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강갑생 기자 사진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유럽 하늘 뒤덮은 화산재가 자전거를 탄생시켰다

중앙일보 2019.06.12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자율주행 자동차, 초고속열차 등 첨단 교통수단이 속속 등장하는 요즘도 자전거는 우리 생활에서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나 운동할 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1815년 인도네시아 화산폭발
유럽 하늘 화산재로 뒤덮여
사료 흉작에 말 개체수 급감
1817년 ‘드라이지네’ 첫등장

자전거의 등장에 혁혁한 공로를 세워 ‘자전거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가 있습니다. 독일의 카를 폰 드라이스(1785~1851년) 남작인데요. 드라이스는 물리학, 건축학, 농학을 공부한 뛰어난 발명가였다고 합니다.
 
현대적 자전거의 효시인 ‘드라이지네’ 개념도. [중앙포토]

현대적 자전거의 효시인 ‘드라이지네’ 개념도. [중앙포토]

그가 1817년에 만든 빨리 걷는 기계가 바로 현대적 자전거의 효시로 불리는데요. 작게 만든 마차 바퀴 두 개를 목재로 연결하고, 그 위에 올라타서 걷거나 뛰는 것처럼 발로 땅을 차 앞으로 나가도록 하는 기계입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드라이지네’라고 불렀습니다.
 
드라이지네에는 앞바퀴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핸들이 달려있어 나무나 장애물 사이를 이리저리 다니기에 좋았다고 합니다. 속도도 제법 나서 시속 15㎞ 안팎까지 달릴 수 있었다는데요. 시속 20㎞ 가까이 속도를 냈다고도 전해집니다.
 
1791년 등장한 자전거와 흡사한 ‘셀레리페르’. [중앙포토]

1791년 등장한 자전거와 흡사한 ‘셀레리페르’. [중앙포토]

이보다 앞선 1791년 프랑스의 귀족 콩트 메데 드 시브락이 타서 이목을 끌었던 ‘셀레리페르’가 최초의 자전거라는 설도 있습니다. 기다란 목재 아래 바퀴 두 개가 달린 모양이 자전거와 흡사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 장치는 방향을 바꾸는 핸들이 없어 실제로 타기에는 상당히 불편했고, 오락기구에 더 가까웠다는 기록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드라이스는 왜 ‘드라이지네’를 발명했을까요. 당시는 말이 교통수단의 대명사였습니다. 사람이나 짐도 마차로 실어나르는 게 일반적이었고요.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굳이 직접 발로 땅을 차면서 달리는 기계가 왜 필요했을까요. 답은 엉뚱하게도 ‘화산 폭발’ 때문이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드라이지네가 발명되기 2년 전인 1815년 4월 10일 인도네시아의 숨바와섬에 있는 ‘탐보라 화산’이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000개 이상의 위력이었다는 설도 있는데요.
 
당시 이 폭발로 인해 화산 주변의 주민 중 사망자만 10만명에 육박했습니다. 여기에는 화산 폭발에 이어진 질병과 굶주림으로 희생된 사람들도 포함되는데요.
 
재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늘로 치솟은 화산재가 바람을 타고 미국과 유럽으로 동진하면서 1816년부터 1818년까지 거의 3년간 햇빛을 가려버린 겁니다. 이 때문에 농사를 모두 망쳐 버렸다고 하는데요.
 
이런 흉작 탓에 말의 먹이인 귀리 농사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귀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먹이가 부족해진 말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이 말을 공격해 잡아먹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앞바퀴에 달린 페달을 밟아 달리는 ‘미쇼’ 자전거. [중앙포토]

앞바퀴에 달린 페달을 밟아 달리는 ‘미쇼’ 자전거. [중앙포토]

이처럼 말이 부족해지면서 말을 대체할 교통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해진 겁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드라이지네’입니다. 화산폭발의 나비효과라고도 부를 만합니다. 이후 1860년대에 프랑스의 피에르 미쇼가 자전거에 페달을 달면서 자전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진전을 이루게 되는데요. 자전거가 비로소 ‘스스로 굴러가는 기계’가 된 겁니다.
 
1870년대에는 앞바퀴가 뒷바퀴보다 현저하게 큰 자전거가 등장합니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는 거리가 앞바퀴의 지름에 비례하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앞바퀴를 최대한 크게 만들었다는 설명인데요.
 
앞바퀴가 유독 큰 ‘오디너리’ 자전거. [중앙포토]

앞바퀴가 유독 큰 ‘오디너리’ 자전거. [중앙포토]

이런 자전거를 ‘오디너리(Ordinary)’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앞바퀴가 너무 커서 타고 내리기가 불편하고, 넘어지는 사고도 적지 않아서 여성들에겐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10여년 뒤 차체가 낮고, 체인으로 뒷바퀴를 돌려서 굴러가는 자전거, 이른바 ‘안전 자전거(Safety Bicycle)’가 등장한 이유입니다.
 
특히 1885년 선을 보인 ‘로버(Rover)’ 자전거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크기가 같고, 삼각형 두 개로 이뤄진 다이아몬드 프레임을 사용해 시선을 끌었는데요.  여기에 존 던롭이 개발한 공기타이어(고무 튜브에 압축공기를 채운 타이어)까지 장착하면서 획기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차체가 낮고, 체인으로 뒷바퀴를 돌리는 ‘세이프티’ 자전거. [중앙포토]

차체가 낮고, 체인으로 뒷바퀴를 돌리는 ‘세이프티’ 자전거. [중앙포토]

이 자전거에서 몇 차례 개량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타는 자전거와 같은 형태로 발전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앞서 소개한 드라이지네의 발명에서 보듯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카드게임을 계속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식사가 필요해 ‘샌드위치’가 개발됐고, 전쟁터에서 오래 보관하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병조림’과 ‘통조림’이 발명된 게 대표적입니다. 앞으로 어떠한 필요 때문에, 또 어떤 문명의 이기가 등장할지 궁금해집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gn.co.kr
 
※이 기사는 장종수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김병훈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 베탄 패트릭·존 톰슨 『1%를 위한 상식백과』, 대한교통학회 『시간과 공간의 연결, 교통이야기』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배너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