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법원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희생자와 유족에게 손해배상해야"

중앙일보 2019.06.13 12:01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사망한 A씨와 그의 아들 B씨에게 대법원이 “서초구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서초구가 산사태 주의보ㆍ경보를 발령하지 않는 등 과실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토사로 뒤덮인 남부순환도로와 주변. [중앙일보]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토사로 뒤덮인 남부순환도로와 주변. [중앙일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B씨가 정부와 서울시ㆍ서초구를 상대로 “산사태 예방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재심리를 위해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1ㆍ2심 “주민들에게 대피 지시 안 한 건 의무 의반”

 
2011년 7월 27일, 쏟아지는 폭우로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16명이 숨지고 51명이 다쳤다. B씨의 아버지인 A씨도 산사태 희생자 중 하나였다. 아들 B씨는 정부와 서울시ㆍ서초구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약 1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난관리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및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적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1ㆍ2심 재판부 모두 서초구가 A씨와 아들 B씨에 대해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전국의 모든 재난 발생 위험지를 예측하여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서울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산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한 수해 예방을 철저히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서초구는 산사태 당시 송동마을을 포함한 우면산 일대 산사태 위험지역의 주민들에게 산사태 경보를 발령하고 안전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지시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산사태 당시의 호우가 유례없는 집중호우였다는 상황에 비추어 손해배상의 범위를 50%로 제한해 약 2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줄였다. 2심은 서초구에게 장례 비용을 제외한 약 1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서초구가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더라도 당시 A씨가 75세의 노인이었고, 혼자 거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서초구청의 대피 권고에도 A씨가 제대로 대피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서초구가 대피 권고했으면 살았을 것”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서초구청이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하고 주민 대피 조치를 취한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면 아들 B씨가 아버지 A씨를 대피시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거나 A씨의 지인들이 알려줬을 거라고 봤다.

 
A씨가 제대로 대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2심 판단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A씨는 오랜 기간 송동마을에 거주해 주변 지리에 익숙하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방법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1984년부터 송동마을에 거주했다.

 
대법원은 서초구의 의무 위반행위와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배상 규모를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2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