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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항지열발전소에서 학습한 ‘포항레슨’을 살릴 조건

중앙일보 2019.06.09 13:59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11·15지진 포항범시민대책위원회 '포항지진피해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포항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년 11월15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은 포항지진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고 배상할 것, 지열발전소 책임자 처벌, 실질적인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뉴스1]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11·15지진 포항범시민대책위원회 '포항지진피해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포항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년 11월15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은 포항지진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고 배상할 것, 지열발전소 책임자 처벌, 실질적인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뉴스1]

지열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관여한 과학자와 시공자는 남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지열발전소가 유발하는 지진의 위험과 위해(危害)요소를 예방ㆍ차단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과 지식ㆍ기술의 학습을 통한 포괄적이며 지속적인 실천이 그것이다.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참여자는 ‘그들만의 소통방식’이 아니라, 지열발전소 프로젝트에 관여한 정부 당국과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관계한 자치당국과 해당 지역민과 함께 ‘개방적인 소통방식’의 채널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5월 24일에 사이언스 과학 학술지에 발표한 정부 지진조사 연구단원들이 기고한 ‘유체주입에 따른 지진 위해관리’(Managing injection-induced seismic risks)라는 논문에서 언급한 주요 담론이다.  

 
사이언스의 담론을 새삼스레 거론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5.4 포항지진을 발생시킨 원인을 상징한 문장이자 포항 지열발전소를 주도한 정부와 전문가 등의 참여자에게 윤리적, 도의적 책임을 가릴 수 있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7년 11월 15일 이후 5.4 포항지진 재난의 피해자로서, 포항시가 자체로 구성한 지진공동연구단의 일원으로서, 정부지진조사단의 포항시민을 대표하는 자문위원으로서 1년 6개월여 동안 활동했다. 그렇기에 논문이 전하는 메시지의 타당성을 더욱 더 머리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실감하고, 발로 체험할 수 있었다.  
경북 포항 지열발전 부지안전성 검토를 위한 테스크포스 제2차 회의가 지난달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포항 지열발전 부지안전성 검토 T/F팀 위원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 이진한 고려대 교수, 김광희 부산대 교수와 지열발전소 책임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원 등이 참석했다. [뉴스1]

경북 포항 지열발전 부지안전성 검토를 위한 테스크포스 제2차 회의가 지난달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포항 지열발전 부지안전성 검토 T/F팀 위원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 이진한 고려대 교수, 김광희 부산대 교수와 지열발전소 책임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원 등이 참석했다. [뉴스1]

 
사이언스 논문저자들이 왜 포항지열발전소의 참여자들에게 데이터ㆍ지식ㆍ기술 수집에서 포괄적인 지속적인 활동을 요구했을까. 달리 표현하면 지열프로젝트의 참여자들이 다양한 시각과 경로를 통해 정보와 지식 수집을 하지 않았거나 지속적인 보강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다음과 같은 물음에 긍정의 대답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같은 진술을 했으리라. 지열발전소 참여자들은 발전소가 발생시키는 외국의 유발지진 발생사례의 교훈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수집ㆍ학습하고 현장에 적용할 역량을 소유하였을까. 시추공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이수현상’(mud loss)이 나타난 현장을 제대로 포착하고 이를 판단할 능력을 겸비하였던가. 수리자극 압력이 단층을 자극하여 미소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었는데, 그 지진 분포와 빈도를 포착ㆍ측정하는 역량을 그들은 공유했을까.
 
지진 발생 이후 폐쇄된 포항지열발전소. [중앙포토]

지진 발생 이후 폐쇄된 포항지열발전소. [중앙포토]

프로젝트의 주도자들은 해당 시민과 정부관계자들이 위해 관리를 위한 개방적인 소통채널의 운영도 긍정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했을 것이다. 논문저자들이 지열발전소 건설과 운영의 과정에서 효과적인 소통을 했다는 실증적인 근거를 확보했지만 그들의 기대에 못 미쳤으리라. 지열발전소는 수리자극에 따른 유발지진을 발생할 위험과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 위험을 예방 차단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안전장치 즉 ‘신호등체계’(traffic light system)를 만들었다. 지하 수㎞ 심부(深部)를 자극하는 수리자극의 압력 정도와 물의 양에 따라 미소지진과  거대지진이 발생한다. 지진 강도에 따라 수리자극을 중단하거나 조정하는 도구가 신호등 체계인 것이다.  
 
지진발생은 주민의 생명과 자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신호등 체계의 운영에 지열발전소의 관계자만이 아닌 해당지역 주민과 정부 관계자와 프로젝트를 감시 감독할 수 있는 독립 전문가의 참여를 요구한다. 그들 간의 개방된 소통운영이 지진의 위험과 위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안정 장치라 보면 된다.  
 
포항지열발전소의 관계자들은 신호등 체계의 운영에 폐쇄성을 보였고, 과학적인 실천도 부족했다.  지열발전소측은 수리자극을 하는 과정에서 지진발생을 두고 주민과 전혀 대화가 없었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수리자극 중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운영을 중지한다. 그런데 포항 지열발전소의 운영자들은 수리자극을 중지해야 하는 지진 강도의 수준을 2.5로 상향조정했을 뿐만 아니라 포항시민과 포항시에 지진을 통보ㆍ대화하는 체제도 제거하지 않았던가. 또한 독립된 전문가의 참여할 기회도 ‘형식적인 참여’를 제공했지, 지열발전소 운영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참여’ 수준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사이언스 논문 저자들은‘개방적인 소통체계’확보를 주문했다.      
 
정부 조사단 발표 이후 포항시민들은 지열발전소의 관계자들이 시민을‘마루타’로 취급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시민 다수는 어떤 사과의 말도 하지 않는 그들을 향해 분노하고 있다. 일부 시민은 또 다시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워하고 있다. 또 정부지진조사단이 인공지진으로 발표함으로써 책임 규명과 함께 손ㆍ배상과 도시재생에 희망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정부 조사단 발표 이후 정부와 과학자들은 포항시민들을 상대로 대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부 관료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일방적인 대화 방식’이 아니라, 포항시민이 품고 있는 분노ㆍ불안ㆍ희망에 관한 ‘관심 문제’에 초점을 둔 쌍방 대화 방식이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사이언스 저자들이 전하는  ‘포항레슨’의  빛이 발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양만재

양만재

양만재 포항지열발전 부지안전성 검토 TF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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