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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최대 시위···홍콩 이해한다" 트럼프, 시진핑을 긁다

중앙일보 2019.06.13 15:30
“홍콩 리스크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에) 새 변수가 됐다.”(포브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제2의 우산 혁명’ 조짐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홍콩 시민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하며 미·중 무역 전쟁의 갈등 전선이 홍콩으로 옮겨붙을 태세다. 가뜩이나 화웨이와 관세 문제로 대립하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이어 홍콩으로 또다시 충돌할 공산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홍콩 시위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홍콩과 중국이 (문제를) 잘 해결하길 바란다”며 “100만명이 시위를 했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시위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발생 이유를 “이해한다”는 말도 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홍콩 정부는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으로 모일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국무부의 공개적 지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위는 낮지만 사실상 홍콩 시민의 저항권에 공감을 나타내며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콩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법죄인 인도법 추진을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온 시위대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홍콩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법죄인 인도법 추진을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온 시위대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미 정치권에서도 지지와 연대를 잇달아 표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고도의 자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재평가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내 최소 12명 이상이 트위터를 통해 홍콩 시위에 지지 입장을 밝혔고, 일부는 홍콩 정부가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직접 촉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강행하겠다고 하자 시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입법부 청사 주변 도로를 봉쇄한 뒤 시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강행하겠다고 하자 시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입법부 청사 주변 도로를 봉쇄한 뒤 시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내정간섭’이라 규정하며 강경 반발하고 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홍콩 입법 문제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반대한다”며 미국 등을 겨냥, “일부 국가들이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언론도 이번 반중 시위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9일 시위에 대해 “외국 세력, 특히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의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그런 심각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펠로시 의장 등의 발언에 대해 “중국과 대립하는 데 홍콩을 카드로 쓰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홍콩의 급진 반대파는 정치적 사익을 위해 중국을 적대시하는 외부세력과 한통속이 됐다”고 비난했다.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 탓에 홍콩 당국은 12일로 예정했던 법안 심의를 미룬 상태지만 시위대는 끝까지 저지하겠다며 향후 추가 시위를 예고해 사태는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번 시위를 “노골적으로 조직된 폭동의 선동”이라 규정한 뒤 법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폭력시위가 심해질 경우 중국과 미국이 직접 개입하며 미·중간 갈등이 확산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양국은 무역전쟁 와중에 대만 이슈로도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이 지난 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하며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 열릴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만남에서 홍콩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CNN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날 때 아마도 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 문제는 확실히 백악관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테이블에서 홍콩을 둘러싼 일국양제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십년간 이어진 미국과 홍콩 간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독립적인 사법제도가 홍콩의 강점인데 중국이 홍콩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자 홍콩 우대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단 목소리도 미 의회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간 홍콩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생각하고 관세부과나 제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점차 홍콩이 중국화되고 있다며 제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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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CNN 등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시위 당시 경찰이 고무탄, 최루탄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SCMP에 따르면 70명 이상이 다쳤는데 2명은 중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경찰이 쓰러진 시위대에 곤봉을 마구 휘두르며 구타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과잉진압이란 비판도 나온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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