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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바닥이라고? 호가는 뛰지만 추격 매수는 잠잠

중앙선데이 2019.06.15 00:02 640호 12면 지면보기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늘고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도 꽤 올랐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쪼그라들었던 주택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황을 9·13 대책 이후 사실상 거래가 끊기면서 매도 호가(부르는 값)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출 등 정부 규제가 견고한 만큼 아직 주택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엔 추격 매수세가 미미한 편이다. 

은마 76㎡형 연초 14억 → 17억 호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1447건으로 쪼그라들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2266건(이하 계약일 기준), 4월 2804건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 거래량은 6월 14일 현재 1761건이 신고됐다. 이 추세라면 3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집값 바닥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매수세의 증가는 일반적으로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특히 9·13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많이 내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팔렸다. 급매물이 빠지면서 재건축 아파트값은 오름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형(이하 전용면적)은 연초 14억원으로 내렸지만 지난달 16억4000만원에 팔렸고, 지금은 17억원을 호가한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 1차 71㎡형은 올해 초보다 1억원가량 뛴 12억6000만원에 최근 계약이 이뤄졌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12억원대 매물은 없고 13억5000만원 이상만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4월 셋째주(19일 기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뒤 상승 폭을 키워가고 있다. 6월 첫째주(7일 기준)엔 0.11%, 둘째주(14일 기준)엔 0.19%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6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값(0.01%)은 지난해 11월 첫째주 이후 3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의 ‘집값 바닥론’의 실체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해석이 많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른 건 9·13 대책 이후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호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의 낙폭 과대주가 팔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택시장 악재로 꼽히던 ‘금리 인상’과 ‘주택 공급’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컸지만 올 들어 경기가 위축하면서 최근에는 인하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기 신도시 역시 서울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되레 서울의 주택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만 심어주는 꼴이 됐다는 평가다.
 
 
가격 불안해지면 정부선 추가 규제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금리와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로 당분간 강남권 집값이 상승세를 보일 수 있겠지만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재건축 등 강남권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의 관심이 부쩍 커졌지만 집값이 바닥이라는 인식보다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자 현금을 실물자산으로 바꾸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투기 성향을 보이며 거래량이 급증했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일선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급매물이 빠지면서 가격이 뛰자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9·13 대책 영향으로 일반 수요가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최근의 상황은 일시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대출 받아 집을 사서 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유주택자가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계속 집을 사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도 안되고, 임대사업 등록을 해도 혜택이 없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겹겹의 규제가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9월에 재산세, 12월에 종합부동산세가 나오면 늘어난 보유세를 체감하면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정부가 추가 규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가격 상승 동력도 크지 않다.
 
다만 금리가 내리고 수조원대의 공공택지·사회간접시설 토지 보상금이 풀리면 주택시장이 돌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시중 유동자금(부동자금)도 언제든 주택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부동자금은 982조126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5조원가량 증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추경 이후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 여부 등이 주택시장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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