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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속 의상, “조여정 사모님 룩이 가장 어려웠다”

중앙일보 2019.06.10 05:00
영화 기생충 속 조여정.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속 조여정.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옷이 혼자 튀지 않도록 차분하게, 자연스럽게 극 중 인물의 성격과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려 노력했죠." 
7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기생충’의 의상을 만든 사람, 수제 맞춤 양복점 ‘테일러블’ 곽호빈 대표의 말이다. 그는 최세연 의상감독의 컨셉트와 디자인을 기본으로 영화 속 인물들의 옷을 만들어냈다. 동익(박사장) 역의 이선균이 입은 슈트와 아내 연교 역의 조여정이 입은 슈트와 원피스 등 총 10여 벌의 의상을 제작했다. 

비스포크 양복점 ‘테일러블’ 곽호빈 대표

 
영화 '기생충' 의상을 제작한 맞춤 양복점 테일러블의 곽호빈 대표. 장진영 기자

영화 '기생충' 의상을 제작한 맞춤 양복점 테일러블의 곽호빈 대표. 장진영 기자

곽 대표는 2007년 한남동의 제일기획 뒤쪽 한적한 골목에 오래된 방앗간 한쪽을 빌려 슈트 전문점을 낸 뒤 지금까지 맞춤 양복을 만들고 있다. 10대 시절 장롱 안에 여러 종류의 재킷이 가득 차 있을 만큼 멋쟁이였던 아버지와 양복이 너무나도 멋있게 잘 어울렸던 영화 ‘007’의 피어스 브로스넌을 보고 슈트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제대로 슈트를 배우고 싶었던 그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바로 유럽으로 날아가 남성 슈트로 유명한 런던·피렌체 등 도시에 머물며 맞춤 양복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돈으로 다시 장인을 찾아가 양복을 맞추며 옷 공부를 했다. 그렇게 4년. 나름의 공부를 끝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낸 가게가 바로 맞춤 양복점 테일러블이다. 그의 양복은 곧 입소문을 탔고 남자 연예인들이 단골이 됐다.  
  
-어떻게 '기생충' 의상을 제작하게 됐나.
“봉 감독님의 영화 의상 제작은 처음이지만, 최세연 의상감독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년) 때부터 봉 감독님의 팬으로 작업 의뢰가 왔을 때 너무 기뻤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옷은 그 사람의 성격과 이미지를 결정하는 물건이다. 영화 속에선 옷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극 중 인물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이선균씨는 극에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다. 그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어떤 옷이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 의상은 배우들의 성격과 위치를 보여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성공한 IT 회사 CEO인 동익의 슈트는 한눈에 봐도 '고급'임을 알 수 있는 원단을 사용했다. 하지만 과도하게 멋 부린 느낌 없이, 여유를 준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너무 날렵하지 않은 재킷을 만들어 일에 빠져있는 IT 회사 대표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짙은 색 재킷이나 스포츠 코트에 바지를 매치한 세퍼레이트 룩(다른 분위기의 재킷·바지를 함께 입는 연출법) 등이다. 
 
-가장 어려웠던 의상은.
“모든 배우의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가장 어려웠던 건 조여정씨의 의상이었던 것 같다. 여배우인 데다 옷을 통해 상류층의 우아한 여성이면서 사업가의 아내라는 점이 드러나길 바랐다. 그가 가진 기존의 쾌활하거나 관능적인 이미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해 더 고민이 많았다.” 
 
-조여정 의상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화려한 ‘사모님’의 모습과는 다르게 조금 힘을 뺀 간결한 모습의 디자인을 요청 받았다. 예컨대 아들 생일파티를 위해 마트에 갔을 때 입은 재킷과 바지, 포스터에서 입었던 검정 원피스 등도 너무 튀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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