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단골 많은 '몸캠'…500만원에 팔린 탈북 성노예였다

중앙일보 2019.06.11 05:00
 
한국 남성들을 상대로 한 웹캠 채팅 사이트에서 수 년간 사이버 성노예로 감금돼 일한 탈북민 여성들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사진 CNN 캡처]

한국 남성들을 상대로 한 웹캠 채팅 사이트에서 수 년간 사이버 성노예로 감금돼 일한 탈북민 여성들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사진 CNN 캡처]

 

CNN, 탈북여성 2인 탈출기 조망
중국 옌지에서 5년, 7년 감금
한국인 남성 상대 사이버 성매매
"채팅남 원하는 모든 것 했다"

‘최저 입장료 150원, 팁은 300원부터.’
 
 한국 남성들을 상대로 한 사이버 성매매 웹캠 사이트에 강제고용됐던 탈북민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미 CNN 방송은 10일(현지시간) 사이버 성노예 생활을 했던 탈북여성 두 명의 탈북기를 집중 조명했다. 인터뷰에 등장한 이유미, 광하윤(이상 가명) 양은 각각 5년, 7년간 감금 상태로 이른바 ‘몸캠’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이 양은 공산당 하위급 간부 집안 출신이다. “집에 충분한 음식이 있었고 쌀과 밀을 저장고에 쌓아두기도 하는” 환경이었다. 그녀는 배고픔이 아닌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에 탈북했다. 이 양은 “해가 지기 전 무조건 귀가해야 했고 부모님이 의약공부를 못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5년 전 어느 날, 이 양은 부모와 크게 다툰 뒤 중국 국경을 넘기로 결심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 이후 두만강 탈북 경계는 더욱 삼엄해졌다. CNN은 “전기 철조망과 감시 카메라가 국경 지역에 추가로 설치됐다”고 전했다. 이 양을 포함한 소녀 8명은 500~1000달러(약 60만~120만원)를 브로커에게 건네고 얼음장 같은 추위 속에서 맨발로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 지린성 옌지에 있는 한국 식당에 종업원으로 취직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목숨 건 탈북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희망이 아닌 절망이었다. 중국 동포 밀집지역의 한 원룸에 갇힌 뒤에야 비로소 이 양은 식당 종업원 일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인신매매 브로커는 사이버 성매매 웹캠 사이트 운영자에게 3만 위안(약 510만원)을 받고 그녀를 팔아넘겼다. CNN 조사에 따르면 탈북 여성들은 연령, 외모에 따라 6000~3만 위안(105만~530만원)에 팔려간다. 눈물을 흘리며 내 보내달라고 통사정했지만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다. 이 양은 “굴욕감을 느꼈지만 포주가 빚을 갚아야 한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중국 옌지시 시내 중심가의 모습. 한국어와 중국어 간판이 뒤섞여 있다. [중앙포토]

중국 옌지시 시내 중심가의 모습. 한국어와 중국어 간판이 뒤섞여 있다. [중앙포토]

 
 그렇게 사이버 성노예 생활이 시작됐다. 한국인 남성 포주가 거실에서 24시간 감시했고 여성들이 2인 1조로 한방을 썼다. 방에는 침대와 책상, 컴퓨터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 양의 룸메이트는 그곳에 2년 먼저 잡혀 온 광하윤(당시 19세) 양이었다. CNN은 광 양이 부모 이혼 후 암에 걸린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광 양은 “매일 오전 11시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까지 일했다”고 증언했다. 
 
 사이버 몸캠 고객은 주로 한국인 남성이었다. CNN은 “매춘이 불법인 한국에서는 최근 이 같은 (몸캠) 서비스가 최근 급격히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 채팅방 입장료는 150원이라고 이 양 등은 설명했다. 여성들이 직접 입장료를 설정할 수 있어 인기 있는 계정은 입장료가 비싸지는 구조였다. 팁은 300원부터 줄 수 있었다.
 
 포주는 채팅 사이트에 이 여성들의 사진을 올린 뒤 한국 대도시 거주자라고 소개했다. CNN은 “대부분의 남성 고객은 이들의 사투리 때문에 한국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광 양은 “입장하는 남성들 대부분은 대화 이상의 것을 원했다”며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거나 옷을 벗고 나 자신을 만지길 원했는데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모두 브로커가 차지했다. 여성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포주는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 접속하도록 유도하라고 여성들을 압박했다. 탈출 시도는 매번 끔찍한 폭행으로 끝났다. 광 양은 “1000번 이상이나 죽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감시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살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문은 항상 외부에서 잠겨 있었고 내부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허락된 바깥 외출은 6개월에 1번이 전부였다.
 
 지옥 같은 몸캠 노예 생활은 한국에 있는 한 북한 인권단체 활동가의 도움으로 막을 내렸다. 그는 채팅 형식으로 이들에게 접근해 노트북을 보내주고, 탈북민 구조를 돕는 중국 현지 목사를 카카오톡으로 소개해줬다. 지난해 10월 포주가 외출한 틈을 타 두 여성은 지상 4층 아파트에서 창문에 내려진 끈을 타고 탈출했다. 현재 동남아를 거쳐 한국 입국을 앞두고 있다.
 
북한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여성 탈북민들이 지난해 5월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알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북한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여성 탈북민들이 지난해 5월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알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탈북 여성들의 인권 유린은 국제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지난달 20일 영국의 민간단체 ‘코리아미래계획(Korea Future Initative)’은 ‘성노예: 중국 내 북한 여성과 소녀들의 매춘, 사이버섹스, 강제결혼’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 여성들이 형성한 중국 내 성매매 시장 규모가 1억500만달러(약 125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9세 소녀가 인터넷 음란 채팅에 동원되고, 14세 소녀가 2만4000위안에 36세 남성에게 팔리는 등 아동을 상대로 한 성매매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결혼은 1000위안(약 17만원) 선에서 이뤄진다. 보고서를 작성한 윤희순 연구원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여성의 60%가량이 브로커 등을 통해 성매매 시장으로 보내지고, 그중 절반은 강제로 매춘에 동원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30%가량이 강제 결혼을 하고, 15%가량은 사이버 섹스 업체로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1137명) 중 85%가 여성이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