋아졌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노인 일자리 등 주 17시간 미만 단기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면서 60대 이상 취업자가 35만4000명 증가했다. 산업현장의 주력인 30·40세대 일자리는 25만 개 사라졌다. 반(反)시장 정책의 여파로 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면서다.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 증가는 신기루란 얘기다.
 
탈원전은 60년 넘게 쌓아 올린 원전기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원전 기술자들이 회사를 떠나고 원자력공학과는 지원자가 끊기고 있다. 값비싼 가스 사용을 늘리면서 에너지 공기업은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전기요금 폭탄이 투하될 일만 남았다. 다시 수천억 원을 들여 해체하겠다는 보 역시 그간 잠잠했던 가뭄·홍수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결국 마오쩌둥의 참새잡이 뺨치는 헛소동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민생에 역행하는 정책실험들은 당장 멈춰야 한다. 이념형 정책실험의 피해자로 전락한 취약계층이 안쓰럽지도 않은가. 정책 방향을 빨리 틀수록 이들도 한국 경제도 사면초가에서 탈출할 수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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