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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극적 한판승? 조삼모사 쇼?…멕시코협상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9.06.12 05:30
트럼프의 극적 한판승인가, 조삼모사 식의 협상 쇼인가. 
 

미 언론 "기존 합의안 재탕…새로운 것 없다"
트럼프 "중요한 것 더 있어" 관세 압박도 계속
관세폭탄 피한 멕시코 "45일 후 실효성 평가"

지난 7일(현지시간) 가까스로 타결된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 협상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관세 부과 예정일(10일)을 사흘 앞두고 협상 타결을 알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달리 실제 협상 결과가 불분명하고 실효성도 과장됐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뉴욕타임스(NYT) 등 트럼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이다. 특히 NYT는 9일 1면 머리기사에서 복수의 양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합의는 멕시코가 과거에 제안했던 내용이자 지난 몇 개월간 양측이 협의한 사항"이라며 새로운 합의가 아니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8일 “인위적인 데드라인을 정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막판에 불완전하고 의문스러운 거래를 하고 승리를 선언”하는 게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핵협상 때와 같은 수법이고 이미 상대방이 이를 꿰뚫어보는 한계에 부닥쳤다고 하면서다. 트럼프가 멕시코로부터 원하는 만큼 얻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멕시코와 이민 및 안보 협정의 또 다른 매우 중요한 부분에 완전히 서명하고 문서화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중요한 내용이) 머지않은 장래에 밝혀질 것이며 멕시코 의회의 표결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선언문에 드러난 합의 내용 외에 추가적인 게 있다는 의미다. 같은날 백악관 회견에서도 “(멕시코 정부가 의회로부터) 승인을 못받으면 우리는 관세의 측면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차하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압박이다.
 
이번 합의안 중 가시적인 조치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 유입을 막기 위해 남쪽 과테말라 국경에 국가방위군을 배치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NYT는 이것이 기존 합의안의 ‘재탕’이며 '관세 압박'과 무관하게 비슷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양국 관계자를 인용해 “6000명에 이르는 국경 병력 배치는 역대 없던 강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불법 이민 유입 급감을 자신하는 트럼프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보도다.
 
1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 회견 중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 회견 중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EPA=연합뉴스]

관세폭탄을 피한 멕시코 측은 트럼프의 자화자찬에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내가 방금 설명한 내용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45일 후 이번에 합의한 내용이 이민자를 줄이는 효과가 없을 경우 미국이 ‘안전한 제3국(safe third country)’ 지정을 다시 요구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제3국 지정’은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에 강력하게 요구했던 대책으로 이민자들이 미국 대신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하도록 하게 하는 협정이다. 멕시코는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이를 강력히 거부해 왔고 공동선언문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관세 부과' 데드라인에 쫓겼던 이번 협상이 멕시코의 백기를 받아내는 덴 성공하지 못했단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의회 반발을 무릅쓰고 무리한 관세를 매기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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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멕시코가 우리의 위대한 애국자 농민들로부터 대량의 농산물 구매를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썼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대중국 수출이 막힌 미국 농산물을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었다. 하지만 멕시코는 농산물과 관련한 합의가 없었다고 부인해 이 또한 추가 합의사항이 공개될 때까지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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