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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작심 비판 나선 중국…”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

중앙일보 2019.06.12 12:27
중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언론이 폼페이오 장관 한 사람만을 겨냥한 사설을 게재하는 보기 드문 형식을 통해서다. 그동안 중국 비판에 거침이 없던 폼페이오 장관의 행태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슬로바키아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그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이룩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체제의 발전을 위협하는 '쌍둥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P=뉴시스]

지난 2월 슬로바키아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그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이룩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체제의 발전을 위협하는 '쌍둥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P=뉴시스]

중국 당국의 속내를 전하는 통로로 곧잘 이용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2일 “폼페이오는 (외교 총괄의) 국무장관이면서 오히려 외교에 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폼페이오 한 개인을 상대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환구시보는 우선 “중·미 관계가 전면적인 긴장 상태로 빠지게 된 데는 폼페이오가 개인적으로 역할을 한 측면이 컸다”며 “폼페이오가 중·미 관계를 얼음 구멍으로 빠뜨려 글로벌 외교의 겨울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폼페이오 개인의 경력을 파고들었다.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오르기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1년 정도 근무했는데 이 CIA 수장의 사고로 미국 외교란 함선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사설은 폼페이오가 지난 4월의 한 집회에서 “나는 CIA 국장을 지낸 바 있는데 우리는 거짓말하고 속이며 훔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런 미 국무장관을 상대로 함께 일해야 한다는 건 시대의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폼페이오가 미국 티 파티(Tea Party)당의 멤버라고도 말했다. 미 극우세력의 모임인 티 파티당은 인종차별적이고 대외적으론 복수심에 불타는 집단이라며 폼페이오는 국무장관이란 지위를 자신의 정치적 분노 배설과 야심을 채우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세계에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남을 헐뜯으며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세계에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남을 헐뜯으며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신문은 “폼페이오는 난폭하고 갱단의 냄새가 나며 ‘어떤 악독한 짓’도 할 인물”이라며 “마치 칵테일 파티에 권총을 차고 들어가 의식적이든 아니든 그 권총을 내보이는 행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과 비핵화 담판을 벌이는 북한이 폼페이오를 “환영받지 않는” 인물이라며 그가 나타나면 협상 테이블이 혼란에 빠진다고 한 주장을 들먹였다. 지난 4월 북한 외무성은 “폼페이오가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판이 지저분해진다”며 교체를 주장한 바 있다.  
환구시보는 끝으로 “폼페이오가 워싱턴 외교의 장애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외교적 도의의 마지노선을 마음대로 짓밟는다면 역사가 폼페이오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관영 언론의 사설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 한 사람만을 특정해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중국에서 한 개인에 대해 비난을 가하는 건 ‘선을 넘어선 공격’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이 초조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중국에 대한 비난 발언의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1989년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발생 30주년을 앞둔 지난 3일엔 “중국이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회가 될 것이란 희망은 내팽개쳐졌다”며 “일당 체제의 중국이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신장(新疆) 지역에선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위구르 문화를 목 조르며 이슬람 신앙을 짓밟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이달 초 유럽 순방에 나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휘하는 미 국무부는 지난 10일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혀 중국 당국으로부터 내정 간섭이라는 격렬한 반발을 샀다. 또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선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해 중국 포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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