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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도 잘 보면, 눈·코·입이 보인다는 이 사람

중앙일보 2019.06.14 11:00
[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47)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혹은 가끔 떠나는 자연 속에서 “와~ 저건 꼭 누구 얼굴 닮았다”는 말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독 그런 모양을 잘 발견해 눈썰미가 좋다는 평을 받는 사람도 있다. 20년 넘게 사물과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얼굴 모양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을 남기고 전시회도 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에너지보충과 회복을 위한 스포츠 영양제품을 만드는 아이엠프로틴의 박은서(51) 부사장이 주인공이다. 일상 속에서 작은 발견을 하고 의미부여를 하는 사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습관이 된 결과라고 한다. 최근에는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발견은 기쁨이당(발기당)’ 전시회도 5회째 열고 있다.
 
'발견은 기쁨이당(발기당)' 전시회에 출품한 사진 앞에 선 박은서 부사장. 사물과 자연 속 얼굴 모양 사진을 20년 넘게 수천장 찍어왔다. [사진 이상원]

'발견은 기쁨이당(발기당)' 전시회에 출품한 사진 앞에 선 박은서 부사장. 사물과 자연 속 얼굴 모양 사진을 20년 넘게 수천장 찍어왔다. [사진 이상원]

 
전시회 컨셉과 제목이 특이하다. ‘발기당’이 무슨 뜻인가?
일상 속에서 눈, 코, 입 등 얼굴 모양을 발견해 사진으로 남기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열고 있는 전시회인데 ‘발견은 기쁨이당’이란 뜻이에요. 처음에는 ‘발견은 기쁨이다’였는데 ‘발기당’으로 바꾸고 참가하는 사람들을 ‘발기당원’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재미있잖아요.

2013년부터 5회째 열고 있는데 저는 2회째부터 참여하고 있어요. 일상 속 작은 발견을 해학적으로 풀고 공유함으로써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나누는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죠. 당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주부, 교수, 사업가, 디자이너, 학생, 건축가 등 다양합니다.
 
언제부터 얼굴 사진을 찍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나?
처음 얼굴 사진을 찍은 것은 90년대 초였어요. 밥통 버튼을 보는데 딱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찍어서 친구에게 보여주니까 재미있어해요. 그때부터 찍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수천장입니다.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주위의 얼굴 모양이 쉽게 눈에 띄었어요.

주위에 “이거 얼굴 같지 않아?” 하면 신기해했지요. 휴대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모았지요. 그러다가 SNS가 유행하면서 하나씩 올렸는데 많이들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컬렉션 만든다는 기분으로 부지런히 올렸더니 하나의 스토리가 되네요.
 
박 부사장이 처음으로 찍은 얼굴 사진. 밥통을 보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사진 박은서]

박 부사장이 처음으로 찍은 얼굴 사진. 밥통을 보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사진 박은서]

 
특별히 눈썰미가 좋다거나 재능이 있는 건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아트디렉터(art director)로 일했어요. 아무래도 전공과 직업 특성상 상대적으로 조금 독특한 시각은 발달했겠죠.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어릴 때부터 이상하리만치 일상 속 얼굴 비슷한 모양이 눈에 잘 들어왔어요. 재능은 모르겠는데 눈썰미는 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부여’가 중요한 것 아닐까 해요. “이거 누구 얼굴 같지 않아?” 듣고 보면 그렇게 보이는 식이죠. 심리학이나 마케팅, 광고 등의 분야에서는 ‘프레이밍’(framing)’이라고 합니다. 의미를 부여하고 틀을 만들어 주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죠.
 
무엇처럼 보이는가? 박 부사장이 발견하고 각각 ‘도널드트럼프FACE’(왼쪽), ‘놀라움FACE’(오른쪽)라고 제목 붙인 작품. ‘의미부여’, ‘프레이밍’의 위력이라고 한다. [사진 박은서]

무엇처럼 보이는가? 박 부사장이 발견하고 각각 ‘도널드트럼프FACE’(왼쪽), ‘놀라움FACE’(오른쪽)라고 제목 붙인 작품. ‘의미부여’, ‘프레이밍’의 위력이라고 한다. [사진 박은서]

 
25년 넘게 수천장의 사진을, 그것도 같은 컨셉으로 찍어온 것이 대단하다. 일이라면 못했을 텐데 비결이라면?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니까 해 왔죠. 발견의 기쁨이 대단합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것인데 각도를 달리하거나 의미부여를 다르게 하면 안 보이던 것이 어느 순간 탁! 하고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의 희열은 대단하죠. 반갑기도 하고요.

표현의 욕구, 배출의 욕구가 충족되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낍니다. 삶의 소소한 행복이 별것이 아닌 것 같아요. 바로 옆에 있는데 발견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Color Therapy FACE'라는 작품이다. 통통 튀는 노란색에 둥그런 이목구비가 어린아이 얼굴 같아 보인다. [사진 박은서]

'Color Therapy FACE'라는 작품이다. 통통 튀는 노란색에 둥그런 이목구비가 어린아이 얼굴 같아 보인다. [사진 박은서]

 
‘발기당’ 전시회에 2회부터 참여했다는데 왜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나?
몰랐어요. 2011년에 광고주였던 자전거 브랜드 후원으로 개인전을 연 적이 있어요. 자전거 부품이나 용품 그리고 일상 속 얼굴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했죠. 제목이 〈FACE INSIGHT〉였고요, ‘낯선 사물에서 찾아낸 익숙한 표정 – 모든 사물에는 표정이 있다’라는 설명을 붙였어요. 평소 제 SNS와 이런 전시회를 눈여겨본 지인이 ‘발기당’을 소개해 줬지요. 비슷한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그때부터 매회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 부사장이 처음 연 개인전 ‘FACE INSIGHT’ 팸플릿 표지. 모두 자전거 용품 속 발견되는 얼굴 사진을 모은 것이다. [사진 박은서]

박 부사장이 처음 연 개인전 ‘FACE INSIGHT’ 팸플릿 표지. 모두 자전거 용품 속 발견되는 얼굴 사진을 모은 것이다. [사진 박은서]

 
멋진 인생 환승이 진행 중인 듯하다. 비결 한 가지만 공유해 준다면?
인생 어느 단계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인생 후반전에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의미부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바위나 나무를 ‘얼굴!’ 하고 보여주면 사람들은 ‘얼굴’로 봅니다. 비슷하게 내 인생도 조금 색다른 시각으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충분히 열심히 살아온 만큼 각자만의 의미가 부여될 스토리는 있지 않나요?
 
평범하게 항상 거기 있던 엘리베이터 버튼과 자작나무도 ‘얼굴’이라 생각하고 다시 보면 ‘얼굴’이 먼저 보인다. 박 부사장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밝힌 의미부여의 힘이다. [사진 박은서]

평범하게 항상 거기 있던 엘리베이터 버튼과 자작나무도 ‘얼굴’이라 생각하고 다시 보면 ‘얼굴’이 먼저 보인다. 박 부사장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밝힌 의미부여의 힘이다. [사진 박은서]

 
한동안 어디에나 ‘창조’를 붙일 때가 있었다.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하지만 평범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작은 거라도 새롭게 만들어 내기가 쉽나.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서 새롭게 보고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할 만하다.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쉬워질 수 있다.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는 새로운 기대감으로 ‘발기당’에 가입해서 당원이 되었다. “발견은 기쁨이당!”
 
이상원 중앙일보 사업개발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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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이상원 중앙일보 사업개발팀장 필진

[이상원의 소소리더십]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나며 성공보다 성장이 행복의 열쇠임을 알았다. 소탈한 사람들의 소박한 성공 스토리 속에서 그들의 성장을 이끈 소소한 리더십을 발견해서 알리는 보람을 즐긴다. “애송이(이탈리아어로 ‘밤비노’)들의 성장을 돕는다”라는 비전으로 ‘밤비노컴퍼니’를 운영 중이다. ‘몸을 바꾸려고 했는데 인생이 바뀐’ 성장스토리를 담은 『몸이 전부다』를 출간(2017년)했다. 학교, 군부대, 기업 등에서 ‘성장의 기회와 비결’에 대해 강연을 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연습을 통한 실력축적과 함께 생각, 말, 행동 등의 좋은 습관으로 키워지는 셀프이미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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