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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김원봉” 언급하자 여당선 “상훈법 개정”

중앙일보 2019.06.10 00:03 종합 6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6일 현충일)이 정치권을 뒤흔든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를 “대통령의 계산된 발언”으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3·1절 기념사의 ‘빨갱이’ 언급부터 이어진 일련의 문 대통령 메시지가 결국 ‘국가 정체성 재정립’을 추진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이다. 이번 논란의 주요 쟁점을 정리했다.
 

야당 “서훈 주려는 계산된 작전”
청와대 “대통령 말과 서훈은 별개”
학계 “현행법으론 수여 힘들어”
일각 “경제 실정론 덮으려 발언”

◆문 대통령은 김원봉 서훈을 추진하나=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이번 현충일 추념사는 고도로 기획된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수여를 위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김원봉 서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청와대 관계자도 7일 “어제(현충일) 말씀 취지와 서훈 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2015년 8월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이 끝났으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더 여유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쓴 적이 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인식이 보훈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보훈혁신위’는 지난 2월 김원봉에 대한 서훈을 제안했지만, 당시 야권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피우진 보훈처장은 여전히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현행법상 서훈은 가능한가=상훈법 제11조에 따르면 ‘건국 훈장’은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돼 있는데, 김원봉은 남한이 아닌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현행법상 서훈 수여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심사기준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도 보훈처가 독립유공자 서훈 제외 조항인 ‘공산주의자’를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한 활동에 주력했거나 적극적으로 동조한 자’로 완화해 그해 3·1절에 여운형 등 54명에게 훈·포장을 수여했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상훈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했나=현충일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에선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라고 한 것은 역사 조작이자 6·25전쟁 희생자를 모독하는 망언”(김태흠 의원)이란 격렬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이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라고 한 것이지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한다.  
 
◆김원봉 논쟁은 계산된 프레임 전환?=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경제 실정론으로 수세에 몰리자, 여야 역사 논쟁으로 이슈를 덮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는 경제 실정 다툼보다는 역사 전쟁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좌우의 소모적 논란을 끝내자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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