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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 공개처형지 323곳 찾았다…총살 참관 맨 앞줄은 초등생

중앙일보 2019.06.11 05: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정권의 공개처형 장소 및 시체 매장지 정보를 담은 지도가 공개됐다. 비영리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10일 발표한 ‘살해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북한 정권의 처형과 암매장’ 보고서에서다. 본지가 사전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4년간 601명의 탈북민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318건의 공개처형지의 좌표를 확보했다. 공개처형 대상자의 10세 미만 자녀들도 강제로 참관하도록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최연소 공개처형 참관자의 나이는 당시 7세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탈북민들의 진술 중에서도 신뢰도가 높고 위치 좌표까지 구체적으로 확보 가능한 정보를 골라 323건을 추출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관계자는 “한 번에 10명 이상이 공개처형된 케이스도 19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공개처형 장소는 함경도에 200곳, 양강도에 67곳, 평안남도 20곳, 함경남도 11곳, 황해북도 6곳, 자강도 5곳, 강원도 5곳, 평양 4곳, 평안북도 4곳, 황해남도 1곳의 순으로 많다.  
 
처형된 후 사체는 암매장되거나 불태워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체 매장지는 함경북도가 12곳으로 제일 많았고 수도인 평양엔 한 곳도 없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확보한 상세 주소의 공개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북한이 증거 인멸에 들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공개처형 장소 및 시체 매장지의 위치 좌표들은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탈북민들이 진술을 하면서 그린 공개처형 당시 스케치도 일부 공개됐다. 한 스케치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시장 근처 공터에 마련된 공개처형 장소에 인민학교(한국의 초등학교) 아동과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이 앞줄에 앉고 맨 뒤에 성인들이 자리했다. 이들 앞에 3명의 공개처형 대상자가 나왔다. 진술자는 “처형자들은 대부분 반죽음 상태로 나왔다”며 “형식적 재판을 마친 뒤 6명의 총살 부대가 머리ㆍ가슴ㆍ다리를 조준해 사격했다”고 말했다. 처형 후 시체는 ‘승리58호’라고 쓰인 화물트럭에 실려 나갔다.  
 
북한 공개처형 관련 탈북민이 직접 그린 스케치.[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북한 공개처형 관련 탈북민이 직접 그린 스케치.[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일부 탈북민은 공개처형 대상자의 아내가 끌려와 총살 당하기 직전의 남편에게 “넌 나쁜 자식이야! 당을 왜 배반했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고 한다.  
 
2000년대 말 한 군 부대에서 진행된 공개처형에선 참관시킨 군인들에게 총살한 시신을 줄지어 밟고 지나가도록 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일부는 해당 군인들에게 총탄이 박힌 자국을 가까이 들여다보도록 하기도 했다고 탈북민들은 진술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2014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계기로 서울에 설립된 국제 인권단체다. 인권 관련 조사와 기록을 체계적이고 객관적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북 및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출신 20~30대 인권운동가 및 연구자들이 주축이다. 북한 외에도 동남아ㆍ중동 등의 인권 침해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북한 당국이 공개처형 장소로 선정하는 곳은 학교 운동장이나 시장ㆍ경기장 등 주민들이 운집하는 곳과 강변ㆍ밭ㆍ언덕ㆍ산비탈 등인 곳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을 소집하기 쉽고 처형 후 과정에 용이한 장소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공개처형 및 사형을 정권 유지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특별군사재판 후 즉각 사형당했다. 사진은 장성택이 처형 직전 특별군사재판법정에 서 있는 모습. [뉴스1]

북한은 공개처형 및 사형을 정권 유지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특별군사재판 후 즉각 사형당했다. 사진은 장성택이 처형 직전 특별군사재판법정에 서 있는 모습. [뉴스1]

 
2013년부터는 공개처형장에 특별한 도구도 등장했다. 일반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휴대용 보안검색기다. 보안원들이 이 보안검색기를 들고 참관자들의 몸을 수색하고, 처형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기를 탐지해 압수했다는 진술이 복수의 탈북민에게서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후에 생긴 변화다. 공개처형 장면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꺼렸기 때문인 것 같다는 게 탈북민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부 탈북민은 “사복을 입은 보안원들이 참관자들 사이에 섞여서 잠복을 했다”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경우가 늘면서 처형 장면이 촬영 또는 녹음돼서 북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북한 정권이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북한 정권도 공개처형의 반인권적이라는 점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 공개처형 관련 보고서 표지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 공개처형 관련 보고서 표지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전환기정의워킹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 응한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의 살해 행위와 시체 처리 장소를 밝힘으로써 차후에 북한 정권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도움이 되길 강력히 희망한다”며 “처형 피해자들의 신원을 밝히고 가족들에게 유해를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시체 매장지 발굴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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