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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피격에도…급등하던 국제유가, 금방 잠잠해진 까닭

중앙일보 2019.06.14 11:44
일시적인 정치적 불안은 시장의 수요·공급을 이기지 못한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중동 지역의 작은 사건에도 국제 유가가 심하게 출렁였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13일(현지시간) 오만해에서 피격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고쿠카(國華)산업이 운항하는 화물선 '고쿠카 커래이저스'호의 모습.(사진출처: NHK 홈페이지) [뉴시스]

13일(현지시간) 오만해에서 피격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고쿠카(國華)산업이 운항하는 화물선 '고쿠카 커래이저스'호의 모습.(사진출처: NHK 홈페이지) [뉴시스]

 
중동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에 13일(현지시간) 뉴욕과 런던 시장에서 국제 유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금세 상승폭을 줄이며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당분간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오히려 미ㆍ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게 원유 가격 형성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2%(1.14달러) 상승한 52.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선물거래소의 8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2.23%(1.34달러) 오른 61.31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WTI와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3~4%가량 급등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폭을 줄였다. 
 
최근 국제 유가의 절대적인 수준은 높다고 하기 어렵다. 지난 10일과 비교해도 다소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국제 원유 시장은 1991년 걸프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촉발된 걸프전은 국제 원유 수송에 상당한 불안감을 안겨줬다.
 
국제유가

국제유가

하지만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이에 따른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달보다 1570만 배럴 증가했다. 1991년 이후 5월의 통계로는 가장 큰 규모의 증가세다. 원유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선 미국이 비싼 돈을 주고 중동산 원유를 많이 수입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중동산 원유 수입의 의존도를 크게 낮춘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동 지역의 일시적인 긴장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EIA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원유는 하루 100만 배럴에 그쳤다. 약 30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2003년의 경우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을 수입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컨설팅업체인 IHS 마킷은 지난 3월 국제 원유 수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원유 수요 부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OPEC은 “올해 상반기에 걸쳐 글로벌 무역분쟁이 심화했고 이것이 글로벌 원유 수요의 증가세를 약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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