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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원회사가 미국 희토류 광산 소유한 속사정

중앙일보 2019.06.11 12:00

중국의 희토류 카드 미국에 통할까?  

미국의 언론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한 광산을 주목한다.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이다. 희토류 광산이다. 한 때 이 분야 세계 제2위의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다. 마운틴 패스 광산과 부속 정련시설에서 생산된 희토류였다. 
 
이 광산의 역사는 드라마틱하다. 1998년 마운틴 패스 정련 시설에서 유출된 방사능 폐수가 규제 당국에 적발됐다. 사회 문제로 비화되자 당국은 2002년 마운틴 패스 시설을 폐쇄했다. 가뜩이나 중국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도 버거운 마당에 규제 당국의 압박이 커지자 공장을 닫아버린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마운틴 패스 시대가 저물고 중국에서 생산한 희토류가 세계 시장을 장악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진 MIT]

[사진 MIT]

죽었던 이 회사가 요즘 바쁘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희토류가 주요 무기로 등장하면서 희토류 자급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구한 역사를 다시 한번 추적해보자.  

2002년 폐광됐던 마운틴 패스는 2008년 몰리코프라는 광산업체에 인수된다. 몰리코프, 운이 좋았다. 인수와 함께 국제 희토류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2010년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충돌 때 희토류가 무기로 등장하면서 희토류 값은 폭등했다. 

 
정부도 미국 내 희토류 광산 재개를 위한 보조금 지급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몰리코프는 2010년 증시에 상장시켰고 2011년 시총이 50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사진 위키피디아]

월스트리트저널 2015년 6월25일자는 롤러코스트를 탄 몰리코프의 운명을 기록했다. 

몰리코프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희토류 경기를 낙관한 몰리코프는 욕심을 냈다. 설비 투자에 10억25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덩치에 안맞는 투자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희토류 가격이 너무 폭등했기 때문에 장밋빛 미래만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 돼 국제 희토류 가격이 급락했고, 몰리코프는 2015년 6월 파산했다.   

[사진 FT]

[사진 FT]

파산한 몰리코프를 인수해 마운틴 패스의 희토류 채굴권을 획득한 건 국제 헤지펀드 컨소시엄이었다.  2017년 2050만 달러에 인수됐다. 그런데 그 컨소시엄을 주도한 업체가 바로 상하이 증시 상장업체인 성허(盛和)자원이었다. 중국 자본이 미국 희토류 광산을 소유했다? 아이러니지만, 맞다. 그 이유는 기술에 있다.

 

그동안 몰리코프는 채굴한 희토류 원석을 모두 중국으로 보냈다. 거기에서 가공하도록 했다. 정련 비용이 쌌고, 환경오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몰리코프에 정련 기술이 쌓일 리 없다. 그 기술 공백을 메꾸기 위해 헤지펀드 컨소시엄은 성허를 찾았고, 성허가 기술을 제공해 왔다.  
 

컨소시엄은 내년부터 미국 내에서 희토류를 정련할 계획이다. 기술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 중국 쓰촨성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성허자원은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서 애매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물론 광석 채굴에서 상품화까지의 설비를 마련하는데는 2~3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 시간을 기다릴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비상 걸린 미국. 다른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는 호주가 있다.

호주는 중국에 이은 희토류 생산국이다. 호주 희토류의 대부분은 서부에 위치한 마운트 웰드에서 채굴된다. 마운트 웰드 광산을 운영 중인 라이나스는 최근 말레이시아에 있는 자사의 희토류 정련 공장을 증설하키로 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정부가 오래 끌었던 라이나스의 생산라인 확대를 허가하면서 이 회사 주가는 폭등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도 또다른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라이나스와 미국 텍사스의 화학회사인 블루라인(Blue Line) 사가 텍사스에 새 정제공장을 세우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차단되더라도 최소한 미국에서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해두면 다른 국가에서 공급받은 희토류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으로서는 제2의 마운틴 패스를 둘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미국은 말라위의 ‘음캉고 자원’, 부룬디의 ‘레인보 희토류’ 등을 비롯해 아프리카 이외 다른 지역 광물업체와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쓸 경우 시장의 반응이 변수다.  

가격 폭등으로 인해 잠자고 있던 시장이 빠르게 반응할 가능성 때문이다. FT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축소하면 단가 인상으로 다른 국가의 생산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사이익을 노리고 닫았던 생산라인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례가 있다.   
2010년 센카쿠열도 사태 때 중국이 대일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자 희토류 시장이 요동쳤다. 당시 전세계 100여개 업체가 우후죽순 출몰했다. 고강도 마그네슘 합금 첨가제인 프라세오디뮴(Pr)과 네오디뮴(Nd,자석·레이저·고체 레이저 재료)의 가격이 열 배 이상 폭등했다. 호주의 라이나스는 미중 무역분쟁이 가열되자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2013년 이후 박스권을 유지했던 희토류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업체들이 폐광의 손익계산에 분주해지는 시점이다. 지난 20년간 출혈 경쟁으로 차지한 중국의 독점적 위상이 다시 도전받게 될 수도 있다. 

 
희토류 카드를 쓰면 미국에 일정한 타격은 줄 수 있다. 하지만 2010년 일본에 썼던 만큼 실효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중국 측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  
 
인민일보는 지난달 29일 논평에서 희토류 수출 중단을 미국에 대한 보복카드로 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리 경고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預也)"는 전가의 보도를 꺼냈다. 인민일보가 1962년 9월, 1978년 사설을 통해 인도와 베트남을 향해 이 멘트를 썼다. 
 
이후 중국·인도 국경 전쟁과 중국·베트남 전쟁이 터졌다. 1967년 중·소 국경 분쟁 때는 관영 신화통신이 당시 소련을 상대로 이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이 멘트를 동원했다. 포격전이 오간 세 차례 전쟁과 사안의 무게감이 사뭇 다르다.  

벼랑 끝에 몰렸음에도 카드가 변변찮은 중국의 궁벽한 처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희토류 카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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