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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제2의 여수 거북선 없나②] 출렁다리도 취약…“미·영선 관광시설 10~20년마다 교체”

중앙일보 2019.06.14 05:00 종합 5면 지면보기
“바람불면 덜컹” 낡은 펜스에 불안 떠는 주민들
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강촌콘도미니엄 신축공사 현장 아래 주택가에서 만난 한 주민이 철제펜스 때문에 바람이 부는 날이면 불안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강촌콘도미니엄 신축공사 현장 아래 주택가에서 만난 한 주민이 철제펜스 때문에 바람이 부는 날이면 불안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콘도미니엄 신축 현장. 벼랑 끝에 설치된 철제 안전펜스가 바람이 불 때마다 ‘텅텅’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언덕 아래에는 가로 50㎝, 세로 2m 길이의 철제 펜스 2개가 마을 쪽으로 떨어져 있었다. 공사장 아랫마을에 사는 주민 서숙자(72·여)씨는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며 “혹시나 펜스가 떨어질까 봐 바람 부는 날엔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시급
“짓다 만 콘도 펜스 바람 불면 덜컹”
방치된 공사장이 주민 안전 위협
안전망 안 갖추고 집라인 운영도

이 콘도는 장기간 폐허로 방치돼 주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993년 11월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1997년 12월 공사가 중단됐다. 연면적 1만8510㎡인 공사장 옆에는 펜션과 등산로가 있어 관광객의 출입도 잦다. 당시 춘천시는 강촌 일대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콘도를 유치했으나 건설이 중단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공사장 내 철제 펜스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최근 보강 공사를 했지만, 아직도 위험한 곳이 꽤 남아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주민 안전을 고려해 급한 대로 시에서 안전조치를 한 것”이라며 “(관리 감독을 하지만) 원칙적으로 펜스 교체는 건축주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가 직접 설치·운영하는 관광시설뿐 아니라 강촌 콘도처럼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도 상당수다. 2015년 2월 충북 보은군에서 발생한 집라인 사망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숨진 초등학생(당시 12세)은 집라인 와이어에 결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관리요원의 출발 지시에 따라 출발했다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집라인 시설 주변에는 탑승자의 추락을 방지하는 안전망이 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997년 12월 공사가 중단되면서 방치되고 있는 강촌 콘도미니엄 신축 현장 철제펜스. 박진호 기자

1997년 12월 공사가 중단되면서 방치되고 있는 강촌 콘도미니엄 신축 현장 철제펜스. 박진호 기자

'우후죽순' 전국 출렁다리들 안전성 “글쎄요”
최근 우후죽순 들어서는 출렁다리의 안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들은 "안전하고 튼튼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발표한 ‘취약 레저시설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길이 100m 이상의 출렁다리 22개 중 상당수가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약 레저시설 현장점검 결과

취약 레저시설 현장점검 결과

당시 감사원은 전남 강진군 망호출렁다리와 저두출렁다리,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연화교, 충남 청양군 청장호 출렁다리 등 4개 출렁다리에서 부식, 케이블 체결 불량이나 변형, 볼트 풀림 등을 발견했다. 또 전남 강진군 석문공원 구름다리, 전남 곡성군 대황강출렁다리 등 13개 출렁다리는 내풍(바람에 견딤)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하지 않았다. 경북 영덕군 블루로드현수교와 충북 음성군 응천십리벚꽃길출렁다리 등 7개 출렁다리는 낙뢰 보호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적발됐다. 지난 4월 예당호 출렁다리를 개통한 충남 예산군은 일각에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이달 초 합동점검반을 꾸려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 시설물만이 아니다. 인도가 없어 보행자와 차량이 뒤엉키는 관광지 거리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경북 경주 ‘황리단길’이 대표적이다. 대구에 사는 김영진(33)·김은경(35)씨 부부는 지난 8일 황리단길을 찾았다가 좁은 도로에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켜 아찔한 통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부 관광객들은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도로 한복판에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사람을 피해 중앙선을 넘나드는 차량도 자주 눈에 띄었다. 김씨는 “아내와 손을 잡고 나란히 걷기에 위험해 사람들을 따라 벽에 붙어 걸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과 휴일이면 관광객과 차량이 엉키는 경주 황리단길 모습. [뉴스1]

주말과 휴일이면 관광객과 차량이 엉키는 경주 황리단길 모습. [뉴스1]

황리단길, 보행자 전용 통로 필요 목소리
경주시에 따르면 황리단길은 지난해 94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황리단길과 맞닿아 있는 대릉원 방문객만 연간 118만60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대릉원과 황리단길 등 경주 시내권 관광객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여서 보행자 전용 통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황리단길을 일방통행으로 변경하기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매출 감소를 우려한 주변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처럼 국내 관광시설들의 안전관리가 소홀한 데도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나 통계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국가안전대진단 추진결과’에 따르면 전체 점검 대상 16만1588곳 중 16.7%(2만6990곳)에서 안전미흡 사항이 적발됐다. 이중 위반 사항이 중대한 2263곳은 행정처분이 내려졌으며, 나머지 9218곳은 현장 시정조치를 했다. 
 
몸무게 70㎏인 성인 3150명이 동시에 통행할 수 있다는 충남 예산군 예당호 출렁다리. [중앙포토]

몸무게 70㎏인 성인 3150명이 동시에 통행할 수 있다는 충남 예산군 예당호 출렁다리. [중앙포토]

관광지, 안전관리 시스템·통계도 없어
문제는 행정처분을 받은 곳 가운데 61%(1402건)를 건설 공사장이 차지한 점이다. 나머지 49%(861곳)도 식품 제조·판매업체나 유해 화학물질 취급시설 등이 대부분이었다. 심규형 인천대 안전과학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안전대진단이 건설이나 식품·화학 분야에 치중되면서 지자체들이 관리하는 관광·문화시설 등에 대한 점검이 소홀해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관광 시설에 대한 점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안·춘천·경주=최경호·박진호·김정석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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