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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화려한 스펙·경력에 ‘현대판 귀족’으로 불려

중앙일보 2019.06.15 00:03
정·재계·언론계에 폭넓은 인맥 갖춰…해외 명문대, 글로벌 금융회사 경력 많아
 

사모펀드 이끄는 사람들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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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사모펀드 업계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크다. 사모펀드는 ‘맨파워’에 많이 의존하는 비즈니스인 만큼 인력의 역량이 중요해서다.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고 정확한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탄탄해야 유리하다. 거기에 고액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검증된 능력과 경험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사모펀드 업계의 핵심 인력은 대부분 ‘현대판 귀족’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정·재계·언론계에 폭넓은 인맥을 가진 것은 물론 다양한 학력과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맨파워’에 많이 의존하는 비즈니스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를 이끄는 수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최고의 학벌과 경력은 물론 남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사모펀드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1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하고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 입사해 2000년 한미은행 인수를 성사시켰고, 3년 후 씨티은행에 팔아 80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챙겼다. 2004년엔 칼라일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고 2005년 자신의 영문 이름 ‘마이클 병주 김’의 앞글자를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해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로 만들었다.
 
한 대표는 1971년생으로 김 회장보다 8살이나 어리지만, 국내 2위의 펀드를 이끄는 실력자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예일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5월까지 모건스탠리 PE 대표로 있으면서 ㈜쌍용(현 GS글로벌)과 전주제지(현 한국노스케스코크), 랜드마크자산운용, 현대로템 등 10여 건의 거래를 주도했다. 이후 한앤컴퍼니를 설립하고 2011년 8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은 후 투자)를 조성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설립 5년 만에 운용자산 3조원을 돌파했다.
 
두 사람은 뛰어난 능력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임과 동시에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해진 인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4녀와, 한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장녀와 각각 결혼했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의 성장에 후광효과가 작용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서 유명한 인물 중에는 관 출신도 한 축을 이룬다. 이들의 경우 관직에 근무하며 쌓은 정·재계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국내 사모펀드 1세대로 현재 VIG파트너스 고문으로 있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과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변 고문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19회로 관직에 입문해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정책조정심의관·금융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외환위기 이후 금융과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한 핵심 경제관료 중 한 명이다. 진 대표는 삼성전자의 스타 사장으로도 유명하지만 퇴임 후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를 창립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는 진 전 장관의 경험을 살려 주로 정보기술(IT) 기업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 관계자는 “진 대표가 설립하고 이사장을 역임한 정부 산하 사단법인 길포럼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투자기회를 포착한다”고 설명했다. 구본진 트루젠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도 기재부 차관보 출신이다.
 
재계 2세도 빼놓을 수 없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두 아들은 모두 사모펀드 업계에서 이름을 날린다. 장남인 이상훈 텍사스퍼시픽그룹(TPG) 한국지사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MIT 슬론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를 거쳐 모건스탠리 계열 모건스탠리PE 한국 대표를 지냈다. 이상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의 대표는 이 전 부회장의 차남이다. 2014년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4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사모펀드 운용은 자금 모금부터 기업을 운영하고 청산하는 과정 전반을 아울러야 하는 ‘종합예술’로 불린다. 그렇다 보니 최고 수준의 자격을 갖춘 인재들이 사모펀드를 이끌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성과에 따라 어떤 직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만큼의 돈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각 분야 최고급 인력들이 사모펀드로 몰리는 현상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사모펀드의 파트너급 인물들을 보면 글로벌 자본시장 최고 수준의 학력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사모펀드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많으며,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출신도 상당하다. 컨설팅이나 이공계 분야 전공자들도 있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글로벌 IB 혹은 사모펀드 출신들이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5명의 서울사무소 파트너 중 2명이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출신이다. 윤종하 부회장과 부재훈 대표는 김병주 회장과 함께 칼라일그룹에서 재직하다 2005년 MBK를 창립했다. 사모펀드 사관학교로 불리는 골드만삭스는 수많은 인물이 경력을 쌓은 곳이다. 김병주 회장 역시 칼라일그룹에 입사하기 전 골드만삭스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밖에 안상균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대표,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이상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최동석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 등이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막대한 보상에 최고 인재 몰려
법과 회계, 컨설팅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도 많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파트너는 사법연수원 24기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해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법학 석사(LLM) 학위를 받고 김앤장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약해온 인물이다. MBK파트너스의 박태현 파트너 역시 김앤장 M&A 변호사 출신이다. 김광일 대표는 회계사 자격도 갖추고 있다.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연세대에서 MBA 과정을 이수하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 과정도 마쳤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듀크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보스턴컨설팅 그룹에서 경력을 쌓았다. JKL파트너스의 경우 회계사 출신들이 주축이다. 정장근 대표이사는 물론 강민균, 이은상 부사장이 모두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삼정KPMG에서 근무했다. 이해준 IMM PE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프린스턴대 화학과를 나와 펜실베이니아 로스쿨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을 마치고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모펀드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투자기법이 미국에서 가장 발달했고 해외 자금 유치도 해외 유학이나 근무 경험을 통해 쌓은 네트워크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명문대 출신들과 IB업계 출신들이 한동안 사모펀드의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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