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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양다리로 살길 찾는데, 한국은 아직도 “대책 검토”

중앙일보 2019.06.11 00:03 종합 5면 지면보기
미·중 무역갈등이 패권 경쟁으로 격화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된다.
 
지난달 30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미·중 관계를 본격적으로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외교부에 두는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외교부는 열흘이 지나도록 “검토 중”이라며 전담 조직에 대한 발표를 미루고 있다. 외교부 주변에선 전담 TF 구성을 두고 “노골적으로 미·중 대응팀을 만들면 오히려 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기류마저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0일 “미·중 TF는 북미국과 동북아시아국 등 여러 부서가 관련됐기 때문에 나름의 방안을 만들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TF의 조직의 규모나 성격과 관련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해당조직은 외교전략기획관실 산하의 과장급 일곱명 안팎이라고 한다.  
  
“생존 차원 국익 우선순위 정해야”
 
2019년 4월 26일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2019년 4월 26일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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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촌을 휩쓰는 태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벌이고 있는 패권 전면전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해 초만 해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1월 외교부는 한 해 외교 전략 보고서인 ‘2018 업무보고’를 통해 “미·중 간 경쟁 구도는 지속되나 역내 안정을 위해 갈등 수준으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미·중 분쟁은 두 달 후인 지난해 3월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산 수입품(5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서 본격화했다.  
 
외교부가 미·중 분쟁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공식 언급한 것은 지난해 7월 업무보고에서였다. ‘경제외교’ 부문에서 “보호무역주의의 부상으로 EU 등 주요국과 고위급 경제협의체를 개최하겠다”면서다. 그럼에도 지난해 북한과 대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2019 업무보고’의 외교 전략은 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됐다.
 
결국 미국은 사이버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제재에 나서고 미 국방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며 대만을 국가로 부르는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까지 등장하며 양국 간 무역분쟁은 안보 문제로까지 진화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압박을 받으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미·중 갈등의 확전에도 대비했어야 할 외교 당국이 최근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간 무역분쟁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기조의 일부로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그간 정부가 미·중 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미·중 관계의 레드라인은 이미 넘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는 ‘전략적인 모호성’에만 기댈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일본, 미·중 심기 맞추며 실리 챙겨
 
2018년 10월 26일 일본 총리로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왼쪽)와 시진핑 국가주석. [AP=연합뉴스]

2018년 10월 26일 일본 총리로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왼쪽)와 시진핑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일각에선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발언을 내놓으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미·중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을 때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을 넘어선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세웠어야 한다”며 “이젠 정권 차원이 아니라 향후 국가 생존의 차원에서 국익의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국을 헤쳐나갈 관건은 미국을 상대로 동맹국임을 재확인시키면서 동시에 중국으로부터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치밀한 양강 외교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우선 국립연구원 교수는 “한·미 동맹을 우선시하면서도 이것이 반중(反中)으로 비치지 않도록 대중국 위험요소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일본은 미·중 양다리 외교를 구사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일 이란을 2박3일간 방문한다. ‘이란 핵합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자로서 방문인데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두 정상은 총 10회, 22시간45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화로 협의한 횟수는 총 30회로 약 15시간에 이른다. 아베 총리는 ‘굴욕 외교’라는 비난을 개의치 않고 ‘트럼프 심기 맞춤형’ 외교를 구사하며 이젠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잘 아는 해외 정상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또 동중국해 센카쿠열도(尖閣諸島·중국명:댜오위다오) 영토 분쟁까지 겪었던 중·일 관계는 거의 정상화됐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신 실크로드 전략) 사업에 대해 미국이 불편해하는데도 지난해 10월 아베 총리 방중 때 참여를 약속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은 “미국에 모든 것을 내어줄 듯하면서도 실리를 위해선 중국과도 서슴없이 분야별로 손을 잡는 게 일본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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