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말 못하는 탈모 고민 나누는 이 플랫폼, 판교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중앙일보 2019.06.09 05:00
차별받는 탈모인 위한 플랫폼 
탈모 전문 중개 플랫폼 우수수 상담답변 화면 [사진 삼손컴퍼니]

탈모 전문 중개 플랫폼 우수수 상담답변 화면 [사진 삼손컴퍼니]

 
 권 모 씨는 2016년 국내 한 특급호텔에서 열리는 연회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됐다. 하지만 출근 첫날 권 씨를 처음 본 채용 담당자는 “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채용 조건 중 하나가 단정한 머리였는데 권 씨는 대머리여서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권 씨는 외모로 차별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이듬해 “탈모로 인한 대머리는 개인 선택에 의해 좌우될 수 없는 자연적 현상에 의한 신체적 조건이고, 이를 사회 통념상 호텔 접객원에게 부적합한 외모로 볼 수 없다”며 호텔 측에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을 권고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 사회는 탈모인들에게 유달리 차갑다. 앞선 권 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특히 젊은 탈모인에 대한 편견은 유독 심한 편이다. 하지만 탈모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젊은 층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2017년 탈모 치료를 받은 사람은 104만6028명에 이른다. 이 중 20~30대는 45만7744명으로 전체 43.8%를 차지한다. 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 이들까지 고려하면 국내 잠재적 탈모인이 1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업계 추산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혼자 끙끙 앓는 탈모, 사진 공유로 해결
안현진 삼손컴퍼니 대표. 박민제 기자

안현진 삼손컴퍼니 대표. 박민제 기자

 
 ‘우수수’는 탈모인은 넘쳐나지만 대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한국적 상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탈모 전문 중개 플랫폼 앱이다. 자신의 머리 사진을 앱에 올리면 입점해 있는 탈모 전문 병원과 모발이식업체, 가발 제작업체 등에서 상담을 해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33세 남자인데 이마가 요즘 더 넓어진 거 같다”고 사진을 올리면 각 병원에서 “모발이식을 하면 견적이 OO원 나올거 같다” 는 등 의견 및 치료법을 추천하는 답글을 다는 형식이다. 3일 안에 최소 8곳 이상 병원 의사와 전문업체에서 답변을 주기 때문에 이를 비교해 자신이 원하는 치료법을 주도적으로 선택해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우수수에는 탈모 전문 병원 및 두피관리센터, 모발이식 전문업체 등 현재 160여 곳이 입점해 있다. 또 탈모 치료 및 수술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도 있다.
 
 개발사인 '삼손컴퍼니'는 2017년 말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내에 있는 창조혁신센터 ‘지 스타트 B’(G-START B)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판교 스타트업이다. 태광그룹 정보기술(IT) 계열사 티시스에서 모바일 앱 기획 관련 일을 했던 안현진(38) 대표는 평생을 탈모와 함께 살아온 아버지를 보고 회사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는 탈모였다. 나는 익숙해서 아버지 모습이 아무렇지 않았는데 누나 결혼식 때 아버지가 가발을 쓰고 싶어 하셨다. 검색을 통해 가발을 찾으려다 보니 탈모 관련 정보가 중구난방이었다. 가발은 비싼 대기업 제품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이후 나도 수차례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 탈모를 겪으면서 고통받았다. 하지만 주변에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탈모로 어려움을 겪었던 친구도 사업방향 설정에 큰 도움을 줬다. 안 대표는 “친구가 소개팅을 다녀왔는데 상대방이 주선자한테 전화해서 ‘어디 대머리를 소개해주냐’고 항의했다고 해서 상처를 받았다”며 “탈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하다 보니 치료 정보도 제대로 공유가 안 되고, 다들 칸막이 안에 갇힌 채 혼자 끙끙 앓고만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탈모인을 위한 ‘해방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성형보다 뜨거운 탈모 키워드 
 
 실제 탈모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 가장 뜨거운 검색 키워드 중 하나다. 네이버 검색량 집계 서비스인 ‘엠(M)-자비스’에 따르면 ‘탈모’ 키워드 검색량은 최근 한 달간 3만4080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성형’ 키워드 검색량은 1만8000건이다. 궁금하기는 한데 정보는 없고 어디다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우수수는 출시 1년을 갓 넘긴 신생 앱이지만 앱 다운로드 건수는 1만8000여건이며 누적 상담 건수는 최근 1만건을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이택경 대표가 있는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매쉬업엔젤스’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이택경 대표는 삼손컴퍼니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스타트업의 창업 정신을 얘기했다.
 
 “스타트업은 창업 후 성장 과정에서 상상 이상의 문제를 만나게 되는데, 그 험난한 시기를 견디기 위해선 자신만의 내적 동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로 창업하기 보다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그 문제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온 경우가 더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를 사업적으로 해결하려는 창업팀이 사업에 대한 열정과 실행력 측면에서도 뛰어난 경향을 보이는데 삼손컴퍼니가 이에 해당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IT가 탈모를 자유롭게 하리니…."
탈모 이미지 [중앙포토]

탈모 이미지 [중앙포토]

 다만 오프라인 병원과 전문 업체를 온라인에 입점시킨 부분 말고는 딱히 혁신이랄 게 없는 점은 한계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탈모 전문 중개 어플은 우수수가 유일하다. 하지만 우수수가 어느정도 인지도를 얻는다면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 줄줄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안 대표는 향후 우수수를 ‘자기 주도적 종합 탈모케어 플랫폼’으로 키우려 한다. 그는 “탈모 치료도 초기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우리 사회의 편견이 이를 막고 있다”며 “IT 기술을 통해 탈모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회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관련기사
[판교소식]벤처캐피탈리스트 단기체험과정 모집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이달 14일까지 ‘제17기 벤처캐피탈리스트 대학(원)생 단기체험 과정’ 참가자를 모집한다. 협회 부설 한국벤처캐피탈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이 과정은 벤처캐피탈 투자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실무중심 교육이다. 현직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직접 벤처투자 전 과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수료생 전원에게 온라인 수료증도 수여한다. 교육기간은 오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다.
 
배너
기자 정보
박민제 박민제 기자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