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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와 같은 공인에 '종북' 표현은 명예훼손 아냐"...대법원 잇단 판결

중앙일보 2019.06.14 06:00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중앙일보]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중앙일보]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이라고 지칭한 방송사와 정치평론가의 표현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재판장 민유숙 대법관)는 이 전 통진당 대표와 그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채널에이와 정치평론가 이봉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각자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종북’ 표현, 의견표명 vs. 명예훼손
 
이씨는 2013년 2월 채널에이의 시사프로그램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5대 종북 부부’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누며 이 전 대표 부부를 3위로 꼽았다. 이어 이 전 대표를 두고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생각한다,” “애국가도 안 부르는 전형적인 종북의 예” 등의 발언을 했다. 방송 중에는 이 전 대표 부부의 얼굴 사진이 계속해서 노출됐다.  
 
이에 이 전 대표 부부는 채널에이와 이씨에 대해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이 전 대표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이와 같은 표현은 이정희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발언으로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이라며 채널에이와 이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각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 전 대표의 남편인 심씨가 제기한 초상권 문제도 사진이 방송에 노출되어 사익 침해가 크다고 봤다.  
 
대법원의 의견은 달랐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표현이 “이정희와 심재환이 공인으로서 그동안 취해 온 정치적 행보나 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심씨가 제기한 초상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사진이 방송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입는 피해의 정도가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정치적 표현에 대한 명예훼손 책임 인정 더 신중해야”
 
이 전 대표 부부가 ‘종북’ 표현과 관련된 명예훼손 소송에서 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수논객 변희재 씨가 이 전 대표 부부를 종북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판결과 함께 대법원은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인과 같은 공인에게 정치적인 이유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을 이유로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와 같은 판결 취지에 따라 지난 4월에도 대법원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종북'이라고 표현한 변씨에게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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