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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속 中 애국 소비…토종 브랜드 지지, 밀크티 한잔에 8만원도 ‘기꺼이’

중앙일보 2019.06.12 05:00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내 특유의 애국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 외제보단 토종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이 생겨나며 2000%의 프리미엄이 붙은 8만 원짜리 밀크티까지 나왔다. 
 

2000% 더 주고 사먹어…SCMP “중국 브랜드에 기회”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애국심에 고취된 중국인들 사이 토종 브랜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평균 한 잔당 19~23위안(약 3000원)에 팔리는 밀크티의 몸값이 20배 수준인 500위안(약 8만5000원)까지 치솟는 일이 벌어졌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사탕 제조업체인 관성위안(冠生園)은 ‘국민캔디’로 불리는 우유 맛 사탕 ‘다바이투’(大白兎)로 60년간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지난달 사업 다변화 취지에서 상하이 대형 쇼핑몰에 밀크티 팝업 매장을 냈는데 무역 전쟁 격랑 속 토종 브랜드로 눈길을 돌리는 중국인이 늘면서 이 밀크티에 200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게 SCMP의 설명이다. 
 
손님이 몰려들면서 밀크티를 마시려면 평균 4~5시간씩 대기해야 하는데 줄을 대신 서주는 사람에 적게는 100위안(약 1만7000원)에서 많게는 500위안까지 웃돈을 얹어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2시간 줄을 서 다바이투 밀크티를 사 먹었다는 왕샤오량(40)은 “맛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의 경제발전을 약화하려 하는 때에 우리는 토종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보이길 원한다”고 신문에 말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사탕제조업체 ‘관성위안‘의 밀크티 팝업매장에 고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 서 있다. [홍콩 SCMP 캡처]

최근 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사탕제조업체 ‘관성위안‘의 밀크티 팝업매장에 고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 서 있다. [홍콩 SCMP 캡처]

 
매체에 따르면 특히 2000년 이후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토종 브랜드를 소비하는 게 나라를 지지하는 걸 의미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SCMP는 “미·중 무역 전쟁에 관한 모든 것이 암울한 것은 아니”라며 “중국 브랜드에 기회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간 외국산 수입품의 유입으로 많은 토종 브랜드의 명성이 퇴색되는 걸 목격해왔다. 상하이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많은 기업을 되살리고자 했지만 허사였다”라고도 덧붙였다. 
 
지난달엔 중국의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십자포화를 맞자 반미 분위기가 최고조로 치솟으며 ‘무역 전쟁’(Trade War)이란 노래가 대히트를 치기도 했다. 항일투쟁을 다룬 1960년대 영화에 나오는 곡에다 “터무니없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 “싸우길 원한다면 정신을 잃을 때까지 패줄 것”이라는 반미 가사를 입힌 노래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옌팅현의 전직 관료인 자오량전이 1600위안(약 27만3000원)을 들여 만들었는데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계정에서 공개된 지 4일 만에 25만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한 위챗 이용자는 그를 ‘영웅적인 애국 전사’라고 불렀다. 
 
당시 웨이보 등에는 일부 중국 회사가 직원들에게 KFC나 맥도날드 음식을 사 먹지 말라고 강제하는 내용의 공문도 떠돌았다. ‘화웨이 지키기’ 움직임도 일었다. 환구시보의 총편집인은 9년간 썼던 아이폰 대신 화웨이로 갈아탔다고 웨이보에 적었는데 여기엔 수천개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관영 매체들은 한국전쟁까지 소환해 반미 감정을 부추겼다. 매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한국전쟁에서 미군에 맞서 싸운 중국군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 영화를 내보내면서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TV 드라마의 방영은 갑자기 취소됐고 ‘왕좌의 게임’ 마지막 편도 예고 없이 불방돼 논란이 일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공산당은 종종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부추긴다”며 “민족주의자들의 분노는 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지렛대를 제공해 중국의 외교 목표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일각선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CMP에 따르면 자신을 렌이라고 밝힌 한 중국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애국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 화웨이는 상업적 제품일 뿐, 정치화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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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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