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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배틀그라운드] '꿀 빠는 조리병?' 365일 삼시세끼에 족구할 시간도 없다

중앙일보 2019.06.09 05:00
 
육군에는 하루 세 번 작전에 투입되는 특수 보직이 있다. 연중 단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다. 당연히 ‘월화수목금금금’ 주말도 휴일도 없다. 주특기 번호 ‘231.107’ 병참 임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전ㆍ평시 구분 없이 365일 긴장 속에서 맡은 소명을 수행하는 이들은 바로 조리병과 장병들이다.
 
조리병은 쉬운 보직이라는 편견도 있다. 조리병 이현영 병장은 “입대 직후 생활관 자리에 아카시아꿀 병이 놓여 있었다”며 “너는 맨날 꿀이나 빨지 않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보통 편한 군대 생활을 ‘꿀 빤다’라고 부른다. 
 
조리병은 정말 쉬운 보직일까. 지난 28일 강원도 홍천 11사단 130 기계화 보병대대를 찾았다. 여기서 다음날까지 24시간 동안 조리 담당 장병들과 밀착해 일과를 함께 보냈다.
 
지난 28일 130 기보대대에서 조리병 박진산 일병과 함께 꼬꼬떡국에 들어갈 살코기를 손질해 봤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지만 김 일병은 이를 참고 빠르게 손질했다. [영상캡처 = 왕준열 기자]

지난 28일 130 기보대대에서 조리병 박진산 일병과 함께 꼬꼬떡국에 들어갈 살코기를 손질해 봤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지만 김 일병은 이를 참고 빠르게 손질했다. [영상캡처 = 왕준열 기자]

 
오후 세 시께 취사장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엔 많이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섣부른 예상은 빗나갔다. 이미 저녁 급식 준비에 투입될 장병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이 130 기보대대 300명 식사를 책임진 조리병이다.  
 
조리병은 군대 병참 임무를 수행한다. 조리 특기는 ‘물자보급’ 및 ‘장비수리부속보급’과 함께 병참 보직에 속한다. 육군훈련소 수료 후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3주 동안 조리병 후반기 교육을 받는다. 
  
조리병은 취사장에서 전투를 치르듯 치열하게 조리한다. 김동휘 일병이 조리 중 무뎌진 식칼을 갈고 있다. 김 일병은 능숙한 솜씨로 칼을 갈고 아무렇지도 않듯 하던 조리를 이어갔다. [사진 박용한]

조리병은 취사장에서 전투를 치르듯 치열하게 조리한다. 김동휘 일병이 조리 중 무뎌진 식칼을 갈고 있다. 김 일병은 능숙한 솜씨로 칼을 갈고 아무렇지도 않듯 하던 조리를 이어갔다. [사진 박용한]

 
조리병이라고 모두가 조리 경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무작위로 선발되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학교 전공을 갖고 있다. 130 기보대대는 조리병 7명이 담당하는데 조리 경력자는 1명, 국문학이나 법학을 공부하다 입대한 경우도 있다.
 
'계란찜' 날계란 열판 300개
 
취사장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들어서기 전에 까다로운 준비가 필요했다. 취사복과 규정된 복장(조리용 마스크, 장화, 앞치마, 두건 등)을 갖췄다. 조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조리병은 월 1회 간이신검 및 반기 1회 정기신검을 받는 등 각종 전염병 유무를 수시로 확인한 뒤 문제가 없어야 조리를 할 수 있다. 모든 음식은 보존식으로 별도 보관해 추후 역학 조사에도 대비한다. 이런 임무도 조리병이 책임진다.
 
이날 저녁 반찬으로 순두부찌개ㆍ계란찜ㆍ패주 야채 볶음ㆍ깍두기를 조리했다. 기자는 김동휘 일병과 함께 계란찜을 만들었다. 이날 대대 장병 모두에게 제공될 계란찜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날계란이 필요할까. 계란 한 판에는 30개가 들어간다. 김 일병은 계란판 10개 묶음을 들고 왔다. 계란 300개를 깨뜨려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부터 막막했다.
 
김연수 이병이 저녁 식사에 올라갈 순두부찌개를 대형 솥에서 끓인 뒤 국 보온 운반차에 옮겨 담고 있다. 김 이병은 ’안 남기고 잘 먹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캡처 = 강대석 기자]

김연수 이병이 저녁 식사에 올라갈 순두부찌개를 대형 솥에서 끓인 뒤 국 보온 운반차에 옮겨 담고 있다. 김 이병은 ’안 남기고 잘 먹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캡처 = 강대석 기자]

 
김 일병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시범을 보였다. “계란판을 왼쪽 무릎에 올리고 한 손으로 계란을 꺼내 깨뜨리고, 껍질은 계란을 꺼냈던 자리에 다시 놓으면 됩니다”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줬다. 김 일병은 매우 빠르게 계란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계란만 깨뜨린다고 조리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일들이 많아 지체할 틈이 없다.
 
2배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김 일병은 벌써 한판을 끝내고 다른 한판을 시작했다. 기자는 이제 겨우 절반 수준인 15개 정도 마쳤을 뿐이다. 다급한 마음에 속도를 더 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 손으로 깨뜨리면서 계란을 놓치거나 껍질도 음식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난 뒤 일어서자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조리·배식 끝나도 설거지 정리 업무 
 
어느덧 조리는 마무리 됐다. 그러나 음식을 배식대로 옮긴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이날은 특별한 음식을 추가로 준비했다. 남은 부식을 활용해 피자빵을 만들었다. 병사들은 피자빵을 맛본 뒤 매우 만족해했다. 분기별로 한 번 정도 나오기 때문에 반가운 날이다. 
 
물론 조리병은 그만큼 더 일할 수밖에 없어 힘이 든다. 정민구 상병은 “병사들이 저희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줄 때가 행복하다”며 고생보다 보람을 강조했다. 김연수 이병은 “전투력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면서 “부모님도 다른 병사들에게 봉사하는 자리”라며 격려해 줬다고 말했다.
 
조리와 배식은 끝나도 남은 업무가 많다. 각종 조리 도구 설거지와 소독 등 정리 업무를 마쳐야 한다. 정성훈 이병이 국 보온 운반차를 설거지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조리와 배식은 끝나도 남은 업무가 많다. 각종 조리 도구 설거지와 소독 등 정리 업무를 마쳐야 한다. 정성훈 이병이 국 보온 운반차를 설거지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식사 시간 전부터 식당 밖에선 족구를 하는 장병들이 보였다. 일반 장병들은 식사를 마친 뒤 일과 시간 이후 사용이 허가된 휴대폰을 받으러 갔다. 그러나 조리병은 이런 운동에 참여할 시간이 없다. 
 
잔반 처리와 설거지 등 정리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리병은 각종 조리 도구 설거지를 시작했다. 조리 도구인 대형 솥과 국 보온 운반차는 크기만큼 설거지도 쉽지 않았다. 장병들이 사용한 숟가락ㆍ 젓가락 소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정리 업무였다.  
 
길었던 하루가 이제야 끝났다. 조리병들은 남들보다 두 시간 정도 뒤늦게 생활관으로 복귀하면서 휴대폰을 받았다. 그만큼 사용할 시간도 짧다. 정성훈 이병은 “부모님, 친구들과 연락할 수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예전 같으면 공중전화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서 차례를 기다렸지만, 이제는 손쉽게 전화할 수 있고 개인학습 등 자기계발도 가능했다.
 
국방부는 지난 4월부터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을 허용했다. 현장에선 이런 조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리병은 정리 업무를 마친 뒤 휴대폰을 받기 때문에 사용 시간은 짧다. 정민구 상병이 생활관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영상캡처 = 왕준열 기자]

국방부는 지난 4월부터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을 허용했다. 현장에선 이런 조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리병은 정리 업무를 마친 뒤 휴대폰을 받기 때문에 사용 시간은 짧다. 정민구 상병이 생활관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영상캡처 = 왕준열 기자]

 
‘특급전사’, 조리병도 예외는 아니다. 간단한 정리가 끝난 조리병은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시작했다. 특급전사 배지는 ▶16개 표적 중 14개 이상 적중하는 사격 실력 ▶팔굽혀 펴기 72개(2분 이내)ㆍ윗몸일으키기 86개(2분 이내)ㆍ3km 뜀걸음(12분 30초 이내)를 충족하는 체력 기준 ▶정신전력 시험 90점 이상 획득하는 정신력을 갖춰야 받을 수 있다.
 
130기보대대 특급전사 비율은 51%를 넘어섰다. 조리병은 체력단련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해 특급전사 획득이 사실상 어려운 여건이다. 그런데도 김 일병은 특급전사를 획득했다. 조리병 2명은 특급전사에 근접한 전투프로(사격ㆍ체력ㆍ정신전력 1급 이상) 기준을 달성했다. 이런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새벽에 기상, '삽질'에도 기술 필요 
 
조리병의 하루 시작은 남들보다 빠르다. 하계 기간엔 4시 50분, 동계는 5시 50분에 기상한다. 아침 일찍 임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안전문제가 더 신경 쓰였다. 군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취사장이 미끄럽고, 아침에 잠이 덜 깨면 위험하다”고 귀띔해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급양관리부사관 김주성 중사는 조리병 한명 한명과 대화하며 장병 건강을 신경 써 확인했다.
 
볶음 요리는 대형 솥에 올린 식자재가 타지 않도록 빠르게 섞어줘야 한다. 삽을 쓸 정도로 양이 많고 꽤 무거워 체력과 기술이 필요했다. 가까이 다가서면 뜨거운 열기에 부상 위험도 있다. [영상캡처 = 왕준열 기자]

볶음 요리는 대형 솥에 올린 식자재가 타지 않도록 빠르게 섞어줘야 한다. 삽을 쓸 정도로 양이 많고 꽤 무거워 체력과 기술이 필요했다. 가까이 다가서면 뜨거운 열기에 부상 위험도 있다. [영상캡처 = 왕준열 기자]

 
아침은 비엔나소시지 찌개ㆍ콩나물 매운 무침ㆍ새 송이버섯 야채 볶음ㆍ배추김치를 준비했다. 볶음 요리는 조리용 삽으로 조리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소고기와 각종 야채가 섞이면서 꽤 무거웠다. 
 
“삽질 그렇게 천천히 하면 탑니다” 박진산 일병이 다시 한번 능숙한 ‘삽질’ 시범을 보여줬다.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빠짐없이 모든 식자재를 섞어줘야 하는데 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박 일병의 매서운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조리병 실력은 전문 요리사와 비교될 정도였다. 짧은 시간안에 300명에게 필요한 급식을 만들다 보니 신속하고 정확한 능력이 요구됐다. 김동휘 일병이 능숙한 칼질로 파를 썰고 있다. [사진 박용한]

조리병 실력은 전문 요리사와 비교될 정도였다. 짧은 시간안에 300명에게 필요한 급식을 만들다 보니 신속하고 정확한 능력이 요구됐다. 김동휘 일병이 능숙한 칼질로 파를 썰고 있다. [사진 박용한]

 
볶음 조리가 끝나 갈 때 이 병장이 나타났다. 전역을 25일 앞둔 선임병이다. 본인이 맡은 조리를 하면서도 다른 조리병이 잘하고 있는지 틈틈이 확인했다. 이 병장은 맛을 본 뒤 “한 번 먹어봐”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김 일병과 박 일병이 연이어 맛을 봤다. 
 
“아무래도 조금 싱겁지?” 이 병장이 화두를 던졌다. 이때부터 진지한 토의가 시작됐다. 이 병장은 후추와 간장 등을 더해 간을 맞춘 뒤 기자에게 맛을 보라고 했다. 맛있었다. “개인에 따라 살짝 싱거울 수도 있지만, 그게 건강에 좋아요” 맛을 음미한 뒤 솔직한 평가 결과를 전달했다. 이 병장도 동의하고 배식을 허락했다.
 
오랜만에 아침 식사를 했다. 물론 이번에도 설거지 등 정리 업무가 많았다. 그래도 전날 저녁보다는 시간이 좀 생긴 듯했다. “점심까지 2시간 정도 쉴 수 있지 않을까” 지친 얼굴로 조리병들에게 물어봤다. 그때였다. 요란한 경보음이 부대를 가득 채웠다. 전투준비태세를 알리는 방송이다. 한숨 쉴 틈 없이 생활관으로 뛰어 올라갔다.
 
'전투준비태세' 군장 갖추고 훈련 투입
 
전투준비태세가 발령되자 생활관으로 뛰어가 완전 군장을 갖춘 뒤 다시 취사장으로 돌아왔다. 1시간 30분 안에 물자적재를 마쳐야 한다. 군장을 갖추고 오는 동안에도 시계는 움직였다. 마음이 급했지만 40㎏ 쌀가미는 무거웠다. [영상캡처 = 강대석 기자]

전투준비태세가 발령되자 생활관으로 뛰어가 완전 군장을 갖춘 뒤 다시 취사장으로 돌아왔다. 1시간 30분 안에 물자적재를 마쳐야 한다. 군장을 갖추고 오는 동안에도 시계는 움직였다. 마음이 급했지만 40㎏ 쌀가미는 무거웠다. [영상캡처 = 강대석 기자]

 
이날 부대는 전투준비태세훈련을 했는데 조리병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외 훈련이나 전시에 맡은 역할이 있다. 전쟁에서는 먹는 문제와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 조리병도 전투현장 한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생활관에 도착해 전투복을 입고 완전군장을 꾸린 뒤 총기를 받았다. 여느 일반 보병과 다르지 않았다. 군장을 어깨에 진 상태로 취사장으로 달려갔다.  
 
‘1시간 30분’ 조리병이 전투준비태세 발령 이후 물자적재 완료까지 주어진 시간이다. 식자재는 40㎏ 쌀 45가마ㆍ카레 소스 박스 13개ㆍ꼬리곰탕 박스 20개ㆍ고추장 캔 20개 등 33개 종류의 품목 무게를 모두 더 하면 총 3톤 분량이다. 
 
훈련이 끝났지만 꺼낸 물자를 다시 원상복귀해야 한다. 물론 조리병이 직접 한다. 식자재와 취사도구를 정확한 위치에 보관해야 비상 출동시에 즉각 대응이 가능해서다. [영상캡처 = 강대석 기자]

훈련이 끝났지만 꺼낸 물자를 다시 원상복귀해야 한다. 물론 조리병이 직접 한다. 식자재와 취사도구를 정확한 위치에 보관해야 비상 출동시에 즉각 대응이 가능해서다. [영상캡처 = 강대석 기자]

 
취사물자 차량에는 야전 솥과 발전기 등 1.8톤 분량을 실었다. 조리병들은 재빠르게 움직여 창고에 보관된 물자를 신속하게 차량으로 옮겼다. 방탄모와 총기를 휴대한 상태에서 실전적으로 훈련했다. 기자는 쌀가마를 세 번 나르자 숨이 막혀왔다.
 
요구 시간 안에 훈련을 마쳤다. 한숨 돌리나 했는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꺼낸 물자를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놔야 했다. 다른 보직을 맡은 병사들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다. 정해진 위치를 잘 아는 조리병들이 직접 옮겨야 긴급한 출동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서다.
 
“15분 뒤 다시 집결” 훈련을 마친 뒤 생활관에 도착해 전투복을 벗었다. 이때부터 점심 준비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단 15분이다. 다른 생각할 틈이 없었다. 급한 대로 씻고 다시 취사장으로 출발했다. 더구나 이날은 동원훈련에 입소한 예비군까지 있어 100인분이 추가됐다.
 
조리병은 높은 계급이 더 힘들고 어려운 임무를 맡는다. 특히 기름 온도가 180℃가 넘어서는 위험한 튀김 요리는 선임병들이 맡는다. 분대장 정민구 상병이 능숙한 솜씨로 야채튀김을 만들고 있다. [사진 박용한]

조리병은 높은 계급이 더 힘들고 어려운 임무를 맡는다. 특히 기름 온도가 180℃가 넘어서는 위험한 튀김 요리는 선임병들이 맡는다. 분대장 정민구 상병이 능숙한 솜씨로 야채튀김을 만들고 있다. [사진 박용한]

 
점심으로 꼬꼬 떡국ㆍ오징어젓 무침ㆍ야채 튀김ㆍ깍두기를 준비했다. 고난도 반찬인 튀김은 정 상병이 맡았다. 조리병은 계급별로 맡은 역할이 있었다. 처음 들어온 신병은 밥을 짓고 무거운 짐을 옮기면서 조리를 배워간다. 튀김처럼 위험하고 기술도 필요한 조리는 경험이 많은 선임들이 맡는다. 이날 튀김은 분대장 정 상병이 민간인 조리원과 함께했다.  
 
‘이모’가 도와준다. 부대는 조리를 지원하기 위해 민간인 조리원을 채용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를 함께하면서 비법도 전수해 준다. 유란춘 조리원은 “병사들 고생이 심하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면서 “조리병 중 휴가 나가거나 아픈 병사가 있으면 다른 조리병들이 더 힘들게 일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앞으로 민간 조리원을 늘려갈 방침이다.
 
조리하면서 부식도 받고 바쁜 취사장 
 
취사장 뒷문에서도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은 부식이 들어오는 날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부식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은 식사 준비와 부식 정리를 동시에 한다. 이날 들어온 부식은 우유 1400개를 비롯해 삼겹살 130㎏ㆍ김치 120㎏ 등 43개 품목 1.5톤 분량이다. 점심 배식 이후 정리를 끝내면서 조리병과 함께한 1박 2일, 24시간이 지났다.  
 
전역을 25일 앞둔 이현영 병장은 겉으론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고충을 말하는 후임병 말을 잘 듣고 다독이면서 웃는 얼굴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줬다. [사진 박용한]

전역을 25일 앞둔 이현영 병장은 겉으론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고충을 말하는 후임병 말을 잘 듣고 다독이면서 웃는 얼굴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줬다. [사진 박용한]

 
조리병은 휴가를 자주 나갈 수 있을까. 군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일반병 연가일수와 동일하며, 군 복무 중 총 휴가일도 40~50일 전후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조리병 위로 및 포상휴가를 모두 더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조리병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에겐 주말도 없다. 주말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시 세끼를 만들어야 한다. 1년 365일 단 하루도 열외가 없다. 밤늦게 끝나는 업무이기 때문에 최근 본격적으로 시행된 평일 외출도 제약받는다.  
 
기보대대 장갑차는 경유로 움직이지만 여기에 탑승한은 전투원은 조리병이 만든 식사를 먹고 전투에 나선다.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삼시세끼를 모두 책임진 조리병에게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영상캡처 = 왕준열 기자]

기보대대 장갑차는 경유로 움직이지만 여기에 탑승한은 전투원은 조리병이 만든 식사를 먹고 전투에 나선다.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삼시세끼를 모두 책임진 조리병에게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영상캡처 = 왕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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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 병장은 “조리하다 보면 몸과 옷에서 음식 냄새가 나기 때문에 자주 씻고 세탁도 한다”면서도 “냄새난다고 나가라고 말하는 전우도 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기보대대는 장갑차를 타고 전쟁터로 나간다. 장갑차에는 조종수와 전투병이 탑승한다. 장갑차는 경유로 움직이지만, 전투원은 조리병이 만든 음식을 먹어야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이 전투력이다. 조리병이 바로 전투력 원천이다. 따듯한 격려가 필요하다.
 
홍천 =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 = 강대석·왕준열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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