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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수에 비상등 켜졌는데 나랏돈 계속 펑펑 쓸 건가

중앙일보 2019.06.12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에 세수 감소 비상등이 켜졌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0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00억원 감소했다. 이 정부 들어 예비타당성 면제다,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복지수당이다 정책만 내놓았다 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면서 “5000억원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큰 오산이다. 건전 재정이라는 둑에는 작은 실금이 가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은 국세 수입 목표에 대한 세수 진도율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올해 1~4월 세수 진도율은 1년 전(41.0%)보다 3.9%포인트 떨어진 37.1%로 낮아졌다. 경기가 급속도로 하강해 세금이 잘 안 걷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기가 활발해야 기업과 가계에 돈이 돌면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 세금도 늘어날 텐데 지금 한국 경제는 침체 분위기가 확연하다.
 
그 결과 올해 1~4월 소득세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근로소득세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으로 다소 증가했지만, 온갖 규제로 앞뒤가 꽉 막힌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양도소득세가 급감한 결과다.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 진도율은 37.2%에서 31.4%로 떨어졌다. 이 여파로 부가가치세 진도율은 물론이고 교통세·관세 등 주요 세목의 진도율이 모두 하락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470조원 규모의 수퍼예산안 자체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당초 470조원의 세수 확보를 전제로 짠 예산인데, 연말까지 진도율이 회복하지 않으면 당초 계획보다 세금 수입이 적은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그간 문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집행된 수퍼예산안과 추경은 모두 세수 잉여 덕분이었다. 정부는 지금도 재정중독증이란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6조7000억원의 추경을 또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도 500조원이 넘는 초(超)수퍼예산안이 마련된다.
 
재정의 실탄(세수)이 떨어지는 만큼 재정 지출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이 정부 들어 복지정책 확대로 자동 지출되는 의무지출 비율은 이미 예산의 50%를 넘어섰다. 지금이라도 손을 쓰지 않으면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지출만 늘어나서는 국가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당장 나랏돈을 펑펑 쓰는 재정중독증에서 벗어나라. 동시에 기업 투자심리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 세수가 늘어나 안정적인 나라 살림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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