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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vs 일자리 3탄···"무인계산, 노인·장애인 쫓아낸다"

중앙일보 2019.06.14 10:30
13일 오전 10시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 50여명이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창동점에 대거 설치된 무인계산기 도입을 반대했다. 남궁민 기자

13일 오전 10시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 50여명이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창동점에 대거 설치된 무인계산기 도입을 반대했다. 남궁민 기자

"계산원들이 무인계산대 때문에 잠을 못 잡니다. 지금은 일부지만 결국은 모두 기계로 대체될 겁니다"(마트산업노조 조합원)
 
13일 오전 10시 이마트 서울 창동점 앞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조합원 50여명이 모였다. 이날 개장 26년 만에 리뉴얼하고 문을 연 창동점은 직원이 있는 계산대를 12대에서 2대로 줄이고 무인계산대 16대를 설치했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 지부 위원장은 "(마트 측이) 일반계산대에 고객 대기가 길어지는 것을 방치하면서 고객이 무인계산대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계산원들은 전환 배치와 타 매장 발령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무인계산대 도입이 노인과 장애인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무인계산대에서 한 장년 고객이 직원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계산 하고 있다. 고령층 고객 가운데 상당수는 무인계산대 사용에 대해 불편을 호소했다. 남궁민 기자

13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무인계산대에서 한 장년 고객이 직원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계산 하고 있다. 고령층 고객 가운데 상당수는 무인계산대 사용에 대해 불편을 호소했다. 남궁민 기자

 
이날 찾은 창동점 출입구 대부분은 무인계산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고객들의 반응은 세대에 따라 갈렸다. 20~30대 고객 대다수는 직원의 도움 없이도 무인계산대를 사용했다. 막 계산을 마치고 나온 강모(29)씨는 "사용법이 어렵지 않아서 금방 끝냈다"며 "특히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반면 무인계산대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애를 먹는 장년층도 심심찮게 보였다. 무인계산대 이용을 하지 않는 노인들이 2곳뿐인 일반계산대에 몰리면서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무인계산대를 이용한 오모(63)씨는 "내 돈 내고 물건을 사면서 왜 직접 계산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일반계산대에서 한 장년 고객이 물건을 계산 하고 있다. 직원이 있는 계산대에는 중장년 고객이 몰렸다. 남궁민 기자

13일 오전 11시 서울 도봉구 이마트 창동점 일반계산대에서 한 장년 고객이 물건을 계산 하고 있다. 직원이 있는 계산대에는 중장년 고객이 몰렸다. 남궁민 기자

 
이마트는 일자리 감소나 고령층 소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규직인 계산원 31명 중 단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고 장애인·노인을 위한 안내 직원도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1인 가구가 늘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난 만큼 신기술을 도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창동점의 운영 성과에 따라 다른 점포에도 무인계산대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무인크레인·승차공유…"혁신과 노동 정책 같이 가야"
지난 4일 오전 울산광역시 북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운행을 멈춘 크레인. [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울산광역시 북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운행을 멈춘 크레인. [연합뉴스]

무인화 등 신기술 도입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3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전국 2500여개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동시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소형 타워크레인의 사고율이 높다며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대부분이 무인 원격 조종으로 운영되는 소형크레인 사용이 늘자 일자리를 위협받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강경한 투쟁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 혁신에 대한 기존 노동자의 반발이라는 점에서 최근 불거진 승차공유 문제도 무인계산대·무인크레인 문제와 궤를 같이한다는 시각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술혁신과 함께 노동자 보호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금인상과 기술혁신이 맞물리면서 일자리 불안이 커졌다"며 "개별 사업장에 맡겨 놓으면 갈등만 커지고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 혁신 전략인 '인더스트리4.0'과 함께 고용보험 확대, 적극적인 직업교육 등의 대안을 담은 '노동4.0'을 내놓은 독일처럼 혁신과 노동자 보호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노동자를 재교육해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신기술로 대체된 노동자를 어떤 방식으로 재배치하고 교육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존 노동자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숙련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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