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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자의 날] “의사는 헌혈 안 한다고요?” 120회 ‘헌혈 전도사’ 최창휴 교수

중앙일보 2019.06.14 05:00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 최창휴 가천대 교수. ’100번 넘은 게 별것도 아닌데 헌혈로 주목받게 돼 부끄럽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 최창휴 가천대 교수. ’100번 넘은 게 별것도 아닌데 헌혈로 주목받게 돼 부끄럽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의사는 헌혈을 안 한다고요? 만일 그렇다면 몸에 안 좋아서 피하는 게 아니라 바빠서일 거예요. 의사 뿐 아니라 많은 30~40대 직장인은 생활이 불규칙해서 헌혈하기 어렵거든요. 의사들이 헌혈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겠죠.”
 
지난 12일 오후 2시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에서 만난 최창휴(50)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최 교수는 120회 ‘다(多) 헌혈자’로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2005년 5월 이 대학에 부임한 최 교수는 소아 심장수술 전문가다. 15년간 흉부외과 의사로 일하며 베트남·캄보디아 등을 찾아 심장병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지난해엔 평창 겨울올림픽 ‘스키 응급진료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최 교수가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건 2006년이다. 젊은 외과의 시절엔 수술실에서 쓰는 그 많은 피가 어떻게 오는지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대개 국내 병원에선 수술시 필요한 혈액을 약 처방하듯 전자시스템으로 요청하면 병원 혈액은행은 저장돼있는 보유분을 보내준다. 최 교수는 “오더(주문)만 내리면 쓸 수 있는 것이라 여겼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모은 것이라곤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즈음 캄보디아에서 의료 봉사했던 경험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의료 환경이 열악했던 당시 캄보디아에서 많은 피를 급하게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병원 측은 전화로 사람들을 불러 피를 모아 혈액형만 맞춰 바로 수혈했다. 같이 갔던 의료진까지 헌혈 해 곧장 환자에게 수혈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피 수급부터 공급까지를 한 자리에서 지켜 보며 헌혈과 혈액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의사는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을 주문하는 사람인데 저는 몇 번이나 했을까 헌혈원에 문의했어요. 딱 7번 했더라고요. 대학생 시절 헌혈차 보이면 별 뜻 없이 했던 거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교수는 그간 7번 했으니, 이번엔 70번까지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스마트폰에 헌혈 주기를 알려주는 ‘스마트헌혈’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알림이 올 때마다 헌혈의 집을 찾았다. 
2009년부터는 학생들에게도 권유해 현재까지 200여명이 동참했다. 최 교수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제자들과 피를 뽑는다“고 했다. 헌혈하고 있는 최 교수(맨오른쪽)과 함께 헌혈의 집을 찾은 학생들. [사진 최창휴 교수]

2009년부터는 학생들에게도 권유해 현재까지 200여명이 동참했다. 최 교수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제자들과 피를 뽑는다“고 했다. 헌혈하고 있는 최 교수(맨오른쪽)과 함께 헌혈의 집을 찾은 학생들. [사진 최창휴 교수]

2009년부터는 학생들에게도 권유해 현재까지 200여 명이 동참했다. 최 교수는 “절대 강요하지 않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제자들과 피를 뽑는다. 어제는 아들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그가 의대를 다니던 시절엔 혈액에 관해 배우는 ‘진단검사의학과’ 실습 때 헌혈 체험을 했지만 지금은 교육과정에서 빠져 학생들이 접할 기회가 적어졌다. 
 
심장전문가가 볼 때 헌혈은 정말 몸에 무리가 없을까. 그는 “개인적으로 헌혈은 머리카락이 길면 자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일부에선 ‘헌혈하면 몸에 안 좋다’고 오해하는데 지병이 없다면 심장 등 우리 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몸 속의 피는 배출되고 생성되길 반복하기 때문이다. 1회 헌혈량인 400mL는 3~4일만 지나도 새롭게 만들어진다. 
 
최 교수는 “간혹 헌혈 후 ‘어지럽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채혈 과정에서 긴장해 혈압이 떨어졌기 때문이지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고 했다. 이어 “어떤 분들은 ‘내가 수술받을 땐 가족의 피를 받고 싶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식편대숙주병’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일반인들의 오해 때문에 국내 헌혈률이 저조한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헌혈을 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헌혈을 위해 별도의 건강관리를 하진 않는다. ‘잘 먹기, 잘 자기, 잘 놀기’가 건강의 비결”이라고 했다. 
 
고석현·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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