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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로키(low-key)'?…현대중, 타다 이슈에 입 다문 민주당

중앙일보 2019.06.12 06:00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방문을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방문을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법인분할) 결정은 정치권도 주목하는 쟁점이었다. 노사 갈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이슈였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의 폭력 행위는 책임 공방으로 이어졌다. 사측은 “불법 폭력은 엄벌해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강조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용역 깡패를 고용해놓고 노조에 덮어씌운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야당은 민주노총 소속 현대중공업 노조의 폭력 행위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귀족 노조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경찰관에서 폭력을 가하는데도 공권력은 아무런 힘을 못 쓰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학교 체육관의 벽면이 파손돼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학교 체육관의 벽면이 파손돼 있다. 송봉근 기자

노조의 입장에 힘을 실어 준 정당도 있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진짜 속셈은 현대가 경영권 편법승계”라고 사측을 비판했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도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은 국가 균형발전 원칙, 경제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재벌 체제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용했다. 2주째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변인 논평은 물론 당 최고위 등의 공식 회의에서는 관련 언급이 없었다. 2017년 현대중공업 인적분할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4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타워크레인노조의 총파업 때도 비슷했다. 전국의 건설현장이 마비됐을 때도 민주당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이는 민주당의 의도적인 ‘로키(low-key) 전략’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집권당으로서 노동계 등의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조승현 당 부대변인은 “비판만 하면 되는 야당과 달리 이해관계를 조정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여당의 역할이다 보니 가볍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이 한창 이슈가 됐을 때 당 회의에서 “물적 분할은 울산 노동자에게 피해가 되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이해찬 대표는 “민간의 일인데 당이 개입하기 힘들다”며 신중론을 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중견기업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넥센중앙연구소에서 열렸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외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 부터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 이해찬 대표,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인영 원내대표, 최규옥 오스템 인플란트 대표이사.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중견기업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넥센중앙연구소에서 열렸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외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 부터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 이해찬 대표,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이인영 원내대표, 최규옥 오스템 인플란트 대표이사. 변선구 기자

내년 총선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0~80% 수준으로 고공 행진을 한다면 원래 기조대로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노동계의 대여 투쟁이 격화될 경우 내년 총선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말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의 갈등 문제, 동성애 등 성 소수자 문제,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서 여당의 확고한 목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카풀은 택시 업계 전체가 절박한 심정으로 반대하면서 사회적 갈등 이슈가 됐지만, 타다는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갈등을 조정해내는 게 정치권의 임무이긴 하지만 민간 영역은 개입하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지속되는 여야 대립을 풀어 추가경정예산 등의 현안을 풀어야 하는 점도 여당에는 부담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에 강경한 입장을 냈다가 또 다른 갈등이 터지면 해법을 찾아가던 정국이 더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교수는 “여야 갈등이 고조된 상태에서 또 다른 전선(戰線)이 만들어지면 부담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김경희ㆍ윤성민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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