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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앞바다 도굴 문화재 36년만에 회수… "문화재적 가치 높아"

중앙일보 2019.06.13 12:04
1980년대 초반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중국 송나라 때 도자기를 30년 넘게 숨겨온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공조수사를 벌여 회수한 전남 신안 앞바다 도굴 추정 중국 도자기. 신진호 기자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공조수사를 벌여 회수한 전남 신안 앞바다 도굴 추정 중국 도자기. 신진호 기자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신안 해저유물 매장해역에서 도굴한 중국 도자기를 자신의 주거지 등에 숨겨 보관해온 혐의(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6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가 보관 중이던 도자기도 모두 회수했다.
 
경찰은 지난 2월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조수사 의뢰를 받고 A씨가 일본을 오가며 도굴한 유물을 처분한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A씨에 대한 출입국 조회와 은닉 예상장소 등을 확인한 뒤 지난 3월 20일 그를 검거하고 경기도의 자택 등에서 도자기 57점을 압수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도자기 판매를 시도했다. 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중국은 공항검색이 까다로워 반출이 어렵자 지난해 8월 도자기 7점을 들고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브로커를 만난 뒤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을 놓고 견해차가 커 실제 매매는 성사되지 않았다.
 
경찰에 검거된 A씨는 “보관 중이던 도자기가 골동품을 수집하던 어머니의 유품으로 도굴된 신안 해저유물인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A씨 지인 조사를 통해 “그가 신안 유물 진품이 맞는다며 판매를 시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1980년대 경찰 등 수사기관의 문화재 도굴 사범 집중단속으로 지인이 구속되자 A씨가 바로 밀매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 오랜 기간 보관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공조수사를 벌여 회수한 전남 신안 앞바다 도굴 추정 중국 도자기. 신진호 기자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공조수사를 벌여 회수한 전남 신안 앞바다 도굴 추정 중국 도자기. 신진호 기자

 
문화재청 감정 결과 이번에 압수한 도자기는 1300년 전 송나라 때 저장성(浙江省)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됐다. 도자기 중 ‘청자 구름·용 무늬 큰 접시’(구경 33㎝·높이 6.5㎝·저경 12.2㎝)는 신안군 증도면 방축리 도덕도 앞 ‘신안 해저유물 매장해역’에서 발견된 ‘청자 구름·용 무늬 큰 접시’와 동일하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청자 구름·용 무늬 큰 접시는 외면에는 연꽃잎 무늬가 양각돼 있으며 중국 원나라 때 최대 청자 생산지인 용천요(龍泉窯)의 대표적 작품이다. 신안선 무역품 중 2만5000여 점이 중국 도자기로 이 가운데 60%가량이 용천요 청자로 알려져 있다.
 
용천요는 중국 최대의 청자 생산지로 북송~명나라 때까지 크게 발전했다. 13~14세기에는 대량으로 도자기를 생산,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고려와 일본·동남아시아·서아시아까지 수출이 이뤄졌다. 당시 대표적 도자기가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하다.
 
경찰이 회수한 도자기 중 ‘흑유잔’(구경 12.4㎝·높이 7.5㎝·저경 3.9㎝)은 송나라 때 복건성(福建省) 건요(建窯)에서 생산된 것으로 검은 유약에 토끼털 모양이 남아 있어 ‘토호잔’이라고도 불란다. 이번 압수 문화재 중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제일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안 해저유물 매장해역은 1981년 6월 16일 사적 제274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1976년 1월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된 뒤 1984년까지 11차례에 걸친 발굴조사와 작업을 통해 선체와 2만2000여 점의 유물이 인양됐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선박이 중국 항저우를 떠나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가던 무역선으로 1323년쯤 침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가 13일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신안 앞바다 도굴문화재 은닉사범 검거사건 브리핑에서 회수한 도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문화재청 관계자가 13일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신안 앞바다 도굴문화재 은닉사범 검거사건 브리핑에서 회수한 도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당시 도굴꾼들은 정부의 수중 발굴작업이 없는 틈을 노려 잠수부를 동원, 야간에 문화재를 도굴했다. 경찰은 이번에 압수한 문화재 역시 도굴꾼을 통해 A씨에게 넘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감정 결과 신안 유물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일반인은 보관할 수 없는 문화재”라며 “회수한 문화재는 보존상태가 우수해 학술적 자료뿐 아니라 전시·교육자료로도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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