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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과감히 쓰라"지만 민주당에선 '소주성'이 사라졌다

중앙일보 2019.06.12 17:20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이 원내대표, 박광온 최고위원, 김해영 최고위원.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이 원내대표, 박광온 최고위원, 김해영 최고위원. 변선구 기자

여야 할 것 없이 각 당의 공식 회의 때 나오는 공개 발언은 일종의 대국민 메시지다. 1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고(故) 이희호 여사에 대한 추념부터 U20 축구대회 결승 진출, 북유럽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의 막말 논란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소재가 화두에 올랐다. 그런데 한 달 여전까지만 당 공식 회의에서 자주 등장하다가 최근 사라지다시피한 말이 있다. 바로 소득주도성장(이하 소주성)이다.
 
가장 최근에 이 말이 등장한 것은 지난달 27일로 박광온 최고위원이 “통계청의 처분가능소득 지표는 소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지명직인 이수진 최고위원이 “소주성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키워야 한다”고 발언했다. 박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친문'으로 꼽히며, 이 최고위원은 노동계 몫이다. 두 사람 다 소주성과 밀접한 관계인 셈이다. 
 
반면 지난달 9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인영 원내대표의 경우 당 오전 공식 회의에서 소주성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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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만 해도 다른 양상이었다. 최고위원회의나 확대간부회의, 정책조정회의, 원내대책회의 등 공식 회의에선 자주 소주성이 화두가 됐다. 발언 내용도 “민간소비가 기대 이상으로 증가한 것은 소주성에 따른 임금 상승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1월 29일 원내대책회의, 조정식 정책위의장),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로 이 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키라는 게 국민의 명령”(3월 13일 최고위원회의, 박광온 최고위원)과 같이 자신만만했다.
 
소주성을 둘러싼 발언 양상이 바뀐 건 악화된 경제 상황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체감경기는 물론이요, 각종 지표에서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의 한 민주당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지지율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경제 여파로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주최하는 경제 관련 토론회 포스터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주최하는 경제 관련 토론회 포스터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논쟁에 휩싸였던 소주성은 출범 3년 차에 들어선 지금,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상징하게 됐다. 그럼에도 소주성을 옹호하고 나서기에는 성적표가 워낙 안 좋은 게 현실이다. 당 밖에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소주성은 신(新) 케인스주의로 더 과감하게 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지만, 당내 온도는 다르다. 이근현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소주성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에 부정적 프레임이 형성된 것 같다. 부족한 점이나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다소 미흡하다는 분위기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악화한 경제 지표를 들먹이며 연일 “소주성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 개원 협상에서도 한국당은 “경제 파탄 청문회를 열자”는 주장까지 내고 있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2019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테마로 연속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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