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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케이뱅크의 주인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2019.06.10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주정완 금융팀장

주정완 금융팀장

여기에 한 은행이 있다. 2017년 4월 영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2년이 조금 넘었다. 출범 초기에는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 영업 1주일 만에 가입자 수 15만 명을 돌파했다. 예금과 대출을 합친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데 석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출범 초기의 활기가 온데간데없어졌다. 오히려 ‘고난의 행군’이란 말까지 나온다. 자본금이 부족해 대출 영업에 차질이 생기고 회사 장부에는 적자가 쌓이고 있어서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얘기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상황은 딴판이다. 케이뱅크보다 석 달 늦게 영업을 시작했다. 후발 주자였지만 순식간에 선발 주자를 추월했다. 출범 한 달도 안 돼 고객 수 100만 명, 6개월 만에 고객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분기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전환까지 3년 이상 걸릴 것이란 당초 예상을 훨씬 앞당겼다. 고객 수는 이미 900만 명을 넘어섰고 ‘1000만 고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뭘까. 물론 경영전략이나 영업방식에 따른 차이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금융계에선 두 은행의 자본금 차이도 핵심 문제로 지적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775억원, 카카오뱅크는 1조3000억원이었다. 은행 간 경쟁에서 자본금은 자동차의 배기량에 비유할 수 있다. ‘배기량이 큰 차(카카오뱅크)’가 힘도 좋고 속도를 내기에도 유리하다. ‘배기량이 작은 차(케이뱅크)’는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 영업이익 비교

인터넷은행 영업이익 비교

케이뱅크는 지난 1월 이사회에서 59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결국 취소했다. 대신 당초 계획의 10분의 1도 안 되는 410억원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주주들이 증자에 소극적이어서가 아니다. 2대 주주인 KT(보통주 지분율 10%)는 돈을 더 낼 용의가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KT는 34%까지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발목’을 잡고 있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보통주 기준)는 우리은행(지분율 13.79%)이다. 그렇다고 우리은행이 나서기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금융지주사로 재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은 앞으로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어서다. 결국 케이뱅크에 형식적 주인(1, 2대 주주)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영의 책임을 질 주인이 안 보인다. 그런 가운데 금융 당국은 제3 인터넷은행을 추진한다고 한다. 케이뱅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주정완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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