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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시 “대~한민국!” 울려퍼진다

중앙일보 2019.06.14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결승전이 열리는 폴란드 우치에 여장을 푼 이강인. U-20 월드컵에서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은 16일 열리는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도 선전을 다짐했다. [우치=연합뉴스]

결승전이 열리는 폴란드 우치에 여장을 푼 이강인. U-20 월드컵에서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은 16일 열리는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도 선전을 다짐했다. [우치=연합뉴스]

이쯤 되면 ‘이강인 신드롬’이다. 대한민국과 유럽이 이강인(18·발렌시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16일 오전 1시(한국시간) 폴란드 우츠 스타디움에서 우크라이나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다. 축구 팬들은 남자 축구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행을 이끈 이강인에게 열광하고 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1골·4도움을 기록하면서 U-20 월드컵을 자신의 쇼케이스 무대로 만들었다. 지네딘 지단(47·프랑스)의 전매특허인 마르세유 턴을 자유자재로 선보였다. 한 발로 공을 정지시킨 뒤 몸을 360도 돌려 상대를 따돌리는 기술에 축구 팬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07년 6세 때 TV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했던 축구천재 소년이 스페인으로 건너가 ‘강인’하게 잘 자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의 ‘성장 드라마’ 같은 사연은 팬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여성축구팬 윤효진(45·서울 잠원동) 씨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이강인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모성애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지난 4월 첫 소집 때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많은 축구 팬들은 그때부터 그의 당당함에 매료됐다. 막내지만 형들을 챙기는 마음도 기특하다. 이강인은 지난 12일 에콰도르와 4강전에서 승리한 뒤 “‘진짜’ 저보다는 형들이 ‘진짜’ 고생도 많이 하고, 코칭스태프 분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면서 한 문장에 ‘진짜’란 단어를 세 차례나 썼다. 그러자 팬들은 이강인을 향해 “진짜가 나타났다”고 환호했다. 이강인이 최종 2팀이 겨루는 결승전에 안착하자 ‘2강 in’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국민들은 지난 2일엔 토트넘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끈 손흥민(27)을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쳤다. 요즘에는 이강인의 플레이를 보려고 새벽에 알람을 맞춘다. 한국-에콰도르 4강전은 12일 오전 3시30분에 킥오프했다.  새벽 시간이었는데도 지상파 TV 3사의 시청률 합계는 11.01%로 집계됐다. 덩달아 맥주 판매와 치킨 배달이 급증했다. 지난 11일 이마트24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날 대비 76.4% 증가했다.
 
U-20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자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승하면 병역 특혜를 주자’는 글이 올라왔다. “강인아, 형이 대신 군대 갈게”란 댓글도 달렸다. 물론 이번 대회 입상과 병역 혜택은 무관하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 동메달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폴란드 현지에서도 이강인은 이번 대회 ‘최고 스타’다. 유럽 열성 팬들은 한국 선수단이 머무는 호텔을 찾아가 이강인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다. 현지에서 그의 인기는 K팝 스타와 맞먹는다.
 
유럽 명문 구단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 소속인 미드필더 이강인의 바이아웃(계약기간 남은 선수를 데려갈 때 지불해야 할 최소 이적료) 금액은 8000만 유로(약 1072억원)나 된다. 그런데도 스페인 라디오방송 카데나 세르는 13일 “스페인 레반테가 이강인의 에이전트와 접촉했다. 레반테는 1부 리그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조건을 내걸고 이강인을 설득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 매체인 수페르 데포르티보도 “네덜란드의 아약스와 PSV 에인트호번도 이강인의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에인트호번보다 아약스의 영입 의사가 더 강하다”고 전했다. 아약스는 손흥민의 뛰는 토트넘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맞붙은 팀이다. 에인트호번은 박지성(38)과 이영표(43)가 뛰었던 낯익은 구단이다.
 
U-20 대표팀 응원 편지를 쓴 대구 신암초 학생들. 정정용 감독이 이 학교 출신이다. [뉴스1]

U-20 대표팀 응원 편지를 쓴 대구 신암초 학생들. 정정용 감독이 이 학교 출신이다. [뉴스1]

16일 결승전이 열리는 폴란드 우츠 스타디움은 1만8000석 규모다. 입장권은 이미 매진됐는데 9000원짜리 티켓은 현재 암표 시장에서 10만~1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직선거리로 800㎞밖에 되지 않는다. 비행기로 1시간30분 밖에 안 걸린다. 결승전은 우크라이나의 홈 경기장 같은 분위기가 예상된다. ‘이강인과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폴란드로 향하는 한국 축구팬도 있다.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 50명이 결승전에서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폴란드로 날아갔다.
 
지난 12일 U-20 월드컵 4강전 두 경기를 지켜본 유럽팀 스카우트는 155명이나 됐다. 이들은 결승전 당일에도 이강인을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 결승전이 열리는 16일 전국 곳곳에서는 ‘이강인과 아이들’을 위한 거리응원전이 펼쳐진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인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대구 DGB대구은행파크 등에서 “대~한민국”과 “이강인!!!”이 울려 퍼진다.
 
이강인 신드롬
● 축구팬 열광: “진짜가 나타났다” “2강 in(결승에 진출했다는 뜻으로 이강인의 이름을 활용한 것)”
● 유럽팀 러브콜: 네덜란드 아약스·에인트호번, 스페인 레반테 등
● TV시청률: 새벽 에콰도르전 11% (TV 3사 합계)
● 길거리 응원: 결승전 광화문 등 전국 거리응원
● 유통가 들썩: 치킨·맥주 판매 급증
● 병역면제 혜택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올라와
 
우치=송지훈 기자, 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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