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누라 밥이 되자" 자칭 상남자의 새삼스런 각오

중앙일보 2019.06.09 10:00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27)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79살.
평생 못된 짓만 했는데도 오래 살았다.
때늦은 후회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마누라가 주방 쪽에서 거실 소파에 편히 앉아 TV 리모컨만 돌리고 있는
나를 향해 째려보고 있지만, 그냥 눈 질끈 감고 못 본체하자.
옛날 같았으면 ‘이게 어디서 눈깔 휘 번 덕 거려?’라며
단번에 쏘아붙였겠지만 ‘참을 인’자 그리며 참자.
마누라 나이도 벌써 70 중반인데 ‘나 죽여 잡숴~’ 하고 눈 내려 감고 있지만 않을 거다.
어쩜 그녀도 이젠 인내심의 한계까지 왔을 것 같다.
이쯤 해서는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놔두자.
그렇다고 설마 나를 주방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성질대로 작살내지는 않을 거다.
그래, 그래!
마누라가 한숨 푹푹 내려 쉬어도 못 본체하자.
온종일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아도 못 들은 체하자.
 
인생이란 꼭 한 번씩은 서로 역전하며 사는 것 같다.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듯이….
뭐 그렇다고 내가 음지가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성질만 죽이고 있는 것이다.
나를 동정하지는 마라.
상남자 기죽는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강인춘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필진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 신문사 미술부장으로 은퇴한 아트디렉터. 『여보야』 『프로포즈 메모리』 『우리 부부야? 웬수야?』 『썩을년넘들』 등을 출간한 전력이 있다. 이제 그 힘을 모아 다시 ‘웃겼다! 일흔아홉이란다’라는 제목으로 노년의 외침을 그림과 글로 엮으려 한다. 때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아닌가.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